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린이였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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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더 무거운 질문을 드릴게요. 몇 년 전부터 아동폭력과 관련된 뉴스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의 사람으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임 : 제가 어린이집에 가기로 결정했을 때 아동폭력 뉴스가 한창 나왔어요. 그때 그 사건들을 보면서 더욱더 어린이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이러한 부분 때문에 가기 싫어했었는데 하필 그 시기에 사건들이 몰아서 터졌어요. 아이들에게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린이집에는 CCTV가 대부분 달려있어요. 그것이 아이를 완전하게 지켜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예방을 위한 영향은 주고 있죠. 그리고 뉴스만 접하면서 어린이집에서 대부분의 아동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알아보니 가정에서 더 많은 폭력이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실태가 대대적으로 드러나면서 교사들에게도 굉장히 많은 아동폭력 예방 교육이 이뤄졌어요. 원장님들도 중요하게 생각하시고서 교육을 더 독려하시고.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유치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하더라도 이와 관련된 교육이 없었거든요. 그 당시 아동학대 신고 번호가 1339였는데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도 임용고시 준비하면서 알았거든요.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아동학대 신고 번호가 112로 통합됐고, 가정학대가 있을 때 교사들이 무조건 신고해야 하고, 같은 동료가 폭력을 행사했어도 신고해야 한다는 더 자세한 내용들을 교육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부모와 교사 모두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제도적인 부분이 더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이런 사건들이 예전에 없었던 게 아니라 새롭게 드러났던 내용 아닐까요?
임 : 저도 아동 폭력 사건이 예전에 없었다가 생겨난 것이 아니라 드러났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있지만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제도적으로 보완 및 변화가 되었지만 아직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임 : 일하다 보면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신체적 학대는 눈에 보여서 확인이 되지만 정서적 학대, 언어적 학대는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CCTV로도 확인이 안 되고. 이런 부분에서 어려운 점이 있어요.
유치원보다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검증이 더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 때문일까요?
임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정부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계속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러 와요. 교사들끼리도 서로 상황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해요. 서로 감시를 하는 거죠 어쨌든. 다만 가정 어린이집의 경우 규모가 작기 때문에 파악하기 힘들어요. 자격증의 경우도 쉽게 딸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사 교육이 이뤄지지 않기도 하죠.
하지만 유치원보다 어린이집에서 더 많은 폭력이 발생하는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어린이집의 수가 유치원 수보다 훨씬 많아요. 그래서 더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겠죠. 유치원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녜요. 어린이집의 규모가 크고 더 많기 때문에 한 번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에서 부각되기 쉽기 때문에 더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신체적 학대에 대한 기준이 있나요?
임 : 눈에 보이는 것으로 기준을 삼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상해가 생기니까. 그런데 모르고 밀치거나 부딪힌 건데 CCTV에서 보면 학대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상황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이 있으면 좋겠어요. 교사들도 ‘내가 이런 행동을 했으니 잘못했구나. 저런 행동은 하면 안 되는구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기준이 있었으면.
어리거나 아직 경험이 부족한 교사들에게는 더욱더. 그분들은 학교에서 중요한 이슈로 공부하고 오기 때문에 이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나이가 지긋하시고 연차가 많이 쌓인 선생님들 중 가끔 안일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만약 아동폭력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진다면 이분들도 본인을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겠죠.
아동폭력 대처 방안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해외 사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있나요?
임 : 아동학대의 경우 저도 관심이 없었어요. 제가 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해외 사례에 대해 다시 조사해봤어요. 먼저 미국의 경우 전담 경찰관이 있고 상담원이 상주하고 있다고 해요.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기구가 있어서 아이들이 상담받고 확인받을 수 있어요. 여러 관련 기구가 연합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아동상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상담을 받고 싶어도 힘든 실정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상담을 받으러 가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처럼 비쳐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필요하니까 이야기하러 한 번 가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문제를 인정하더라도 상담 비용이 너무 비싸고. 한 학부모님께서 ‘아이에게 분명한 문제가 있어서 상담을 받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용기를 낼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비용이 낮아지려면 상담원 숫자가 더 많아져야 해요.
