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린이였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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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퇴사한 후 임용고시를 준비했어요.
임 : 한 템포 쉬어가고 싶어서 시작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가 대학교 4년 동안 제대로 공부를 안 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다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는 없고, 추가적인 공부는 계속하고 싶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러 갔죠 노량진에(웃음).
정말 본인이 원해서 했던 공부였겠네요.
임 : 네 저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공부이기보다 그 자체로 즐거웠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교육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겠다는 목적만으로도 공부를 위한 동기부여가 충분히 됐어요. 학생 때는 시험을 치르기 위한 공부였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할 때는 너무 바빠서 책을 펼 시간이 없어요. ‘이제 실무는 어느 정도 알았으니 어떻게 학문과 결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내용이나 훈육이 정확하고 바른 교육이었는지 궁금했던 거죠.
얼마나 준비를 했죠?
임 : 1년 공부했어요. 아이들 2월에 졸업시키고 3월부터 바로 시작했죠.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임 : 시험에 떨어졌어요.
모집 정원도 워낙 적다고 들었어요.
임 : 저는 강원도에서 4년 동안 대학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이 교육받는 현실에 많은 궁금증을 가지게 됐어요. 그리고 열악한 곳에 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의 짐이 있었는데, 임용 고시를 지원할 때도 어느 지역에 지원할지 고민을 했죠. 같은 날 모든 지역에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여러 곳에 넣을 수가 없거든요.
결국 강원도에 지원했어요. 당시 강원도에서는 10명 이하의 교사를 선발했는데 해마다 다른 것 같아요. 다른 지역보다는 경쟁률이 확연히 낮기는 했어요. 경기도는 100명 이상, 서울은 100명 이하, 세종시는 많이 뽑을 때는 경기도보다 더 많이 뽑기도 해서 지역마다 시기마다 달라요.
추후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 있나요?
임 :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며 공부할 수 있었던 시간이 감사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있던 시간을 떠올리며 ‘이런 부분은 잘 못 했었구나. 저런 부분은 잘 했었구나’를 하나하나 정리할 수 있어서 대학교 4년 보냈던 것보다 현장에서 1년을 보낸 후 임용 고시를 준비했을 때 더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그 시간들이 정말 감사했기 때문에 다시 공부할 수 있다면 공부하고 싶어요. 지금도 실제로 아이들을 만나며 일하고 있기 때문에 꼭 합격을 위한 준비가 아니어도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고시 공부가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됐던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요?
임 : 임용 고시를 준비하면 ‘누리 과정’을 배워요. 국가에서 정한 만 3세 ~ 만 5세를 위한 공통 교육 과정이에요. 예전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다른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가르치라는 의미인 거죠. 이에 대해 세세하게 배워요. 교육 이론이 왜 등장했는지, 왜 우리나라는 유치원보다 어린이집이 더 많았는지, 따라서 우리나라 실정에 어떤 교육 과정이 필요한지 자세하게 알 수 있어요.
이런 내용을 알고서 다시 일하게 되니 업무들이 어떤 뿌리에서 나오게 됐는지 알겠더라고요. 가령 A 방법은 교사가 편한 방법이지만 B 방법은 아이들에게 더 적합한 방법일 수 있어서 B 방법으로 전환한다든가.
2015년 초부터 다시 지금 일하고 있는 어린이집으로 들어갔어요. 실무로 돌아간 계기가 있었나요?
임 : 다시 임용 고시를 준비할지 유치원으로 들어갈지 고민하던 중이었어요. 제 선택지에 어린이집은 없었어요. 대학교 학부를 다니면서 어린이집으로 실습을 나가기도 했지만 마음속에 어린이집을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나는 교육을 공부하기 위해 유아교육과를 갔으니 보육 교사가 아니라 교육 교사야’라는 생각이었죠.
