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일상에서 우리는 대부분 잘 정제된 결과물을 접한다. 잘 차려입고 나온 사람들, 빈틈없이 지어진 건물들, 세련되게 표현된 상품 광고, 정시에 도착하는 지하철. 자연스레 우리는 결과물에 눈을 두기 마련이다. 마치 원래부터 결과물로 존재했던 것처럼. 그러나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겠는가. 시작이 있고, 과정이 있고, 결과가 있다. 쉬는 날 뒹굴거리는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의 차려입은 모습도 지속기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운동 경기에서 절정에 달한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스포츠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금메달만 기억하고, 우승자만 기억하고, 세계 신기록 보유자만 기억한다. 결과에 집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생리이고 본능이며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러나 씁쓸함이 항상 남아있음을 감출 수 없다.
전 국가대표 수영 선수 이주형 씨를 인터뷰했다. 이제는 은퇴를 하고 선수들의 훈련을 도와주는 트레이너로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선수였고 트레이너이기에 누구보다 과정의 중요함을 알고 있을 테다. 결과에만 집중하는 본능을 뒤집어, 겪어온 과정에 대해 물어봤다. 결과물만 보게 되는 제한된 삼인칭 시점이 아닌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모든 과정을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정제되지 않은 날것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주형(이하 주) : 안녕하세요. 저는 이주형입니다. 전 수영선수였고 지금은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너의 분류도 많을 텐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주 : 일반 피트니스 센터는 아니고 현 수영선수들을 대상으로 훈련을 도와주는 트레이너입니다. 주로 현재 수영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이 많아요.
현재는 트레이너이지만 전 수영 선수였죠. 대표적인 경력이 궁금합니다.
주 :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었고 같은 해 국내 전국체전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습니다. 다음 해 2011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도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는데 부상으로 출전은 못했어요.
오랜 기간 수영을 해왔는데 총경력은 얼마나 되나요?
주 : 처음 물에 들어갔을 때부터 포함하면 25년 정도 됐어요.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한지는 22년 됐어요.
3년의 차이는 취미로 배웠던 기간인가요?
주 : 그렇죠. 물에서 놀면서 수영 기초를 배웠던 기간이에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훈련을 했죠.
어떤 계기를 통해 취미가 아닌 선수 생활로 전환하게 되었나요?
주 :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에서 여름에는 수영 특강을 열고 겨울에는 스케이트 특강을 열었어요. 제가 초등학생 때는 뚱뚱해서 부모님이 뱃살을 빼라면서 여름에 수영 특강을 신청했어요. 그렇게 수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강사님이 저희 부모님에게 제대로 수영 한 번 시켜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시면서 지금까지 하게 됐어요.
첫 메달을 땄을 때 기억이 나나요?
주 : 수영 시작한 지 몇 개월 안 돼서 아마추어 대회에 나갔는데 바로 2위로 입상을 했어요. 제대로 수영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어서 입상을 하니까 당시 1등 했던 친구가 경계를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애기 때부터 수영을 배웠는데 제 기록과 근소한 차이로 이겼으니까. 그때 그 친구가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됐죠. 성인이 되어서는 전국체전이 가장 중요한 대회인데, 2009년 그 대회에서 처음 금메달 땄을 때도 기억이 나요.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에 선천적인 능력과 후천적인 노력 모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본인에게는 어떤 영향이 더 컸다고 생각하나요?
주 : 청소년기와 성인 시절을 나눠볼 수 있어요. 청소년기는 선천적인 능력이 분명 중요해요. 보통 여자의 성장이 빨리 멈추게 되는데 저에게는 고등학생 시절이었어요. 고등학생 때 이후로 기록이 줄지 않아서 성인이 되어서도 비슷한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어요. 성인이 된 후에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정말 많은 연습을 했죠.
한 분야를 직업으로 삼는 것과 그 일을 지속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죠. 현재까지 수영을 계속 해올 수 있었던 동기는 어디에 있었나요?
