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참을 수 없는 관계의 모호함 Nov 9. 2023
요새 애청하는 유튜브채널 닥신TV에 열등감에 관한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외판뼉다구'가 멀쩡해보이나 실상은 파워트레인이 엉망인 상태라 그가 하는 말 하나 하나 깊게 공감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몇 달 전 열등감에 관한 일기를 써놓은 게 있어 부끄럽지만 익명으로 올려봅니다. 옛날 중국인들은 말하고 싶은 비밀이 있으면 산에 올라가 옹이구멍에다 털어놓고 그걸 진흙으로 막았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브런치스토리는 현대의 기술발전에 힘입어 옹이구멍이 진화한 공간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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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한 선배로부터 다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내 나이를 물어보는 질문에 OO살이라고 하자 올해 아니면 내년 중에 쇼부 보는 게 좋겠다고 아니면 좀 힘들겠다는 것이었다. 고마우면서도 당황스럽고 나중에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의식적으로 자각하려 한지 얼마 안 됐는데 최근 몇년은 계속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근본적인 원인은 학부 졸업하고 이렇다 할 성과나 진전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제대로 하고 있었던 건 회사 꾸준히 나가고 몇 개월 전에야 간신히 대학원 등록한 정도? 원인을 찾았으면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반문이 당연히 들어오겠지만 애석하게 아직 그 해결을 위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긴 싫고 옮길 역량은 부족하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것 같다.
전에는 우연히 길에서 다른 선배를 만나 근황을 얘기한 적 있다. 당장 하루의 일과를 쳐내는 건 버거운데 그 하루들의 끝에는 본인이 목표로 해왔던 바가 있어 지치지 않고 달려보겠다는 말로 들렸다. 더 전에는 친한 동기와 근황 얘기를 하다 뜻밖의 이직 소식을 들었다. 학부 시절부터 목표로 하던 업계가 있어 휴직하고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마지막이었는데 몇 달만에 그걸 이뤄냈다며 연락 온 것이다. 학부 4학년 때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매일같이 나를 찾아와 본인이 공부하고 생각한 걸 같이 얘기해보던 동기라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진심으로 축하해줬고 동기도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줬다. 더 더 전에는 중학교 동창의 근황도 들었다. 그 친구도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는 건 알았는데 한동안 소식이 뜸하길래 뭐 하나 싶을 때쯤 연락이 왔다. 마침 자신이 근무하던 곳이 내가 근무하는 곳과 가까우니 퇴근하고 저녁이나 한 끼 하자는 말을 나눴다. 하지만 내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져 그 말을 스치듯이 흘려보냈고, 그게 1년이 다 되어 간다.
모아보면 남들과 비교하면서 내 상황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건데, 이걸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내 상황을 개선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개선이라는 게 어떨 때는 참 요원해보이기도 해서 남들과 비교하고 괴로워하는 마음만 들고 시기나 질투를 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내가 봐도 나 지금 참 못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