지금 어린이집은 예전부터 알고 있던 분 추천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규모가 크고 체계도 잘 잡혀있었어요. 타이밍이 맞기도 했고 주위에서 많이들 추천해주셔서 어린이집에 들어갈 이유가 충분히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훗날의 목표를 위해서도 어린이집을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우열 관계를 따지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임 : 유치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자격 조건이 있는 반면 보육 교사 자격증의 경우 조금 더 수월하게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교사가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언론에서 나오는 아동 학대 사건들도 유치원보다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막연한 서열이 생겼던 것 같아요.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나요?
임 : 제가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많은 부분 해소가 되었어요.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들이 아직 남아있어요.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이 틀리지는 않았구나. 교사 인증이 더 필요하다’라는 생각. 사실 유치원도 마찬가지예요.
원래 가지고 있던 꿈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나요?
임 : 평생 꿈은 아니었어요. 유치원 때 일기를 보니까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라고 쓰여있기는 했는데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잊고 있었죠. 교사를 염두에 두고는 있었지만 유치원 교사가 꿈은 아니었어요. 그저 법조계와 같이 세상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꿈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특히 법조계를 고려했던 계기가 있었나요?
임 :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고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께서 보여주시는 책과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모습으로서 법조인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었네요.
임 : 교사도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죠. 특히 유아 교사의 경우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책임지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꿈을 이뤄가고 있네요.
임 : 네 제 꿈을 이뤄가고 있어서 만족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사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사명감이 요구되는 것 같아요. 본인은 어느 정도의 사명감, 어떤 내용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임 :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늘 ‘아이들을 귀한 사람으로 여기자’라는 생각을 해요. 사명감이 굉장히 중요해요. 돈을 위해서 하루하루 출근한다면 아이들을 만나서도 사무적으로 ‘안녕’ 인사하고 나서 오늘 할 수업만 하면 돼요.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가 정말 중요해요.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그냥 넘기지 않고, 아이들이 잘했다면 무한히 칭찬해줄 수 있는 사명감이 필요해요. 내가 힘들고 지친다고 아이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칼을 내밀어 찌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보이지 않는 칼로 찌른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사명감과는 약간 다른 관점에서 본인의 성격과 얼마나 맞는지도 궁금합니다.
임 : 제 성격과 이렇게 맞을지 저도 몰랐어요. 아이들을 좋아하긴 했어도 직접 그들과 이야기하고 뛰어노는 생활이 괜찮을지 몰랐어요. 실습할 때까지도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실제로 일을 시작하면서 제가 맡는 아이들이 정말 저의 아이들처럼 느껴졌어요. 아이들이 집에서 엄마 아빠와 보내는 시간만큼 저와 오랜 시간 함께 있고, 제가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제 직업과 생활이 즐거워졌어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주기 위해 공부하고 싶었고, 노력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사명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이런 성격이면 좋겠다’라는 성격이 있나요?
임 : 낙천적이었으면 좋겠어요. 한 사건에 꽂혀서 놓지 못하는 성격이면 힘들어요. 아이들이 이상한 행동을 할 때도 있으니 ‘아이니까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엄청 긴장하거든요. 부모가 아니라 선생님 앞이기 때문에. 그때 교사가 ‘괜찮아.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해주는 것이 그들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교사는 마음이 넓고 낙천적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본인이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장난이었어’하고 웃으면서 대할 수 있는 성격.
일반적으로 교사의 수입이 많지 않다고 인식하죠. 직업을 선택하는데 금전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기에, 교사의 길을 선택하면서 ‘돈’에 대한 가치관을 세우는 과정도 필요했을 것 같아요.
임 : 돈만 생각했으면 처음부터 국공립 유치원으로 갔을 것 같아요. 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수입이 높고 안정적이에요. 어린이집의 경우는 뉴스에서도 나오듯이 박봉이라고 부를 정도예요. ‘교사들이 이 정도밖에 안 받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나’라는 생각을 저도 하긴 해요.