주 : 동기가 따로 있기보다는 어렸을 때 수영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메달을 계속 따니까 자연스럽게 해온 것 같아요. 보통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해요. 특기생은 메달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저는 가정형편 상 스무 살 때부터 바로 실업팀에 들어가서 12년 간 수영을 계속 해왔죠.
선수로 활동할 당시 하루 일과가 어땠나요?
주 : 새벽에 일어나서 7시부터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아침 운동을 해요. 오후에는 수영에 필요한 지상 운동을 하고 잠깐 쉬었다가 오후 수영 연습을 다시 해요. 그 뒤에는 각자 개인 운동 시간을 갖죠. 하루에 수영은 네다섯 시간 연습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은 두 시간 정도 했어요. 쉬는 시간도 잘 쉬고 잘 먹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실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니에요. 모든 신경이 운동하는 것에 쏠려있기 때문에.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많이 먹는다고 들었습니다.
주 : 선수마다 다르긴 한데 보통 사람들보다 많이 먹기는 해요. 그리고 좋은 음식을 잘 챙겨 먹어요. 신경을 쓰지 않으면 체력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도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잘 챙겨 먹지 못했어요. 운동할 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데 먹는 것도 운동이라고 생각되니까 먹기 싫어지더라고요. 아무거나 잘 먹고 기분 좋아지면 되는데 예민해져서. 잘 챙겨 먹는데 살이 빠지기도 했어요. 하루가 끝날 때도 내일을 위해 준비해야 했으니까.
광저우 아시안 게임 당시에는 국가대표로 선발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꿈꾸고 있는데 당시의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주 : 저도 수영을 시작하면서 국가대표가 꿈이었기 때문에 선발되었을 때 정말 좋았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하면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는데, 저는 그해 전년도 전국체전에서 좋은 기록을 내고 1등을 해서 선발이 됐어요. 국가대표 선발이 되면 선수촌에 입단을 해서 훈련을 받잖아요. 저는 선수촌에 들어가기 싫어서 입촌을 안 했어요. 원래 그러면 안되는데 당시만 해도 선수촌에 들어가서 훈련하는 것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거든요. 기존에 운동하고 있던 곳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여차저차 우여곡절이 있었죠.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던 만큼 부담감도 컸을 것 같습니다.
주 : 그렇게 부담감이 크지는 않았어요. 저에게 궁극적인 목표는 아시안 게임 출전이 아니었어요. ‘이왕 수영을 시작했으니 잘 해서 1등 하고 싶다’가 제 목표였기 때문에 좋은 기록을 내서 국가대표로 선발되어서 좋았던 거예요.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아시안 게임에 출전했지만 아쉽게도 메달은 따지 못했습니다.
주 : 보통 4월에 선발전을 통해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합숙은 6월부터, 아시안 게임은 11월에 있었어요. 그 중간에 전국체전이 10월에 있거든요. 일반부 선수들에게는 전국체전이 중요한 대회예요. 경기 결과와 기록에 따라 연봉 책정이 되거든요. 당시 감정을 돌이켜보면 제가 아시안 게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연봉 책정에 대한 생각이 더 컸거든요. 컨디션을 11월 아시안 게임에 맞추면 10월 전국체전 성적이 좋지 않을 상황이어서 선택과 집중을 했죠. 다행히 10월 대회에서 최고의 기록을 내면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어요. 좋은 성적을 내면서 연봉 협상에 대한 부담감을 덜었고 편안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아시안 게임은 출전에만 의의를 두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회가 돼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아시안 게임에도 최선을 다했을 거예요.
대부분의 선수들도 같은 생각을 했을까요?
주 : 일반부 선수들은 대부분 전국체전에 더 신경을 써요.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딸 확률이 희박하기도 하거니와 메달을 딴다고 해서 연봉에 영향을 주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부터 잘못되기는 했죠. 준비가 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인 것 같아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출전했다가 따지 못했으면 박탈감이 클 수 있죠. 하지만 금메달을 딸 수 있는 확률이 너무나 작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부분의 일반부 선수들은 그저 ‘메달을 못 따서 아쉽다’ 정도에 그치는 것 같아요.
