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헛된 희망만이 있었을 뿐
하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파트를 신설한 지 4개월 여의 시간, 기존 파트장들의 우리를 향한 공격은 더욱 더 거세져 갔다.
서로를 지키던 파트원들은 지쳐갔고, 파트장은 외부의 공격을 받을 때 마다 결과로 증명할 시간을 달라 읍소해야 했다. 파트원을 지키고 싶어 했던 파트장은 점점 자신의 일신을 지키는 일 조차 버거워 했다.
이 파트를 만든 그룹장은 우리의 우산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으나,
형제들끼리 잘 지내야 한다며 그룹을 본인 가정 다루듯 하는 그 분은
자식같은 그룹원들이 서로 공격하고 물어뜯는 내부의 잡음을 견디지 못했다.
팀의 대의를 따라 노이즈의 원인인 신규 파트장을 다른 곳으로 보내기로 결정해버렸다.
결국 4개월 여의 시간 만에 신규 파트는 해체 되었다.
조직 개편 전 그룹장과의 형식적인 면담이 진행되었다.
'팀의 시너지를 위한 조직 개편이었다. 하던 신규 비즈니스는 조직 개편 후 타 그룹으로 가게 되었다.
난 자비로운 보직장이니 너에게 선택권을 주겠다. 다른 파트원들은 선택권 없이 가는거지만 넌 남을 권리를 주겠다'
결국 그룹장이 내게 던진 말은 "여기 남을래? 갈래?"
매번 조직 개편때 마다 반복되는 이 신물나는 질문...
무슨 아이한테 엄마랑 아빠중에 누가 더 좋니? 묻는 것도 아니고,
성인이고, 업무적인 선택이 필요하다면 적어도 보직장이 업무에 대한 비전은 설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도 만만히 보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회심의 질문을 던졌다.
"남았을 때의 업무는 무엇인가요?"
하지만 그의 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이다. "그게 뭐가 중요해?"
조직의 대단한 큰 그림을 보시느라 개인의 커리어까지는 생각을 못하셨나보군. 그 뒤의 말은 더 가관이다.
"지금 파트장은 무조건 다른 그룹으로 가야해. 선택권이 없어. 그건 알고 있으라고."
깨달았다. 이 판은, 그가 말한 조직의 큰 그림이라는 미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정치적 결정이구나.
신생 파트인 이 조직의 해체와 굴러온 돌인 부장님의 멸망(?)을 위해
보직장에게 부단히 인풋을 넣던 세력들의 얼굴이 주마등 처럼 지나갔다.
결국 조직의 신규 사업을 위해 신설되었던 신생 파트는 보직장의 여론에 대한 굴복으로 해체되었다.
늘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것은 내 기준으론 소박한 것이라 생각했다.
"전 그냥 일을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일을 배우며 적어도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길 원하고,
월급 값을 하는 건강한 사회인이길 원하며,
월급을 받아 가족과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삶을 영위하고 싶습니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그 순간 회사 생활이 절망으로 다가왔다.
지금 파트장님을 따라가면 기존의 이상한 사람들과 조직 생활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 파트장은 더이상 파트장이 아닐거고, 조직 이동으로 인해 부서 이동도 한 동안은 금지다.
그리고 연말 조직 개편을 목전에 둔 시점에 조직 이동 이후 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
기존 파트로 돌아가 이동을 도모할 것인가,
지금 파트장을 따라가 기회일 지 공멸일 지 모르는 세계에 나를 던질 것인가
최선의 선택은 없다. 가장 어려운 차악을 잘 골라야 하는 상황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의 거취를 둘러싼 기존 파트장들의 집요한 뒷작업이 시작되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캐보려고 하기도 하고, 은근슬쩍 어떻게 그룹장에게 이야기 했는 지 메신저로 묻기도 했다. 내 뒤에 서서 내 모니터 감시도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미 이 조직의 인간들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없었지만, 탈출을 위해 정말 동물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 집단에 남아야 할 지 고민하는 내 자신이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최악을 피하기 위한 나의 고민은 깊어졌고, 그룹장에게 입장 통보할 시한은 가까워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