언급하셨듯 비용뿐 아니라 ‘상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임 :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부모님들이 이를 인정하기까지 정말 어려워요. 아이들이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연됐을 뿐이라 정확히 잡아주면 해결되는데 이를 ‘장애’인 것처럼 생각해요. 교사들도 학부모님께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드리지만 부모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가 사실 힘들죠.
교사가 되기 위한 교육 과정에도 이완 관련된 부분이 있나요?
임 : 없었어요. ‘부모 상담’이라고 배우기는 하는데 앞선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대하는 부분은 배우지 않았어요. 아동학대에 대해서도 어떤 종류의 학대가 있는지, 경찰 인계 절차가 어떤지만 배웠을 뿐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내용들은 배우지 못했어요.
현재 교육과정에도 없나요?
임 : 없는 것 같아요.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하러 오시는 분들도 후속 조치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줄 뿐,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가르쳐 주시는 것 같아요.
부모님 입장에서 이러한 실태를 인지한다면 굉장히 불안하겠어요.
임 : 아이들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는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치료받을 곳이나 보호받을 곳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불안해하실 것 같아요. 대대적으로 이슈가 됐을 때 미흡한 부분이 보완되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미디어에 많은 사건 보도가 되었을 때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가 생각을 바꿨어요. 널리 알려질수록 교사들도 서로 조심하거든요. 다른 교사가 폭력을 가했을 때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도 가해자가 될 수 있어요. 서로 폭행 현장을 발견했을 때 신고해야 된다는 인식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다른 주제로 넘어가 볼게요. 우리나라에서 특히 양극화 문제가 심하기 때문에 교육 분야에서도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죠. 심지어 유치원도 ‘학군’이 생길 정도로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는데 일선에서 지켜보는 교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임 : 처음에 일했던 곳은 경기도였고 지금은 서울 중심부에 있어요. 참 다르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어요. 아이들의 삶의 모습이 달라요. 아이들이 설마 정말로 어떤 아파트에서 어떤 차를 타며 사냐고 물어볼까 의구심이 있었어요. 지금 있는 곳에서 아이들이 정말 비교하더라고요. ‘우리 아빠 차는 이건데 너희 아빠 차는 뭐야? 그 차는 어디 브랜드 차지?’, ‘저희 집은 몇 평이야? 우리 집보다 작네’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대화를 들었을 때 그 대화에 교사가 끼어들지는 않지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경기도에 있을 때는 아이들이 그런 주제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거든요.
지금의 직장에서는 정반대 모습을 봐요. 아이들이 소득 격차에 관한 이야기를 무심코 해요. 본인 가정이 가지고 있는 것들로 남들과 비교하는 언어를 많이 써요.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잖아요.
임 : 아이들에게 ‘너 그런 말 하지 마’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저건 아닌데’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비교당해서 속상한 아이가 생기면 선생님도 좋은 것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해요. 아이들은 선생님을 더 높게 보니까. 모두가 다 좋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해주죠. 나쁜 게 아니라는 것.
부모님에게서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예민한 부분이에요. 아이들에게 잘 못 된 거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데. 참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속설이 아니라 현실이에요.
이런 모습이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나요?
임 : 차별도 하고 편견도 갖게 되겠죠.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밖으로 꺼냈다는 건 부모님들이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이야기이고, 7세밖에 안된 아이들이 이런 영향을 받았다는 건 앞으로도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여지가 많다는 의미예요.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편견, 차별을 계속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 같아요.
이와 같은 디테일한 부분은 관리하기 어려우니 교육 내용은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적용하려고 하는 거군요.
임 : 정부에서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육을 평준화하기 위해 누리과정을 제공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부에서 원하던 만큼 누리과정이 잘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부족한 상황이에요.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니는 아이들이 생기죠. 의무 교육이라고 하면서도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 실정이에요.
본인은 유아 교육의 평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임 : 지금 적용되고 있는 누리과정이 전국적으로 잘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어린아이일수록 각자의 재능을 찾을 수 있는 탐색 과정이 중요한데 부모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해요.