국제 대회에 나가면 해외의 실력 있는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서 또 다른 자극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주 : 아시안게임에는 같은 동양권 선수들이 출전함에도 일본, 중국 선수들이 정말 잘 해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육성 시스템이 부럽더라고요. 예를 들어 일본에는 어린 나이부터 체계적으로 훈련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소위 소꿉장난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우리나라의 수영 교육 시스템은 어떻게 갖춰져 있나요?
주 : 일단 수영 교육 시스템이 따로 없어요. 각 선수 개인이 클럽에 속해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죠. 공부에 빗대어서 표현하면 과외를 받고 있다고 보면 돼요. 국가에서 운영하는 수영 교육 시스템은 따로 없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국가대표의 자리까지 가야 해요. 국가대표가 되어도 생각만큼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아요. 선수촌에 모여서 훈련하는 것이 전부거든요.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서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부분은 많지 않아요.
반면 일본의 경우, 일단 수영장이 많아요. 학교마다 수영장이 있죠. 우리나라에는 선수들조차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요. 몇 해 전 박태환 선수가 기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선수가 훈련할 수 있는 수영장이 없다’라고 했듯이 수영장 수가 현저히 부족해요. 훈련장 시간 잡기도 빠듯해서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해야 하는 훈련 시간을 두 시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듯이 나가야 해요.
다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017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에서 은퇴를 했습니다.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주 : 2017년 마지막 대회를 끝내고 너무 힘들었어요. 몸도 마음도. 그동안 시합이 끝나면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해서 다음 경기에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 시합이 끝나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이제 다 했다’라는 마음이어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선수 생활을 더 해봤자 몸만 힘들 것 같아서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2016년 말부터 은퇴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바로 그만 두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1년의 시간을 두었어요. 차근차근 준비하면 1년 뒤에는 잘 마무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보통 은퇴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나요?
주 : 선수들마다 다 달라요. 보통 타의에 의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메달을 따지 못하면 재계약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은퇴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다행히 저는 제 계획대로 1년의 준비기간을 가지고서 은퇴했어요. 후회는 하지 않아요. 다만 지금도 두려움이 있어요. 지금의 일이 새로운 도전이니까.
선수 트레이너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주 : 흔히 수영 훈련하면 물속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떠올리죠. 그런데 지상에서 하는 훈련도 굉장히 중요해요. 저를 포함해서 후배들도 지상 훈련을 위해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일대일로 PT를 받는데, 보통 수영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트레이너들이 담당을 하고 있어요. 오히려 그분들이 저에게 수영 훈련에 필요한 과정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죠.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내가 한 번 트레이닝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지상 훈련만 따로 트레이닝하는 시스템이 없었어요. 선수 개인이 스스로 찾아서 해야 했거든요. 청소년 선수들은 운동을 잘못 배워서 어린 나이에 몸이 망가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그동안 수영을 하면서 쌓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일반 수영 코치도 생각해봤는데 지상 훈련을 중점적으로 알려주고 싶어서 트레이너가 되기로 했어요.
선수 신분일 때의 하루 일과와 은퇴 이후 일과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주 : 늦잠 자는 것. 그리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계획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 열심히 실천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여행 가는 것도.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했기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 있었나요?
주 : 포기했다고 말하기에는 제가 원해서 선택한 길이었고 수영을 하면서 얻은 것들이 더 많기 때문에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운동하느라 공부를 못한 것이 아쉬워요. 중학생 때도 체육 특기생이어서 정규 수업 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운동을 하러 갔었고 고등학교도 체육 고등학교로 진학했기 때문에 오전만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운동을 했거든요. 그래도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핑계 같아요.
성격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보통 운동선수들은 승부욕이 강할 것 같습니다.
주 : 저는 승부욕 강하지 않아요. 남들과 경쟁하는 것을 즐기지 않아요. 대회에 나가서도 남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어요. 수영은 기록경기잖아요. 기록을 경신하자는 마음으로 참가했어요. 게임도 별로 안 좋아해요. 스트레스받아서. 이런 면에서 수영이 저에게 맞는 운동인 것 같아요. 제 레인에서 저만 잘 하면 되니까.
