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삶에 대하여
* 앞선 인터뷰를 먼저 읽으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합니다(클릭 시 앞선 인터뷰로 이동)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렸을 적 성격이 궁금하네요. 어릴 적부터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었나요?
구 : 아뇨. 원래 그렇지 않았어요. 회사 다니면서 바뀌었어요. 대학생 시절 해외 봉사활동 나갔을 때 영향도 있어요. 처음 해외를 나갔을 때였는데 당시 대학생들이 해외여행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돈도 없었고. 가봐야 일본이었죠. 처음 해외를 러시아로 가보고 역마살이 껴서 계속 돌아다녔어요. 필리핀, 중국 등. 그렇게 다니면서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느끼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큰 경험이었으니까.
가족들과의 관계도 궁금합니다.
구 : 잘 살고 있죠 뭐(웃음).
해외에서 거주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반응도 궁금해요.
구 : 미쳤냐고 그랬죠(웃음). 예상 가능한 반응이죠.
걱정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구 : 뭐 한국에 있으면 걱정 안 하나요. 걱정 요만큼 더 하는 거죠. 큰 차이 없어요. 그 걱정 때문에 내 삶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가족들이 걱정해서 포기할 수는 있죠. 그런데 평생 후회할 거예요.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지금은 응원을 해주시나요?
구 : 글쎄요(웃음). 그냥 그러려니 하시는 거죠.
친구들도 대부분 한국에 있겠네요.
구 : 친구들이 이곳으로 놀러 오면 되죠. 한국에 있어도 안 만나게 되잖아요. 결혼하고 애 낳고 돈 벌고 살림하느라. 총각 때는 매일 만나서 놀고 술 마실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각자 가정이 있으니 못하잖아요. 별로 보지도 않고 연락도 자주 안 해요. 뭐 연락을 하면서 살아(웃음). 각자 살다가 ‘잘 있냐?’ 한마디 물어보는 거죠. 가끔 블라디보스토크로 놀러 와요. 멀지도 않으니까. 지방 가는 기분으로 오는 거죠. 서울에서 부산 가는 느낌으로. 비행시간도 짧잖아요. 실제 비행시간은 한 시간 반 밖에 안 돼요.
심리적 거리는 멀지만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요. 사람들 마음속에서 블라디보스토크는 굉장히 먼 곳이에요. 러시아는 굉장히 먼 나라예요. 실제로는 가까워요. 거리는 가까운데 이국적인 곳이죠. 아시아에 있는 도시 중에서 이렇게 이국적인 도시는 별로 없어요. 다 유럽 사람이잖아요. 실제로 이곳 사람들한테 ‘너 유럽 사람이야?’라고 물어보면 아시아 사람이라고 해요.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이런 이야기를 해줘요. ‘만약에 모스크바에 있는 내 친구에게 놀러 가서 내가 유럽 사람이라고 하면 그 친구가 뭐라고 할 것 같니?’라고. ‘촌놈이 무슨 소리야’라고 한대요. 심지어 모스크바에 사는 사람들도 유럽의 변방에 있다고 무시당하는데 블라디보스토크는 극동에 있잖아요. 이곳 사람들은 유럽은커녕 모스크바에도 못 가본 사람들이 더 많아요. 스스로 아시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러시아에 와서 친구들은 많이 생겼나요?
구 : 아니요. 일이 바빠서 사실 많이 못 만났어요. 몇 명 있기는 한데 일이 바빠서 자주 못 만나요. 이곳(게스트하우스)에서 벗어나질 못하니까. 노예예요.
(왼쪽 위부터 이국적인 블라디보스토크 풍경)
평소 본인이 행복해지기 위한 습관이나 취미가 있나요?