그럼에도 저는 돈보다 제가 하는 일의 가치를 보려고 해요. 돈을 봤으면 사립 유치원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때 받았던 월급보다 지금 어린이집에서 조금 덜 받거든요. 저에게는 아이들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해요. 둘 중에 한 곳을 선택하라면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택할 거예요.
지금은 어떤가요?
임 : 지금은 예전보다 월급을 조금 덜 받지만 행복하고 즐거워요.
대학생 시절까지 포함해서 약 8년 동안 한 분야에 몸담고 있어요. 그동안 교수님, 선배, 친구들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언은 무엇인가요?
임 :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칼을 내미는 교사가 되지 말아라’라는 조언이요. 아이들이 듣지 않든 보지 않든 아이들에게 상처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것. 아이들에게 눈빛만으로도 상처를 줄 수 있어요.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보이지 않는 칼을 내밀지 않으려고 해요. 저희는 아이들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교사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되죠. 가르치는 현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 아이를 훈육했던 날에는 집에 돌아와서 마음이 많이 아파요.
선생님이라는 업(業)의 특성상 본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어린 시절 나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에 대한 추억 또는 교육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것 같아요.
임 : 저는 6, 7세에 어린이집을 다녔어요. 부모님이랑 떨어지기 싫어서 정말 많이 우는 아이였다고 해요. 그 당시 원장 선생님께서 저를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것이 기억나요. 제가 무엇인가 하기 싫어서 따로 혼자 밖에 나와있으면 원장 선생님이 원장실로 데려가셔서 이야기해주시고 들어주시고 안아주셨던 기억이 있어요. 그 원장 선생님과 계속 인연이 닿아서 중고등학생 때도 봉사활동하러 그 어린이집에 계속 나가기도 했고, 제가 대학생 때 실습했던 어린이집이기도 했어요.
그렇게 저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을 만나서 그분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시는지 다시 살펴볼 수 있었어요. 유치원 실습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선생님들 연세가 있기도 하다 보니 연륜을 가지고 있기도 하겠지만,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한 마디 해주고 안아주고 원하는 것을 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윗사람으로서 후배 교사들을 존중하고 이해해주면서 많은 부분 참견하지 않더라도 뒤에서 다 체크하고 있는 원장 선생님 모습을 봤을 때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의미가 큰 시간이었겠어요.
임 : 많은 의미가 있었어요. 제가 그 어린이집으로 실습을 갔기 때문에 지금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본인뿐 아니라 어렸을 적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임 : 공적인 자리에서 만났을 때는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시작하지만 업무가 끝나고 밖에서 사적으로 만났을 때 ‘지아야’라고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거리시는 모습을 봤어요. ‘내가 이 어린이집에서 생활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들끼리만 공감할 수 있는 교사만의 고충이 있나요?
임 : 다양한 학부모(웃음). 전에 있던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2시에 하원 했어요. 부모님 모두 맞벌이하기보다는 어머니들이 집에서 아이들의 학업을 맞고 계시는 분들이 맞았거든요. 지금 어린이집에서는 부모님이 대부분 맞벌이를 하다 보니 집에서는 베이비시터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이들을 케어하고 계세요. 그러다 보니 저희들이 마주해야 할 스펙트럼이 일반 학부모님부터 더 넓어지게 된 거예요. 사람과 상황이 다양해졌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를 대할 때는 또 다르더라고요.
연령뿐 아니라 성격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더 힘들 것 같아요.
임 : 저는 모든 사람이 존중받아야 하지만 교사의 경우 더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교사가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듯이, 부모님도 교사를 귀하게 여겨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한 할머니께서 찾아와 교사 중 한 분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화를 내는 모습을 봤는데 이유인즉슨 내 아이만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교사들에게 함부로 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제가 아니라 옆에 있던 선생님의 일인데도 마음이 굉장히 힘들었죠. ‘예전에는 교사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제는 선생님의 사회적 지위가 정말 많이 내려갔구나. 어린이집 교사를 그저 아이들을 돌봐주는 역할로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초등학교 교사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왜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에게만 이렇게 대하는가’라는 생각. 제가 겪어본 바로는 막상 유치원 선생님에게는 그렇게 대하지 않는데, 어린이집 교사에게는 더 막 대하는 모습이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겉으로 보일 듯 말 듯한 차별이네요.
