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드피트 : 사람 또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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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를 얻고 창의력을 향상하기 위한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철 : 어떤 분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하거나 녹음을 하고, 또 여행을 많이 다니거나 책을 많이 읽는 방법도 있고. 중요한 것은 노력이죠. 무엇을 하더라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책을 읽던 여행을 다니던 본질이 중요하죠. 마음에 담지 못하는데 책을 많이 읽으면 뭐해요. 자신의 꿈을 위해서 하는 모든 행동들을 정말 열심히 해야죠.
모두 숨 쉬며 살잖아요. 그리고 누구나 죽어요. 어찌 보면 모두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잖아요.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한 거예요. 어떤 사람은 인터넷하고 TV만 보다가 죽을 수도 있어요. 또 어떤 사람은 평생 여행 다니다가 죽을 수도 있고. 중요한 점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에요. 대충 살기로 작정하면 대충 살다가 죽을 수도 있어요. 물론 그것을 탓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의 생활도 그들 나름대로 즐겁다고 느끼기 때문에. 저도 예전에는 ‘뭐 저렇게 살아’라고 했는데, 이제는 ‘저렇게 사는 것도 즐거운 삶이구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자신의 목표가 명확하게 있다면 노력해야 돼요.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룰 수 있어요.
4월 초에는 KBS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영한 ‘먹는 존재’라는 웹드라마를 포함해 2014년 ‘테이크아웃’이라는 단편 영화 등 음식, 카페와 관련된 작품을 찍었습니다. 주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브레드피트’를 운영한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쳤겠어요.
철 : 물론이죠. 제가 가게를 운영하면 느낀 점들을 순수하게 담아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였죠. 예전에는 상업영화를 만들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커피 영화, 빵가게 영화를 만들어 볼까 생각했는데 그게 또 생각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어찌하다 보니 두 작품을 만들게 됐어요.
(왼쪽부터 웹 드라마 '먹는 존재', 영화 '테이크아웃' 포스터)
같이 일했던 배우 중 인상에 남는 배우가 있나요?
철 : 글쎄요. 누군가 딱 한 명을 뽑기는 힘든 것 같아요. 제가 ‘안녕?! 오케스트라’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한 편 제작한 적이 있어요. MBC에서 이미 제작해 놓은 다큐멘터리를 제가 영화 버전으로 편집한 작품이에요. 편집만 했다고 해서 되게 쉽게 생각을 하시는데(웃음), 극장용으로 만드는 작업은 또 달라요. TV에서 보는 화면과 영화관에서 보는 화면이 다르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에요. 작품에 참여하면서 만났던 안산의 아이들이 기억에 남아요. 그 아이들을 만났던 기억이 제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어요.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느꼈나요?
철 : 많은 것을 느꼈죠. 저는 재편집을 해야 하니까 그동안 찍었던 영상 자료들을 다 보게 되는데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고 살아온 아이들의 생각들을 봤어요. 그 자료들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면서 어른으로서 부끄럽더라고요. 영화가 부산영화제에 소개되면서 그 아이들과 함께 초청을 받아 용재 오닐 씨와 함께 부산에 가기도 했어요.
(왼쪽부터 영화 '안녕?! 오케스트라' 포스터, 주인공 사진)
영화감독으로서, 카페 사장으로서 많이 바쁠 것 같아요.
철 : 오해가 생길 때도 있어요. 가게 손님 입장에서는 제가 보이지 않으면 ‘도대체 이 사람은 맨날 어디에 있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웃음). 사실 저는 원두를 볶고 있거나 다른 카페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손님이 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영화감독이라고 하더니 가게 일을 많이 못하는구나’라고. 영화 관계자 입장에서는 ‘감독님은 가게 운영하느라 바빠서 영화는 언제 만들어요’라고 말하고(웃음). 양쪽의 시선이 다를 수 있는데 제 입장에서는 양쪽 모두에게 오해를 사지 않도록 똑바로 행동을 해야죠.
피로가 많이 쌓이지는 않나요?
철 : 음. 아직은 견딜만한데요(웃음). 저는 바쁘게 사는 걸 즐기는 편이에요. 그런데 놀지를 못해요. 놀이를 못하는 거죠. 친구들과의 만남, 개인적인 여행을 잘 못해요.
안 그래도 취미를 물어보려고 했어요.
철 : 그러니까 취미가 없죠. 취미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예전에는 가까운 곳에 혼자 여행 가거나 책을 자주 읽었는데 지금은 거의 못해요.
