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을 Jul 06. 2024

자른 머리가 괜히 후회될 때

선택과 후회

바람이 불었다.

머리가 길었다면 찰랑거리는 감이 좋았을 텐데.


오늘따라 머릿결이 부드러웠다.

머리가 길었다면 손으로 넘기는 느낌이 좋았을 텐데.


머리에 바른 에센스 향이 좋았다.

머리가 길었다면 좀 더 향이 진했을 텐데.


분명 내가 원해서 내 손으로 자른 머리였지만

어쩐지 후회가 됐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옷을 벗었다.

그리고 샤워기를 위에 걸어 물을 틀었다.


머리가 길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어서서 머리 감기’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일어서서 머리를 감았다.

상체를 숙이지 않으니 허리가 아프지 않았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흐르는 따뜻한 물을 느낄 수 있었다.


자르지 않았다면 몰랐을 감각.


가끔 선택이 후회될 때가 있다.

분명 장점이 더 많을 텐데도 단점을 더 찾게 되는 아이러니함.


내일도 일어서서 머리를 감아야지.

그리고 그다음 날도 일어서서 머리를 감아야지.


내가 느꼈던 행복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

분명 잘했을 나의 선택을 기억하기 위해.



이전 12화 충전이라는 처방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