한 번쯤은 슬럼프가 오기 마련인데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주 :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같아요. 성인이 되고 나서 바로 전국체전에 참가했을 때. 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다고 했는데 원하는 기록이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결과였어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더라고요. 그다음 해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미친 듯이 운동만 했어요. 그때 소화했던 훈련량을 지금 하라면 못할 정도로. 그럼에도 그 시간이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1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운동에만 집중하니까 원하는 결과도 나오더라고요. 제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가 대신해주지 않기 때문에 죽어라 노력했어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큰 힘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주 : 네 큰 힘이 됐죠. 부모님께서도 강요를 하는 성격이 아닐뿐더러 제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운동이었기 때문에 압박감은 따로 없었어요. 제가 은퇴할 때도 ‘수고했다’ 한 마디 해주시더라고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분은 코치님이었을 텐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선생님은 누구인가요?
주 : 제가 작년에 은퇴할 때까지 같이 했던 선생님이 20년 동안 저를 가르쳐주신 코치님이에요. 은사님이시죠. 수영 기술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셔서 살아오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보통 코치님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체벌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은사님께서는 저를 한 번도 혼내신 적이 없어요. 스스로 알아서 깨닫게끔 도와주셨어요. 꾀를 피운다고 해서 혼내지 않고 할 때까지 기다려주셨죠. 그래서 제가 지금의 나이까지 오랜 기간 수영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억지로 운동을 시키는 코치님을 만났으면 금방 지쳐서 그만뒀을 텐데 그러지 않았거든요. 제가 운동을 안 할 때는 기다려주시고 열심히 하려고 할 때는 응원해주셨어요.
은퇴를 할 때 아쉬워하셨겠네요.
주 : 많이 아쉬워하셨죠. ‘왜 그만두려고 하냐. 지금처럼만 하면 되는데’라며 말씀하셨는데 제가 앞으로 더 이상 선수로서 운동을 할 수 없겠다고 이야기했더니 알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은퇴하지 않기를 바라셨는데 제 뜻이 워낙 확고해서(웃음).
동료 선수들끼리도 많은 영향을 주고받을 것 같습니다. 동료임과 동시에 경쟁자이기에 미묘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죠.
주 : 미묘한 감정이 있기도 한데, 보통 같은 종목 선수들과는 친해지지 않아요(웃음). 친해지기 힘들죠. 친한 친구와 선후배들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종목이 달라요. 사실 누가 됐든 경쟁자라고 거리를 두며 대하지는 않아요. 제가 은퇴하기 바로 전에는 대회를 나가도 저보다 7살, 많게는 11살 차이 나는 선수들과 경기했기 때문에 경쟁자라기보다 후배로 대하는 경우가 많았죠.
앞으로도 전문 트레이너로서 후배들을 양성할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나요?
주 : 네. 할 수 있는 한 오래 하고 싶어요. 지금은 시작하는 단계라 준비할 부분이 아직 많지만 이 길을 계속해서 밟아 가고 싶어요. 앞으로 많은 좋은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과거 선수 시절과 현재의 삶을 비교해봤을 때 언제 행복도가 더 높은 가요?
주 : 지금이요(웃음). 선수일 때 불행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던 것 같아요. 즐겁게 놀고 있어도 마음 한 구석은 즐겁지 못했어요. 제가 특히나 즐기지 못했죠. 같이 운동을 하면서도 쉴 때는 잘 쉬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선수들이 꽤 있는데 제가 예민한 성격이어서. 지금은 숨 쉬는 것도 행복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는 후배들이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많은 경험을 쌓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합니다.
주 : 일단 본인이 뚜렷한 목표를 갖는 것이 중요해요. 주위 환경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이 생기겠지만 운동을 하기로 결심을 한 이상 최대한 노력해야 돼요. 무엇보다 노력이 우선해야 합니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어요.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 : 이시용 @사진 : 김종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