비단 교육 기관뿐 아니라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의미군요.
임 : 아이들이 어릴수록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다른 교육 이슈가 있습니다. 이미 초등학생, 중학생 위주로 선행 교육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지침이 적용되고 있는데 유아 교육이라고 다를 것 같지 않아요.
임 : 유치원에서도 선행 교육을 해야 한다는 원장 선생님들의 입장이 대부분일 거예요. 유치원도 원하고 부모님도 원하기 때문에 교사들도 할 수밖에 없죠. 나라에서 정한 교육 방침에 따르면 6, 7세 아이들이 20까지 셀 수 있으면 잘하는 건데 지금 아이들은 구구단을 외워요. 예전에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몰라도 괜찮다고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교사가 학부모와 면담할 때 ‘어머님 문제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해요. 다른 아이들은 다 하니까. 부모님도 조급해지고 교사도 조급해질 수밖에 없어요. 자연스레 선행 학습을 할 수밖에 없어요.
작년까지도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알림장을 쓰고 받아쓰기를 했어요. 올해부터는 1학년 아이들이 알림장과 받아쓰기를 안 해요. 예전에는 초등학교로 진학하기 전에 알림장 쓰기, 받아쓰기, 반장 선거 활동을 했었는데 이제는 안 하죠. 사실 7세 아이들이 받아쓰기한다는 게 말이 안 되어요. 아이들이 이것들 때문에 울면서 와요. 그럼에도 교사 입장에서는 부모님들이 원하니까 해줄 수밖에 없고. 부모님들도 선행 학습을 해줘야 ‘고맙습니다’, 안 하면 ‘왜 안 합니까’라고 이야기를 하고.
교사들도 괴리감을 느껴요. ‘내가 해야 하는 교육이 이런 건가. 이런 거 할 때가 아닌데’라며. 그런데 부모님들은 가르쳐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선행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어요.
말 그대로 정규 교육 과정보다 앞선 내용을 배우는 것이 선행 학습인데, 어릴 때부터 교육 내용을 당기고 당기다 보니 초중고 과정 모두 선행 학습을 하게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었네요. 실태를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 방안이 있나요?
임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초등학교에서 알림장 쓰기나 받아쓰기를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에요. 학부모님들이 왜 선행 학습을 하지 않냐고 물어보시면 말할 이유가 생기죠. 이런 부분이 없어지면 부모님들도 아이들을 굳이 힘들게 할 필요가 없으니 이해할 수 있어요.
제가 아직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아니라 쉽게 쉽게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정작 학부모의 입장이 되면 선행 학습에 대한 유혹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부에서 이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면 좋겠네요.
임 : 국가에서 조치를 취하면 좋겠지만 사실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가지고 있어요. 정부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사교육을 중고등학생들 다 하고 있잖아요. 지금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도 사교육 다 하고 있거든요. 아이들이 사교육 받느라 힘들다는 이야기를 저희에게 와서 많이 해요. ‘선생님 저 내일 소풍 갔다가 영어 학원 가야 돼요’, ‘저 학원 몇 개 다니는지 알아요?’라는 말을 해요.
교사 입장에서는 ‘나는 어릴 때 뛰어놀았는데 지금 저 아이들은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죠. 학부모는 ‘내가 지금 사교육을 시켜 놓지 않으면 초등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들어갈 레벨이 없다’고 생각해서 포기를 못해요. 저도 아이를 낳으면 적당한 사교육을 병행하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어요. ‘대한민국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서 생겼죠.
선행 학습이 불가피하다면 모든 과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임 : 모든 과목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태권도처럼 아이들이 원하는 사교육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원하니까. 그런데 부모가 먼저 원해서 시키는 사교육은 다르죠. 같은 태권도를 배운다고 하더라도 엄마가 ‘너 태권도 학원 다녀. 태권도 학원 갔다가 피아노 학원 가고 수영하고 와’라고 하는 것을 다르죠. 아이가 먼저 ‘엄마 나 수영 한 번 배워보고 싶어’라고 했을 때 사교육이 사교육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활동을 지원해주는 것이 돼요.
