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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Jun 28. 2024

방충망에 낀 먼지

무엇에 초점을 둘 것이냐

방충망에 먼지가 잔뜩 껴있다.


지저분한 먼지들은 자신들끼리

옹졸하게 붙어 있었다.


더러운 방충망.

지저분한 방충망.


나는 방충망을 보며 딱 그렇게만 생각했다.


***


침대에 기대 핸드폰을 했다.

그때 거울에 비친 창문,

창문 너머의 달이 보였다.


유난히 낮게 뜬 달이 신기해

그대로 창문으로 달려가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지저분 방충망은

더 이상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방충망을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방충망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달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달이 눈에 들어왔다.

 

방충망에 낀 먼지들은 그저

달을 더욱 빛나게 할 블러셔일 뿐이었다.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는

어디를 흐리게 할 것인지도 정하는 거구나.


그렇게 나는 달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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