구 : 다 잊어버리려고 해요. 멍 때리기. 생각을 안 하기. 생각이 없기는 한데 제가(웃음).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너무 빨리 달리거든요. 너무 많은 것을 듣고 보면서. 저는 스마트폰을 별로 안 좋아해요. 심지어 회사 다닐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회사를 옛날에 다녀서 그런 건 아니고요(웃음). 2014년에 퇴사했으니까. 저는 삶과 회사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싶었어요. 사실 야근이 많았기도 했지만. 팀장이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 자체가 싫었어요. ‘나는 집에 왔는데 나에게 왜 메시지를 보내는 거야?’라며. 퇴근이 퇴근이 아니라 일이죠 이건.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면서. 제 하루 일정이 아침 6시부터 시작해서 잠들기 직전까지 일을 했어요. 이런 이유 때문에 (스마트폰이) 싫었어요. 속박되는 것이 싫었어요.
스마트폰은 기계잖아요. 그런데 끌 수 없어요. 꺼 놓을 수 있으세요? 쉽게 끄질 않죠. 오셨던 손님 한 분이 해줬던 이야기인데,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부모님의 사망과 비슷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스스로 끄질 못해요. 배터리 없으면 불안하지 않으세요? 불안하죠. 왜냐하면 이것(스마트폰)이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부분이 저는 싫었어요. 지하철 타면 다들 스마트폰만 보고 있어요. 뭘 보나 들여다보면 그냥 가십 거리들 보고 있어요. 중요한 뉴스가 아니에요. 안 봐도 되는 것들이에요. 쓸데없는 것들만 보고 있는 거예요. 굳이 내가 몰라도 되는 것들. 몰라도 내가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것들. 이런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보고 있어요 계속. 잘 때까지.
그래서 저는 스마트폰을 사용 안 했어요. 물론 지금이야 먹고살라고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지만(웃음). 게스트하우스에만 제 전화기가 3대가 있어요. 아이러니하죠. 우리는 폰을 꺼 놓을 필요가 있어요. 꺼 놓아도 아무 문제 안 생겨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휴대폰 없이도 살았었네요.
구 : 없이도 살았죠. 저는 그게 너무 좋았어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한 겨울 5시에 종로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나서 상대방이 약속 시간 지나도 안 나타날 경우 요즘에는 바로 메시지 보내죠 어디냐고. 출발은 했냐고.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오라고(웃음). 예전에는 그냥 기다렸잖아요. 10분이든 20분이든. 지금은 소통은 많아졌는데 더 외로워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는 여행을 추천해요. 강제로 휴대폰을 못 쓸 수 있거든요. 있어봐야 쓸모없어요. 인터넷이 안되니까. 일주일 정도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삶이 조금은 달라질 것 같아요.
반대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있었나요? 가령 통근 거리가 길다거나.
구 : 맞아요. 길에서 의미 없이 버리는 시간이 많죠. 한국에서 살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고. 그런데 스스로 경계를 구분 짓지 못하면 자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꼴이 돼요. 회사는 회사일 뿐이고, 일은 일일 뿐인데 내 삶은 따로 있는데 내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지 못해요. 일이 전부인 것처럼 행동하잖아요. 저도 회사 다닐 때 그랬어요. ‘돈 많이 벌어야지’라면서. 그런데 그것들이 전부가 아니거든요. 오늘 일 안 했으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못 했으면 내일모레 하면 되고. 회사 다닐 때 했던 질문이 있어요. ‘이 일을 하면 누가 좋아할까?’ 회장님은 좋았겠죠. 회장님은 좋아했겠지만 우리 부모님과 저에게는 싫은 거죠.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해요.
사실 그 경계를 잡아 내기가 힘들어요. 모호하잖아요. 회사에서 누가 이해해주지도 않고.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이 스마트폰 안 쓰기였어요. 업무 끝나고 나면 메시지를 못 보내니까. 왜 스마트폰 안 쓰냐고 물어보면 ‘사주세요’라고 답했어요. 본인 돈 들여서 사주지는 않거든요. 물론 지금 같으면 싼 폰 사주겠죠(웃음). 경계를 찾는 것이 본인 삶의 정체성을 찾는 것과 같아요.