학부모님들이 구태여 저에게 아이들에게 어떤 사교육을 시키면 좋을지 물어보시면 저는 외국어 공부를 나지막이 추천해요.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외국어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종종 연락이 와서 안타까워요. 아이들이 외국어 공부에 치이는 모습을 보니 지금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라도 조금 더 외국어에 친근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왼쪽부터 임지아 교사의 가족 사진들)
무거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게요. 먼저 부모님과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임 : 관계는 좋아요. 어떻게 좋다고 해야 되지(웃음)?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로 진로를 선택했을 때 지지를 해주셨는지 궁금했어요. 부모님의 영향으로 법조인을 꿈꿨던 부분도 있다 보니.
임 : 처음에 이 분야를 선택했을 때에도 ‘네가 좋아하니까 괜찮아’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제가 확고하게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으시는 분들이에요. ‘네가 고심해서 결정했다면 우리는 응원하다’고 말씀해주셨죠. 첫 직장에서 많이 힘들어했을 때 부모님도 같이 괴로워해주시기도 했고. 중간에 아이들을 놓고 직장을 그만두고 싶었을 때에도 부모님께서 늘 옆에서 보여주셨던 한결같은 모습 덕분에 저도 아이들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책임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처음 교사가 돼서 아이들을 맡았을 때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저는 그 당시 그만두지 않아서 지금까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책임을 져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떠나간 선생님에 대한 상처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다른 많은 교사들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임했으면 좋겠어요.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시고 부모님께서 뿌듯해하셨겠네요.
임 : 견뎌내는 모습을 보시고 굉장히 기특해하셨어요.
남동생도 지지를 많이 해줬다고 들었어요.
임 : 동생은 다른 분야에서 공부하고 일하다 보니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들으면서 ‘이런 상황이 있구나’하며 같이 안타까워하며 들어주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도 더 쉽게 어려움을 말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가 풀리죠.
작년에는 결혼을 하셨죠. 배우자 역시 현재 하는 일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임 : 음. 큰 영향은 없는데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 부모님을 바라보는 마음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지금도 물론 귀한 아이들인데 ‘만약 내 아이라면?’이라는 전제가 하나 더 붙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내 아이에게 교사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를 고민하게 돼요. 그리고 예전에는 부모님들께 직설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했다면 이제는 ‘내가 교사를 만나러 올 때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올까?’를 생각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왼쪽부터 임지아 교사와 남편의 웨딩 사진들)
실제로 부모가 된 후 아이 교육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생길 것 같습니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어떤 부분들이 걱정되나요?
임 : 아까 말씀드렸듯이 예전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절대 사교육 안 시키고 뛰어놀게 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교사로 일하면서 ‘사교육을 제공해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가?’를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배우고 생각했던 내용들과 괴리감을 느껴요. 저는 아이를 힘들게 하기 싫지만 부모가 제공해주지 않은 사교육으로 인해 아이 인생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가치관을 따라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게 돼요.
반면에 기대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임 : 저와 남편의 성향을 닮았을 테니 ‘어려운 교육 환경도 잘 이겨내겠지’라는 기대. ‘아이가 자라 가는 과정 속에서 필요한 것을 잘 제공해주면 되는데 왜 지금부터 걱정하고 있는가’라는 생각도 해요. 오롯이 아이에 대한 기쁨과 감사가 있어요.
교육자로서 본인의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임 : 즐겁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랑스러운 사람. 다른 친구가 혼자 놀고 있을 때 혼자 말 걸어줄 수 있고, 그 친구가 다른 친구랑 놀더라도 웃으며 또 혼자 있는 다른 아이에게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생각인가요?