임 : 제가 어린이집을 오지 않아야겠다 생각한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부분이에요. 실제로 이렇게 부딪혔을 때 ‘다시 돌아가고 싶다. 나는 이런 대우를 받으려고 공부한 것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기 때문에. 교사들도 이런 상황에서 확실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그저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할 때.
이런 부분은 교사들만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도 인지해야 하는 부분이네요.
임 : 그래서 부모 교육이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에는 말씀드린 것처럼 베이비 시터,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학부모들의 연령층이 더 높아졌기 때문에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필요한 시대가 된 것 같아요.
교육 커리큘럼은 어떻게 전달받나요?
임 : 정부에서 정해져서 전달돼요. 만 0세에서 2세는 표준 교육 과정, 만 3세에서 5세는 누리과정을 배워요. 그 틀 안에서 짜되 각 원(園)에서 원하는 교육 방향이나 상황에 따라 연간 일정이 달라질 수 있어요. 국공립 기관은 누리과정을 토대로 계획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사립 기관은 더 특수하게 달라질 경우도 있어요. 국가에서는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겠다는 목표로 누리과정을 정해서 배포하고 있는데, 사실 유치원 이외에는 누리과정을 완전하게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원(圓) 별로 다양하겠네요.
임 : 각 특성별로 다양해요.
(왼쪽부터 원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임지아 교사의 문자 및 편지)
커리큘럼이 중요한 만큼 아이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죠.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이들과의 올바른 소통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임 :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저도 좋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만 5세 아이들의 경우를 예로 들면, 주말 동안 부모님과 보고 온 영화에 대해 ‘재밌어요’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선생님은 그 영화를 안 봤으면 아이들과 이야기할 통로가 하나 없어지는 거예요. 제가 영화를 본다면 ‘선생님도 봤어. 재밌더라’라고 하면서 이야기가 통하고, 보지 못한 다른 아이들에게도 귓속말로 ‘이러이러한 내용의 영화라서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거야’라고 귀띔해주면 반 전체가 공감할 수 있어요. 그 영화를 보지 못한 아이들의 부모님들께도 ‘요새 이런 영화가 유행하니까 아이들과 같이 한 번 보세요’라고 추천해줄 수도 있고.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같이 궁금해하고, 이야기하고, 탐색하는 것이 중요해요.
눈높이를 맞추는 방식이네요. 그럼 요새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많이 보겠어요.
임 : 원래 저도 좋아해요(웃음). 아이들과 같이 보면서 더 좋아해요. 예전에 유아반에 있다가 지금은 영아반으로 옮겨서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이 없어졌지만, 유아반에서는 매주 바뀌는 애니메이션을 체크하고 주말 동안 그 영화를 챙겨서 보고 와서 아이들과 이야기했어요.
일반인들은 전혀 생각할 수 없던 부분이네요.
임 : 꼭 챙겨야 하는 부분이에요.
교사들도 사람이다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아이들의 행동을 대할 때 짜증이 날 경우도 꽤 있을 것 같아요. 그 경우 짜증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는지 궁금합니다. 참고로 실제 자녀를 두고 계신 학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질문이에요.
