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정직이라는 형벌-'이방인'

세상은 왜 가면 쓰지 않은 인간을 두려워하는가

by 정은세

이 글은

'고전으로 살아내다'라는

연재의 네 번째 기록이다.


고전을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고전을 읽은 뒤,

내 안에 남은 감정을 기록하려고 한다.



어릴 적 아버지의 서재는 세계 고전문학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버지가 대학교 시절 읽었다는 수많은 책들,

한자와 한글이 뒤섞인 제목,

세로로 쓰인 글자는 어린 내겐 큰 도전이었다.

결국 읽기를 포기했던 기억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이방인』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책을 뽑아 찬찬히 살폈고, 수십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소개 문구가 있었다.

“뫼르소는 햇빛이 눈부시다는 이유로 무어인을 살해하게 되고…”


충격적이었다.

“햇빛이 눈부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인다고?

게다가 무어인(아랍인)이라서?

그 사람이 다름 아닌 , 이방인이어서 살인을 했다고?!!”


그 순간, 책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고, 마음속 깊이 묻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그때 느낀 묘한 이끌림이 나를 다시 불렀다.

하루 만에 책을 읽고, 나는 뫼르소와 그의 세계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큰 충격은 “뫼르소의 사형과 죽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태도였다.


우발적 살인임에도,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에 대한 생각은 없고,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죄인으로 낙인 찍은 것이다.


세상은 사건의 진실보다는, 그가 보여준 태도의 '부적절함'에 더 분노를 했다.

그래서 태연하게 살인을 고백한 그를 기독교적 교화를 시도했고,

그가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사형을 선고했다.


또, 재판장에 등장한, 힘 없는 소시민이자 뫼르소의 연인 마리에 대해서는 '정부',

유일한 친구라고 말했던 레이몽에 대해서는 '포주'로 단언하며,

그들과 친밀피고(뫼르소)는 죄의식이 없는 저급한 부류이며, 죽어 마땅하다는 상한 논리를 펼쳤다.


게다가 뫼르소에게 따뜻한 밀크 커피를 대접한 수위는

그 사실을 너무나 부끄러워했고, 그에게 담배 빌린 걸 후회한다고 까지 말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세상은 정직한 인간을 끝까지 지켜주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주변인의 편리한 침묵과 외면 속에서 살아가며,

진실과 선의가 보호받지 못함을 종종 경험한다.


나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통해 나는,

인간관계와 도덕적 선택 앞에서

“자신의 양심과 외부 시선” 사이에 놓인 우리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묻고 싶다.

당신은 뫼르소처럼 끝까지 정직할 수 있는가?

아니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스스로를 지키는 길을 택할 것인가?







다음 글에서는 또 다른 고전(나무 위의 남작)이 던진 질문들을 따라 가보려고 한다.




고전은 과거에 멈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의 거울입니다.


정은세 작가와 함께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삶의 무늬를 정돈하는 깊은 사유의 여정을 이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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