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청자의 고결함을 지닌 작가, '반 고흐'

"세상의 본질을 꿰뚫는 투시력, "그 고독함에 대하여"

by 정은세

이 글은

'고전으로 살아내다'라는

연재의 일곱 번째 기록이다.


문장으로 세상을 투시하던 눈을

이제 나의 몸과 마음으로 돌린다.


글자로 새긴 사유를

손끝과 발끝의 감각으로 치환하는 과정,

그것이 내가 일상을 살아내는 방식이다.




10여 년 전, 나를 '와인의 세계'로 이끌어준 말이 있다.

고흐에게서 전해진다고 하는, “빵 한 조각과 와인 한 잔이면 족하다”라는 말이었다.


가진 게 많지 않아도 자족하는 예술가의 고뇌와

기품이 느껴져,

나도 작은 것에 만족하는 그런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었다.


Made by 정은세, 2016


그 이후로 나에게 '와인'이란 예술 및 예술가를 상징하는 말로 각인되었고,

이 말이 나를 평범한 사람에서 와인을 아는 문화인으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내가 생각하는 와인의 이미지는,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한 음식과의 마리아주,

자기 분야에 최선을 다하는 예술가,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남아있다.




고흐는 유럽의 황금기 '벨 에포크 시대(아름다운 시절)'에 활동한 대표적인 화가이다.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 전까지 이어진 이 시기는,

철도 건설 등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자본주의의 꽃이 피어났다.

더불어 문화적 향유에도 관심을 두는 사회 풍조가 예술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고흐를 비롯 고갱, 모네, 세잔 등 수많은 거장들이 이때 대작을 남겼다.


<자화상>, 빈센트 반 고흐, 1889


고흐를 알아갈수록 나는 그를 '천부적 재능을 가진 비운의 화가'에서,

'청자의 고결함을 지닌 작가'라 부르고 싶어졌다.

특히 조카 탄생 선물로 보낸 <꽃 피는 아몬드 나무>는

고려청자의 옥빛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그 빛깔만큼이나 고흐의 마음 또한 성자에 가까웠다.

성직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다 동정심이 지나쳐 쫓겨나기도 하고,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여인을 사랑으로 보살피기도 했다.

또 룸메이트인 친구 고갱을 위해 해바라기를 연작하며 방을 꾸몄다.


<꽃 피는 아몬드 나무>, 빈센트 반 고흐, 1890




그의 위대함은 남들이 못 보는 투시 능력에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듯 본질을 꿰뚫어 보는 보물 같은 눈.

그 초인적인 투시는 수많은 연습과 고행을 거친 이에게만 허락된 선물이었으리라.


말년으로 갈수록, 생명력이 끝에 다가갈수록 그의 색감과 붓 터치는 경이로울 정도로 과감하다.

마치 폭우가 쏟아지듯 소용돌이치는 그의 작품은,

얼마 남지않은 고흐의 불행한 죽음을 암시하듯 처절하다.


<별이 빛나는 밤>, 빈센트 반 고흐, 1889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불완전하고 결핍을 가진 예술가의 그림에 열광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채우려 작품을 만들어내고,

또 우리는 피와 땀이 어린 그들의 작품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바로 그것이 예술의 선순환이며, 우리가 끝없이 이어가야 할 유산이고,

예술의 가장 큰 가치임을 믿는다.







다음 글에서는 캔버스를 벗어나,

죽도 끝에 실린 고전적인 사유를 이어가고자 한다.


<해바라기>, 빈센트 반 고흐, 1888



정은세 작가와 함께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삶의 무늬를 정돈하고 코어를 바로 세우는,

깊은 사유의 여정을 이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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