영화는 자주 보나요?
철 : 저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자주 보지는 않아요. 학생 때는 정말 많이 봤죠. 그때는 하루에 10편씩 보면서 영화 저널도 쓰고 평론을 스크랩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해요. 요즘에는 정보가 넘쳐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좋은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정보를 얻기도 해요. 정말 좋은 영화, 뛰어난 감독님들의 영화가 개봉하면 시간을 내서 보죠. 다만 예전처럼 방에 비디오를 쌓아 놓고 보지는 않죠.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무엇인가요?
철 : 음 글쎄요. 이 질문을 참 많이 받아요. 어렸을 때는 홍콩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영웅본색’ 같은 영화가 저의 누아르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할리우드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의 영화가 제게 큰 영향을 줬죠.
그리고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실제 작업하는 시기에는 일본 영화의 영향이 컸어요.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 오다기리 조가 나온 영화 등 빛나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던 시기였어요. 이렇게 보편적이고 상업적인 영화를 접하고 난 후에 실제 영화계에서는 정말 독특한 영화들을 자주 접해요. 뭐 제 일이니까요(웃음). 한 편을 뽑기는 힘들지만 ‘스타워즈’가 제게 중요한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젊은 청년들에게 ‘이 영화는 꼭 한 번 봤으면 좋겠다’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는 무엇인가요?
철 : 한 편 고르라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어요. 제 아들에게도 보여줬던 영화예요. 몇 년 전 극장에서 다시 상영했던 적이 있어서 아들에게 ‘이 영화는 꼭 봐야 한다’라며 데리고 갔어요. ‘시네마 천국(Cinema Pradiso)’예요. 저는 ‘아들이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필름도 잘 모를 테고, 검열에 대해서도 익숙하지 않을 텐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워낙 유명한 영화이긴 하지만 혹시 못 본 분들이 있다면 이 영화는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왼쪽부터 영화 '시네마 천국'의 한 장면, 포스터)
‘브레드피트’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아워 이디엇 브라더(Our Idiot Brother)’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셨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였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철 : ‘아워 이디엇 브라더’라는 영화가 있어요. 미국의 ‘크라이테리온(Criterion)’처럼 우리나라의 ‘프레인(Prain)’이라는 회사가 자신들의 레이블(Label)로 좋은 영화를 선택해요. ‘로마 위드 러브’, ‘노예 12년’, ‘무드 인디고’ 같은 영화가 대표적이에요.
‘아워 이디엇 브라더’ 프로젝트는 정말 바보 같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뽑아서 각기 다른 버전을 만든 거죠. 같은 ‘아와 이디엇 브라더’ 영화 DVD인데 겉표지 디자인만 다른 거예요. 영화의 바보 같은 주인공처럼 살아가는 7명을 소개하는 재미있는 프로젝트였어요. 부끄러운 과거가 될 수도 있겠지만(웃음), ‘베이커리 사장이자 영화인 이철하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더라’라는 소개가 들어간 내용이었죠. 다른 분들도 모두 영화인들이었어요.
영화감독이자 카페 대표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철하’도 하나의 브랜드가 됐어요. 사람들에게 ‘이철하’는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원하나요?
철 :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본받고 싶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겠죠. 그럼 너무 재미없는 대답이 될 것 같고(웃음). 제가 브랜드라면, 객체로서 어떻게 보이는 게 좋을까 고민해봤을 때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제품이 ‘우유크림빵’이라고 했을 때 레시피에 맞게 잘 만들면 되는데.
‘인간 이철하’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변화를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변화를 어떻게 막겠어요. 이를 잘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래서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 주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사람이 너무나 불완전하고 나약하고 힘겨워하고 패배 의식에 젖어있고 성공하기 무섭게 갑자기 우울해지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제가 영화를 잘 만들고 카페를 성장시킨다고 해도 ‘인간 이철하’가 갑자기 우울해졌을 때 하나의 브랜드로서 가치를 인정해주실지 고민해보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웃음).
잘 컨트롤한다는 의미가 그런 의미겠네요.
철 : 제 자신이 먼저 균형을 맞춰가야겠죠. 방금 이야기했듯 거울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참 어렵겠어요.
철 : 어렵죠. 쉽지는 않아요. 누군가의 본보기가 되고 리더가 된다는 것이. 이런 의미에서 브랜드라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정말 어려워요. 지금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본보기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듭니까. 그렇게 훌륭하게 살아온 분들도 잠깐의 말실수로 공격을 받기도 하고. 저 같은 소시민은, 영화감독은, 빵가게 주인은 더 열심히 살아야 되겠죠.