임 : 네 제가 만났던 아이 중에 그런 아이가 있었어요. 전학 온 친구 한 명이 너무 새초롬해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어서 그 아이에게 ‘전학 온 친구랑 같이 놀아줄 수 있겠니?’라고 부탁했어요. ‘알겠어요’하고서 매일 그 친구의 안부를 물어주고 같이 놀아주고 편지도 쓰면서 신경 써주는 거예요. 이제 전학 온 친구도 반에 적응해서 다른 친구들이랑 노는데 그 아이는 신경 써 준 친구가 본인이 아닌 다른 친구랑 놀더라도 개의치 않아하고 다시 다른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러다 또 혼자 있는 아이를 찾아서 챙겨주고. 그 아이를 보면서 제 아이도 혼자 있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아이의 부모님을 보면서도 많은 것을 느꼈어요. 아이들과 친구처럼 밝게 지내시더라고요. 아이가 모두 밝고 행복한 아이들이었어요.
그럼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어느 곳에 아이를 보내고 싶나요?
임 : 한 곳만 보내야 한다면 유치원. 하지만 저도 맞벌이를 하는 부모로서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 실정에 있어요. 가정 어린이집보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고, 만 0세에서 1세까지는 제가 돌보다가 만 2세가 되면서 보내고 싶어요. 그 시기는 아이와 부모 간에 애착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인데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맞벌이를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모습을 현장에서 많이 보다 보니 최소한 1년이라도 제가 안아주고 애착을 형성한 다음에 만 2세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 만 3세부터는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요.
홈스쿨링, 대안학교 등 다른 대안 교육 방법도 꽤 있잖아요.
임 : 음. 다른 선생님들과도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어요. 어떤 선생님은 놀이 학교에 보내겠다는 분도 있어요. 그래도 저는 나라에서 인정받은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요. 시스템적인 측면이나 교사 자격에 대해서도 검증된 부분이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안정됐기 때문에.
선생님 입장에서 좋은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나요?
임 : 해당 원의 교사가 얼마나 교체되지 않았는가. 매년 신입 교사가 들어오는 곳인지 아닌지를 따져보시면 잘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근래 많이 보는 부분은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이에요.
이런 부분들에 대한 부모님들의 입소문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기도 하죠. 요새 유치원에 들어가기가 힘들어서 대기를 많이 해야 하는 실정이에요. 저희 어린이집의 어떤 부모님은 아이가 이미 태아였을 때부터 대기해서 보냈다는 분도 있었어요.
일반 회사랑 비슷하네요.
임 : 네. 저 직장인입니다(웃음).
만 2세가 되기 전까지는 본인이 직접 키우고 싶다고 하셨는데 생각해둔 교육 방법이 있나요?
임 : 가정에서 아이와 있는 시기는 교육이라기보다 함께 있는 시간이에요. 직장에서 하듯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홈스쿨링인 거죠. 이후에는 아이도 다양한 친구들, 선생님들을 만나는 경험을 하도록 해주고 싶어요. 엄마는 엄마이지 교사는 아니잖아요. 아이에게 존경받는 엄마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 교사로서의 엄마는 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아이를 낳게 되면 경력이 단절되기 쉬운 게 우리나라 실정인데 이후를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요?
임 : 현재 육아휴직 1년을 사용할 수 있는데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아이와 1년 시간을 같이 보내고 그 후에 아이가 원(圓)에 들어갈 수 있다면 제가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복직할 수 있겠죠. 만약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 있는 상태를 불안해한다면 일을 그만두고 아이와 함께 있을 생각이에요.
제 직업은 특수한 경우예요. 본래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제가 일을 그만두었다가 후에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나쁘지 않다고 봐요. ‘내가 갈 곳 없겠냐’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 경력이 단절된다고 해서 심하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교육자로서 존경하는 교육자가 있나요?
임 : 앞서 말씀드렸던 원장 선생님. 담임 선생님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저를 채워 줬던 따뜻함이 지금도 남아있어요. 그래서 늘 찾아뵙고 인연을 유지했죠. 그리고 제가 만났던 선생님들 모두 존경했어요. 물론 모든 분이 다 좋은 선생님은 아니었죠.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선생님을 봤을 때 그 부분을 닮지 않아야겠다고 거꾸로 생각했어요.
현재 행복한가요?
임 : 지금 행복해요(웃음).