임 : 작년에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아이 한 명을 맡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아이를 그대로 인정하기’였어요. 제가 화가 나는 행동을 하는 아이의 행동을 멈추게 하고 같이 의자에 마주 앉았어요.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소통을 이어갔고, 아이가 선생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선생님 좀 잠깐 기다려줄래?’라고 이야기한 후 그 상황을 벗어났다가 다시 대화했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눈빛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하고 조금 이따가 이야기하자’라고 한 후 한 템포 쉬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제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을 때 그 상황이 마무리가 되더라고요. ‘저 아이에게는 이런 특성이 있구나’라고 인정했을 때 아이가 동일한 행동을 해도 괜찮더라고요. 여기서 교사의 낙천적인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어. 아이는 그럴 수 있지’라고 인정하는 것. 감정의 큰 폭발이 잦은 사람이라면 이 일을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아동학대 관련 뉴스를 안 보려고 해요. 너무 무서워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더 무서워요. 그렇게 감정의 조절이 안 되는 정도라면 스스로도 알 수 있기 때문에 한 템포 쉬어가거나 이직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의견입니다.
그 아이와의 갈등은 잘 해결됐나요?
임 : 학부모님과도 계속 소통하며 ‘이 아이만의 특별함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마음이 가라앉더라고요.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 ‘그런 행동을 네가 할 수 있지. 그런데 선생님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네가 그런 행동을 하면 속상해’라며 대화를 이어나갔어요. 지금은 많이 변화한 후 초등학교로 진학했어요.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는데 도 닦는 모습처럼 보이네요.
임 : 아휴. 도 닦아야 해요(웃음).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상황을 계속 마주하고 있으면 저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고. 사실 그런 아이들이 많지는 않아요.
제가 하는 훈육 방법은 아이들하고 대화하는 거예요. 그 자리가 어디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이 상황에 대해 선생님은 어떻게 받아들였고 어떻게 느꼈다’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다른 아이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훈육하나요?
임 : 제가 요새 영유아 아이들을 경험하면서 발견한 점이 있어요. 한 아이만 다른 공간으로 가게 되면 이상하다고 생각을 해요. 격리된 공간으로 한 아이만 데려가면 남아있는 아이들이 너무 불안해해요. ‘쟤가 어디 가지? 쟤가 잘못된 행동을 했는데 선생님과 다른 공간으로 나가네’라는 생각 때문에 불안해하는 거죠.
제가 때리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언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마주 앉아 대화하기 때문에 굳이 다른 곳으로 데려가지 않아요. 다른 아이들도 보면서 ‘저 아이가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는구나’ 정도이지 혼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아요. 그리고 아이에게 낮은 톤으로 이야기해요. 그랬을 때 다른 아이들도 불안해하지 않아요. 이런 정도까지만 훈육을 해요. 다른 공간으로 데려가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영아반에서도 최근에 비슷한 경우가 있었어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그러면 안돼’라고 공개적으로 말을 했더니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 앞에서 수치심을 느끼더라고요. 그때는 같은 공간이지만 아이 옆에 큰 물건으로 친구들이 보이지 않도록 가려줬어요. 그제야 그 아이가 편안한 얼굴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훈육 방법도 아이들 연령에 따라서 차이가 있구나’를 깨달았어요.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 따라서도 다르고.
정말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많군요.
임 : 방금도 질문을 ‘아이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훈육하셨죠?’라고 물어보셨잖아요. 이론적으로는 그게 맞는 거죠. 아이들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다른 곳으로 데려가서 훈육하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아이와 교사 둘만 남아있으면 굉장히 두려움을 느끼거든요.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기도 해요. 유아반이라도 다른 아이들 앞에서 혼나는 것이 수치스럽다고 느끼면 ‘선생님하고 나가서 이야기할래?’라며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봐요. 아이들의 성향에 맞춰서 교육하려고 노력해요.
정말 상황상 황마다 다 다른 방식이 적용되어야 하네요.
임 : 그래서 교사는 눈치가 빨라야 해요. 한 아이를 보고 있더라도 다른 아이가 이 아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도 생각해야 하고, 이 아이가 느끼는 감정도 생각해야 하고, 처해있는 환경 자체도 판단해야 하고.
유치원에 간 선생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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