‘브레드피트’는 어떤 브랜드가 되었으면 하나요?
철 : ‘브레드피트’는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면서 저나 제 가족이 운영하지 않더라도 오래오래 살아남는 브랜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래서 저는 더 욕심을 내서 프랜차이즈로 확장하거나 투자를 받지 않아요. 그렇게 될 경우 제 것이 되지 않아요. ‘제 것’이라는 표현은 남에게 뺏긴다고 느끼니까. 지금을 꿋꿋하게 유지하는 것도 뿌리를 든든하게 만들기 위함이에요. 그러니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금전적인 욕심을 버려야죠(웃음).
예전에도 잠깐 프랜차이즈 사업 방식을 예로 들며 사업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었죠.
철 : 네 맞아요. 오늘도 어떤 분이 가게로 오셔서 프랜차이즈를 하자고 해서 한참을 이야기했어요. 저는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죠. ‘프랜차이즈 방식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사업인데 나는 사업가가 아니다. 이 가게를 쌍둥이처럼 두 개 세 개 복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복제가 되더라도 브레드피트라는 카페의 주인은 각 가게의 주인일 수밖에 없다. 본인의 가게를 직접 시작하는 게 낫지 않겠나. 왜 브레드피트의 2호점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싶은지는 알겠다. 하지만 자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더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저는 프랜차이즈를 사업가 마인드 없이 운영하면 분쟁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상처만 주죠. 비즈니스는 자선 단체가 아니니까.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이잖아요.
프랜차이즈를 할 때의 부정적인 면의 가치가 금전적인 이득보다 크다는 의미군요.
철 : 지금 이 정도 크기의 카페를 운영하는 저에게는. 상처밖에 안 남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 또한 어려운 결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철 : 이런 결정을 하니까 ‘영화감독도 하니까 배가 불러서 그런다’라고들 말씀하시죠(웃음). 저는 솔직히 배가 부른 것은 아녜요. 이 가게를 통해서 떼돈을 번 것은 아녜요. 작은 가게를 운영해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인 거지.
오래 하고 싶은 거예요. 오래 남고 싶은 거죠. 그렇게 때문에 금전적인 더 이상의 욕심은 접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우면서 쉬운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행복한가요?
철 : 아 그럼요. 행복해요. 정말 행복해요. 힘들어도 행복하고, 너무 졸리고 피곤해도 행복해요(웃음). 제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한 거죠. 첫 번째 행복의 조건이에요. 두 번째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부모님과 제 아내와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뭘 더 바랄 게 있겠습니까.
행복하지 않을 조건이 없다는 의미군요.
철 : 그렇죠. 살면서 힘든 일 많죠. 힘든 일들을 계속 가슴에 품고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존경하는 사람이 있나요?
철 : 음 글쎄요. 이런 것 같아요. 영화계에서 존경하는 사람, 비즈니스 분야에서 존경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예전처럼 ‘세종대왕을 존경합니다’라는 말을 못 하겠어요 이제는. 너무 오글거려서(웃음). 시기마다 다르기도 하고. 그때그때 훌륭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때마다 배우는 것 같아요. 요즘 트렌드인 것 같아요. 미디어를 통해 엄청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좋은 자극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영화나 사업을 시도하는 분이 있다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분의 이야기를 굉장히 깊게 들으려고 노력해요. 가게 운영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주변 다른 가게의 장인들이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는 모습을 깊게 찾아봐요. 외국의 위인들을 동경하는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배울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시겠네요.
철 : 네. 끊임없이 배우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철 : ‘브레드피트’라는 가게는 앞서 말했듯 꾸준하게, 괜찮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예요. 예술가로서는 더 큰 영화, 큰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더 크고 재미있는 나만의 이야기를 확실하게 설득시킬 수 있는 작품. (그 무대가) 한국일 수도 있고, 중국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외국일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웃음).
리더의 역할 중 후배 양성에 대한 가치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영화계와 사업체에서 이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철 : 음. 카페는 사실 힘들어요. 지금 카페에서 일하는 젊은 친구들은 힘들잖아요. 서두에 이야기 나눴듯 본인의 꿈을 정확히 정하지 못한 분들이 카페에서 잠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커피와 빵을 전문적으로 만들기 위한 후배 양성은 제 나름의 조건 하에서 힘든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 분야에서는 많이 가르쳐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젊은 친구들과 만나서 강의를 하기도 하고, 특강도 마다하지 않고. 이것이 영화인으로서 제가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니 가게를 운영에 관해서도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네요. 그런데 대상이 젊은 분들이 아니었어요. 결국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는 사업가분들(웃음).