본인의 정체성을 일에 투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구 : 굉장히 많잖아요. 회사 다닐 때 고위 임원분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저에게 가끔 ‘재미있냐?’라고 물어보실 때가 있어요. 저는 ‘재미없어요’라고 대답하죠. 그럼 데리고 나가서 두 시간 동안 ‘회사는 재밌어야 한다. 나는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왔는데 회사가 재미없었으면 어떻게 월급쟁이로 살아왔겠냐.’라고 말씀하시고(웃음). 그분이 했던 말 중에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노력의 100%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80%를 쓰는 것이다. 네가 돈은 받으니까 80% 정도는 일을 하고 나머지 20%는 너 자신을 위해 써라’라고. 그분은 샐러리맨으로 시작해서 부회장까지 오른 분이니까 본인 분야에서는 No.1이셨죠. 그럼에도 그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사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죠. 100%를 넘어서 120%를 해야지. 그런데 반대로 말씀하셨죠. 그 양반 때문에 제가 때려치운 거예요(웃음).
감사해야겠네요.
구 : 네. 늘 감사해요(웃음). 독특한 분이셨는데.
그럼에도 퇴사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죠.
구 : 그때 미쳤다니까요. 그래서 누구에게 저처럼 살라고 말을 못 해요. 남의 인생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주제넘은 이야기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은 본인 스스로의 선택인 거죠. 내 이야기를 해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살아라’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그건 꼰대 짓이죠. ‘우리 때는 안 그랬어’라고. 옛날이니까 안 그런 거죠. 지금은 세상이 변했는데.
연관된 질문을 드리려 했어요. 요새 한국 청년들은 꿈을 갖지 못하거나 꿈이 있더라도 여러 장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은지 궁금해요.
구 : 말 안 한다니까요(웃음). 제가 뭐라고 감히. 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하면 돼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게 더 문제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거고. 노력하면 적어도 조금은 돼요.
저 취업할 때는 일자리 구하기 쉬웠어요. 저도 100군데 정도 원서를 썼는데 몇 군데는 연락이 왔어요. 그때도 어렵다 어렵다 했는데 지금은 더 힘들어졌죠. 제 공채 동기가 150명 있었는데 나중에는 한 해에 한 명도 안 뽑은 해가 생겼어요. 그때 청년들 살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다고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할 때 모든 것을 다 준비해서 시작할 수는 없어요. 자그맣게라도 시작해보면 답이 나와요.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표현이 생각나네요.
구 : 네 맞아요. 일단 해보고. 안 해보면 어떻게 알겠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언제까지 하고 싶은가요?
구 : 재미없을 때까지. 가슴이 뛰지 않을 때까지. 모르죠 뭐. 내일모레 라도 당장 때려치울지. 제가 재미있어할 다른 일을 위해 떠날 겁니다. (지금 이 일을 하면서) 내일이 기대돼요. ‘내일은 어떤 손님이 오실까’하면서. 그게 가장 재밌어요. 오픈부터 지금까지 약 2,200명이 왔거든요. 또 다음 2,200명은 누가 올지 궁금해요.
군 생활은 신병교육대에서 했어요. 매 6주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요. 제가 인사 담당이어서 들어오는 신병들 면담을 하면서 생활기록부 내용과 맞는지 확인했거든요. 6,500명 정도 됐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하시는군요.
구 : 도와주는 것을 좋아해요. 최소한 사기는 치지 않으면서. 마케팅은 어찌 보면 사기예요. 제가 생각하기에 마케팅은 좋지 않은 물건을 좋다고 포장하며 파는 일인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전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하면서 느꼈던 부분이었어요.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져다 놓고 좋은 것이라고 포장해서 파는 것이 제 일이었어요. 그런데 그 일이 저는 너무 싫었어요. 누구나 하고 있지만 사실 나쁜 일이잖아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지금의 일을 하면서 적어도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우리 집 좋지 않다고. 좋지 않지만 요금은 받아야 해서 받는 거예요. 재밌는 여행이 됐으면 하니까.
