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날에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큰 기쁨(이하 '기쁨이')을 만났습니다. 흔히 우연이라고들 하는 상황입니다.
여러분은 우연히 가슴 떨리는 일을 겪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을 의도하거나 원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기쁨이를 만난 일은 요 근래, 아니 최근 몇 년간 가장 가슴 떨리는 일 중 하나였습니다. 가슴 떨린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설렘? 호기심? 걱정? 두려움? 아마 모두 다 갖다 붙여도 말이 될 것 같아요. 하나씩 갖다 대 보면서 나의 마음에 대해 알고 싶어졌습니다.
설렘
처음부터 설레지까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같이 있을수록 습자지에 물 스며들듯 설레는 마음에 푹 젖어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사람이 설렘을 느끼는 일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설렘을 느끼고 나아가 호감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고 하는 일련의 심리반응은 그 자체로 우리의 마음이 쿵쿵 뛰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기쁨이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이 나를 설레게 하였습니다. 내가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기쁨이가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라 그런 건지는 차차 드러나게 될 텐데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는 후자에 가까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호기심
나는 기쁨이를 알지만 사실은 알지 못합니다. 누구나 여러 개의 자아를 가지고 살죠. 내가 본 기쁨이의 모습은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 자아 중 아주 일부였을 겁니다. 물론 나도 나의 여러 자아 중 아주 일부만 기쁨이에게 보여줬어요.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일텐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뒤로도 서로의 자아를 얼마나 오픈할지의 문제겠죠. 후술하겠지만 우리는 설렘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걱정과 두려움도 가지고 있기에 성급히 오픈하고 서로에게 뛰어들 상황은 아닙니다. 나도 어디까지 나를 오픈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시간이 해결할 문제일까요, 아님 마음이 해결할 문제일까요.
걱정 혹은 두려움
나는 기쁨이에 대해 무척 설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등등. 그런데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죠. 설렘과 호기심이 커질수록 걱정과 두려움도 같이 커져만 갔습니다. 내가 기쁨이의 마음에 들어가도 되는 걸까,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쁨이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의 우연이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하는 마음도 들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끝나면 어쩌나 무서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마 이런 마음은 설렘과 호기심이 깊어질수록 반작용으로 같이 깊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무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요.
오늘은 기쁨이와 있었던 일을 전체적으로 조감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총론에 해당하죠. 내일부터는 구체적인 사례와 생각을 들여다보며 나의 마음에 대해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각론입니다. 총론과 각론을 전부 써내려가면 그 끝에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