마지막 두 가지 질문을 드릴게요. 영화계 선배로서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철 : 음. 영화계가 많이 바뀌고 있어요. 10년 전만 해도 필름으로 영화를 찍었는데, 지금 필름으로 영화를 찍으려면 힘들죠. 그리고 10년 후에도 많이 바뀔 것 같아요. 지금 미디어 기술이 변화하는 속도를 봤을 때. 하지만 변하지 않는 중요한 것은 ‘스토리’ 예요. 본인의 이야기. 많은 학생들이 편집 기술, 촬영 기술을 배우거나 미장센(mise en scene : 연극과 영화 등에서 연출가가 무대 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에 대한 연구에만 몰두해요.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 본질이에요. 같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를 제작하더라도 각 사람마다 다르게 만드는 것처럼, 본인의 결을 가꾸는 것이 중요해요. 노력은 필요하지만 노력이 필요하지 않아도 각자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 누구나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데 그 스토리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더 발전시켜야죠.
꼭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부러워해요. 정작 본인이 큰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본인의 것을 자그마하게 생각하는데, 저는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이야기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 영화인, 좋은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해요. 저도 지금 저의 스토리를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젊은 분들에게는 빠르면 빠를수록 더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흑역사가 남들에게는 엄청난 스토리가 될 수 있어요.
정말 마지막 질문입니다. 꼭 카페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사업을 준비하는 창업 준비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철 : 네 있죠. 신중해야 돼요. 두 번째도 신중, 세 번째도 신중. 사업하시는 많은 분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다들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필요하죠. 그런데 돈이라는 것은 한도 끝도 없어요. 백만장자, 억만장자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잖아요. 가게를 천 만원 들여서 만들던, 10억 원을 드려서 만들던 본인의 노력이 중요한 거예요. 10억 원을 들이든 천 원을 들이든 인테리어 해도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끝까지 마음에 안 들어요. 그럼 무엇이 중요한지 명확하잖아요.
두 번째로 의지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결국 가게는 자신이 하는 거예요. 그런데 꼭 남을 생각해요. ‘저 사람이 도와주겠지’, ‘부모님이 도와주시지 않을까’, ‘친구가 디자인하니까 도와주면 좋을 텐데’ 하면서.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이 창업하는 것은 영화와도 비슷해요. 자신만의 생각과 스토리를 지나가는 소비자들이 흥미를 느낄 거예요.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어요. 외국 멋진 베이커리의 키치하고 세련된 로고를 따라 하기보다는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금액 한도 내에서 빚을 지지 않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고 누군가가 좋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자꾸 무엇인가를 더 갖추려고 해요. ‘이런 사람들이 내 곁에 더 있어야 한다’면서. 저는 ‘글쎄요’ 예요. 금전적인 부분과 인간적인 부분 두 가지 모두를 신중하게 생각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그릇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나중에 후회 없을 거예요.
너무 포괄적으로 말씀드린 것 같지만 정말 심플한 답변이에요.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그리고 좋은 팀을 꾸리더라도 사업체를 책임질 사람은 결국 본인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
뼈가 되는 조언이네요.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젊은 청년이 지식보다 지혜를 갈망하는 기분.
인터뷰라기보다 한 '어른'에게 삶의 진짜 모습을 조금 더 발견해가는 지혜를 발견한 특강이었다. 아무래도 조언을 하는 사람은 으레 본인도 모르는 새 소위 '꼰대'의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지만 이철하 씨를 인터뷰하면서 발견한 모습은 나와 같은 젊은 청년. 피터팬이라 하기에는 성숙했고, 아저씨라 하기에는 젊은.
피터팬이라 하기에는 성숙했고, 아저씨라 하기에는 젊은
부러운 점 한 가지 더. 본인의 작품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표현하기를 원한다는 것. 영화는 물론이거니와 운영하는 카페 구석구석, 원두 하나하나, 빵 한 톨까지 '이철하'의 이름을 자신 있게 내걸며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모습이 부러웠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사회에서 가치 있는 일의 경계를 발견한 듯 들뜬 마음.
'브레드피트'의 빵을 먹으며 '이철하' 감독의 영화를 보는 호사를 누려보려 한다.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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