블로그를 보면 블라디보스토크에 정말 볼 것 없다고 써놓은 글들이 많아서 특히 더 신경 써요. 저를 만나지 않은 사람들은 이곳이 재미없다고 하죠. 2박 3일도 길다고. 저는 이런 분들에게 블라디보스토크가 재미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즐길 것도 많고 할 것도 많고. 일주일도 모자라다고. 정말 재미있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 휴가의 소중함을 알거든요. 직장인들에게 3박 4일 휴가는 오아시스 같은 시간인데. 그 시간을 위해서 몇 개월을 버티면서 일하는 건데. 블라디보스토크가 그분들에게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발 붙이며 살고 있는 동네이기도 하니까.
(위부터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 내부)
마지막 질문입니다. 꿈이 무엇인가요?
구 : 재밌게 사는 거요. 대단한 꿈은 없어요. 삶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번 밖에 못 사는데. 재밌는 계획은 하나 있어요. 지금 게스트하우스 주변 건물들을 다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고 중앙 마당에 모여서 파티하는 것. 금요일 밤에 열고 이 동네에서 가장 핫(Hot)한 파티를 만드는 거죠. DJ 부스도 만들고.
재밌겠네요. 다시 꼭 오겠습니다.
구 : 네 꼭 오세요.
번외 질문들 : 번외라 쓰고 꿀지식이라 읽는다
여행지로서 블라디보스토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구 : 색다른 거요. 가깝고 색달라요. 직장인들에게는 시간이 없어서 멀리 못 가요. 동남아도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멀리 가지 못하지만 어디든 가야겠고. 중국이나 일본은 너무 많이 다녀왔고. 그런데 블라디보스토크는 새로운 여행지거든요. 일단 러시아는 미지의 나라죠. 와본 적이 없어요. 파주 영어 마을이나 에버랜드 같기도 하고. 사실 이곳이 한국보다 더 아시아예요. 극동이거든요. Far East. 한국보다 시간이 한 시간 더 빠르죠. 색다름을 느낄 수 있는 도시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구 : 음. 사실 러시아에서는 러시아 음식이 발달하지 않았어요. 옛날 러시아 지배계층은 프랑스어를 사용했어요. 유럽을 동경했죠. 왕족도 유럽인들과 혼혈 관계로 이루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럽 음식을 먹게 됐죠. 지배계층의 음식 문화 발전에 따라 피지배계층의 음식 문화도 발전하잖아요. 그리고 러시아 땅에서는 작물이 자라지 않아요. 우리나라만 해도 사계절이 뚜렷해서 여러 작물이 다양하게 자라나는데 여기는 감자밖에 없어요. 오죽하면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식을 말할 때 보르쉬(борщ)라고 해요. 빨간 뭇국 같은. 감자를 으깬 빵 흘렙(печёный). 블린(блины). 이 정도밖에 말을 못 하여요. 마카롱도 맛있다고 하는데 그건 프랑스 음식이고(웃음). 음식 문화가 발전하지 않았어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보르쉬, 흘렙, 블린, 샤슬릭)
대신 여러 나라 음식이 모여있죠. 이탈리아, 프랑스, 중앙아시아, 몽골, 중국 음식. 이곳 중국 음식도 특이해요. 사실 우리나라 중국 음식도 중국에 없잖아요. 여기도 러시아식 중국 음식이 있어요.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고기 음식도 많고요. 샤슬릭(Shashlik)이 대표적이죠. 러시아 음식을 대표한다고 하지만 사실 러시아 음식이 아닌 거죠.