어떤 요소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임 : 평범한 일상이 저에게 행복을 주고 있어요. 집에 들어오면 가정이 있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직장에서 나를 보며 웃어주는 아이들과 소소하게 즐거움을 나누는 동료 선생님들이 있고. 평범한 일상 안에 갑작스러운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요.
교육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임 : 음. 교육의 목적. 아이들이 살아가며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어렸을 적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어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 유치원, 어린이집 교육은 아이들의 첫 교육이자 보육이라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 같아요.
교육과 관련하여 봤던 영화 또는 책 중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임 : 영화 ‘블랙’을 보면서 ‘나도 저런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단호할 때는 단호하고 따뜻할 때는 따뜻한. 내 학생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갈 수 있는 교사.
교사가 된 후 필요하다고 느꼈던 책은 신의진 작가의 ‘아이심리백과’예요. 학부모님들도 읽기에 좋아요. ‘우리 아이가 이 나이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잘못됐어’라고 생각했던 내용들이 전혀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그 시기에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부모님들이 읽어보기에도 좋고 저도 학부모님들 면담하기 전에 그 책을 봐요.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가요?
임 : 최근에 생긴 꿈이에요. 통일이 됐을 때 북한에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러 가는 것이 제 꿈이에요.
어떤 계기로 꿈꾸게 되었나요?
임 : 남한의 아이들은 잘 먹고 잘 지낼 수 있는데 북한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을 테니까요.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현재 우리나라 아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과 보육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아이들은 모두 존중받아야 하고 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북한의 아이들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현재 꿈과 희망 없이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임 : ‘걱정 마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도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을지 몰랐어요. 한 번의 다른 선택으로 인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던 기회가 많이 있었죠. 제가 돈과 명예와 상관없이 내 가치관을 따라 교사라는 직업을 하고 있듯 그들도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천천히 열심히 노력하며 걸어가고 있다면 분명히 결과가 나타날 거예요. 느린 것 같다고 조급해할 필요 없이, 남들과 비교할 필요 없이 ‘내가 태어난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걸어갔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목표로 하는 그 날이 왔을 때에도 ‘내가 너무 조급하고 힘들게 살아왔어’라는 말보다 ‘내가 행복하게 걸어왔어’라는 고백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걱정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찌 됐든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 제가 너무 낙천적인가요(웃음)?
음. 본인의 가치관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이 가치관을 따라 살아왔고, 본인에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교사가 되기 위해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임 : 학부를 전공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제 조언이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실습할 때 또 다르고, 사회 나오면 또 다르니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초임 교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조금만 더 견디고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도 처음에 이 일이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너무 힘들어했는데 해가 갈수록 더 좋아져요. 갈수록 의미가 있고 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당신이 이 일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 줬으면 좋겠어요. 특별히 유아 교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1, 2년 안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1년만 일하고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포기할 수 있었는데 1년, 2년 지나가고 3년 넘어가면서 일이 더 좋아졌거든요. 1년 만에 포기하지 말고 본인에게 시간을 더 줬으면 해요. 전공 공부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걸어가 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서. 교사라는 사명의 귀함과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어떤 분야에든 적용될 수 있는 조언이네요.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 입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참여해줘서 고맙습니다.
인터뷰 내내 필자 본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봤다.
마치 징검다리처럼 띄엄띄엄 떠오르는 추억들. 그중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은 무척 어른이었다는 생각.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어렸던가. 가르치는 사람이기에 부러웠고, 더 많이 아는 사람이기에 대단해 보였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교사의 말을 들어보고 나서야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교사라는 지위에 앞서 능력을 갖춰야 하며, 능력을 갖추기에 앞서 사명과 책임을 동시에 지녀야 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사람이기에 부러웠고, 더 많이 아는 사람이기에 대단해 보였다
어릴 적 인연을 맺었던 선생님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는 임지아 씨가 부러웠다. 어찌 보면 부모님보다, 심지어 나 자신보다 내 어린 시절을 잘 알고 있는 분일 테니. 이런 대리(代理) 추억 조차 교사의 능력이자 사명이며 책임일 테다.
어른이 되어서야 되뇐다.
나도 어린이였던 때가 있었다.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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