디저트도 발달했어요. 블린 같은. 무엇보다 저렴해요. 파인 다이닝(Fine dining) 레스토랑도 한국 가격의 1/3 수준. 부담이 없어서 여자분들이 좋아해요. 한국에서는 고급 레스토랑 가면 가격 부담이 크잖아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레스토랑 투어만 해도 갈 곳이 많죠.
해양 도시다 보니 해산물 음식이 발달했을 것 같아요.
구 : 비싸서 못 먹어요 러시아 사람들은. 좋은 해산물은 다 한국과 일본으로 갑니다. 해안가에 가도 수산물 가게가 거의 없어요. 우리나라 같으면 회 센터가 있어야 하잖아요. 수족관에나 가야 볼 수 있어요. 시장에 가도 냉동 제품밖에 없어요.
좋은 상품은 수출하기 때문이군요.
구 : 제 생각에는 그래요. 좋은 값을 받고 팔 수 있는데 굳이 유통도 안 되는 이곳에서 팔 필요가 없잖아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러시아 경기가 안 좋아요. 비싸서 못 먹어요.
블라디보스토크에 와서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구 :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요(웃음). 시간이 많이 없다면 워킹 투어를 추천드려요. 시간이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아침 10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 안에 끝나요. 제가 도시의 역사부터 숨겨진 명소까지 소개드려요. 첫날 도착하면 해양공원에 가서 석양과 함께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시고, 다음날 워킹 투어를 받은 다음에 마지막 날 좋았던 곳이나 못 가본 곳을 가는 2박 3일 일정이면 충분해요. 오시는 분들은 준비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몸만 오시면 돼요.
제가 도보 투어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어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무슨 가이드 투어냐. 그냥 책 보고 가면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이드 책 사도 갈 때까지 안 보게 되거든요. 비행기 안에서 보려고 무겁지만 또 챙겨요. 갖고 타지만 바로 잠들죠. 그러다가 ‘어 도착했네’가 되는 거예요. ‘이동하면서 봐야지’라고 해도 사진 찍느라 또 못 보고.
제가 파리에 갔을 때 이런 생각을 가지고 갔다가 가이드 투어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에이 무슨 가이드 투어야’라고 생각하다가 가이드가 끝났을 때는 울면서 박수를 쳤어요. 모르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 하나하나에 모두 의미가 있는 거죠. 가이드해줬던 친구들이 현지 학교의 미술사학, 서양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어요. 전문 가이드가 아니라. 그래서 더 색달랐고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저도 이곳에서 같은 감동을 주기 위해 시작했어요.
결론은 재미. 재미있는 삶이었다. 이유 겸 목적.
한 사람의 인생 파노라마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장원구라는 여관 주인의 현재 인생을 사진기로 찍으면 아마 '재미'라는 피사체가 큼지막이 찍혀있을 테다.
여행이 살아보는 것이라면 살아보는 것은 여행이지 않을까.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수많은 여행자들의 여행 역시 여행이지만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여관 주인의 삶 역시 여행이겠다는 생각. 빗대어 우리네 삶을 투영해본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가야만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집, 학교, 직장이라는 루트를 벗어나 근처 공원이라도 자그마한 여행으로 생각하며 산책해보면 어떨까.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외국에서의 삶도 이제는 일상이다. 바쁜 일상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집착되는 우리에겐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쉼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쉼이 필요하다
블라디보스토크를 갈 계획이라면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를 꼭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금전을 받고 하는 홍보는 아니다. 여관 주인장의 말마따나 시설은 불편할지 모르나 여행 다운 여행을 제안해줄 것이기에 추천한다. 그리고 꼭 한 번 여관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눠보기 바란다. 인생 파노라마의 한 장면을 '재미'로 채워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마도 주인장이 먼저 말을 걸 테니.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몽촌토성 인터뷰이의 아이템은
쉼, 여유, 소소함, 깨끗함을 위한
휘게(Hygge) 셀렉샵 '숄든'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http://storefarm.naver.com/skjold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