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토성 인터뷰 30-1] 모이고, 그리고, 성장하라

공그리다로 모여라

by 이시용

사람마다 성장하는 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t)가 있다. 누군가의 조언 한 마디일 수도 있고 책의 한 구절일 수도 있다. 그중 다반사. 아픔을 겪고 성장한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을 극복하며 성장하기도 하고 정신적인 어려움을 끝내 버티며 성장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아픔의 깊이가 다르겠지만 생채기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며 성장하는 과정은 비슷하다.


생채기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며 성장하는 과정은 비슷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공황장애를 겪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오히려 이를 동력 삼아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꿈을 위해 이륙한 사람을 말하려 한다. 현재는 공간을 대여하고 스터디를 운영하며 여러 종류의 세미나를 기획하고 영상을 만드는 팔방미인이지만 삶에 회의를 느낄 정도로 힘들었던 시기를 겪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모습이 더욱 빛을 발한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옛사람들의 지혜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인생사 새옹지마(人生事 塞翁之馬)라고. 이를 직접 경험한 이를 만났다. 여러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공그리다'를 운영하고 있다. 선유도 근처에 위치한 그곳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자신의 재능을 그려내고, 성장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조소라(이하 조) :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조 : 제 이름은 조소라입니다. ‘쏠아’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영어 강사이기도 하고 낮에는 아르바이트, 저녁에는 스터디를 연계한 대관 사업과 이벤트, 콘퍼런스, 세미나 등 기획 업무 그리고 영상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네요.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어요(웃음).

조 : 영어 강사는 제가 유학생이었다 보니 영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시작했다가 지금은 OPIC, IELTS 등을 일대일로 강의하고 있어요. 대관 사업은 제 사무실을 갖고 싶어서 이곳저곳 찾아보다가 넓을 지하 홀(Hall)을 찾게돼서 남는 공간을 대관하고 있습니다. 영상 프로덕션도 이벤트 기획을 진행하다 보니 사진과 영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시작했어요. 현재는 외주 형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먼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시점으로 돌아가 볼게요. 학생 시절 뉴질랜드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어떤 계기로 유학길을 선택했나요?

조 : 미술을 전공해서 뉴질랜드에 가고 싶었어요. 영화 '반지의 제왕' 광팬이기도 했고(웃음). 대학에 진학할 때쯤 어쩌다 보니 전공이 바뀌어서 유학 생각을 접게 됐어요. 그러던 와중에 대학 친구 한 명이 뉴질랜드 현지 호텔로 취업할 수 있는 유학 에이전시 설명회를 듣고 추천해줬어요. 집에 가던 와중에 ‘나도 한 번 지원해볼까’하고 지원했더니 덜컥 합격이 된 거예요. 세 달간 현지에서 교육받고 국비 장학생으로 발탁이 된 후 현지 취업으로 이어지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낙후된 곳 일자리만 지원이 들어오다 보니 아예 학업을 진행하기로 마음먹고 유학 생활을 시작했죠.



갑작스레 시작한 유학이었군요. 기간이 얼마나 됐나요?

조 : 스물한 살 겨울에 가서 스물네 살 겨울에 돌아왔어요.


약 3년의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하게 배웠던 점이 무엇인가요?

조 : 첫째로 기획 업무. 저를 가르쳐주셨던 교수님이 호텔 안에서 이루어지는 연회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호텔 객실이 판매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연회와 같은 이벤트 사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서 실제 행사에도 많이 참석시켜주셨어요. 이때부터 나중에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뉴질랜드에서 공부했던 내용과 한국에서의 그것과 어떤 점이 달랐나요?

조 : 한국 학교에서 배울 때는 문서와 이론 위주였어요. 인턴십을 나가기는 하지만 너무 짧은 기간이어서 겉핥기만 하고 왔어요. 뉴질랜드에서는 6개월에서 1년 동안 인턴십을 진행하며 현장의 문제를 다 겪어봤어요. 인턴십 기간 동안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서가 합격이 되어야 다음 학기를 수강할 수 있었죠. 학교 안에서 호텔과 관련한 대부분의 직군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실무적인 경험 위주였죠. 어떻게 보면 몸이 고되고 머리도 지끈거리지만 한국 교육 과정과 같은 수박 겉핥기식 교육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현지 학생들이 많은 분야에 대해 깊이 알고 있었어요.


유학 기간 동안 전문 분야에 대한 실무적인 내용과 더불어 알게 모르게 많은 공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나요?

조 : 기획적인 측면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일을 잘할 수 있는지 배웠어요. 한국에서는 협동보다는 개인이 문서를 만드는 일에 더 중점을 두잖아요. 뉴질랜드에서 배울 때는 팀을 이루어 7주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했어요.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늘 수밖에 없죠. 실전에서 부딪혀보며 배우기 때문에 중간에 변수가 생겨도 빠르게 대처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어요.

또 현지에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만나다 보니 여러 나라의 문화를 접했어요. 자연스레 생각의 범위도 넓어지고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포용하는 자세도 배웠죠.


한국에 다시 들어와서 같은 분야로 진로를 선택했습니다. 이후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조 : 한국 들어와서는 호텔에 바로 입사했어요. 호텔의 비즈니스 센터에서 일했는데 일이 너무 단조로워서 생산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호텔이라는 기계의 부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전혀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속해있던 부서에서 열심히 일하고 나서 다른 부서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어차피 다른 부서라고 해봤자 같은 비즈니스 센터 소속이라 프런트 업무만 맡게 될 것 같았어요. 한국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직무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았어요.



실망감을 느낀 상태로 호텔에서 퇴사한 후 전시기획사에 들어갔어요. 프로젝트 형태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크지 않은 회사다 보니 너무 매뉴얼이 없어서 허점이 많더라고요.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기획을 왜 이 정도까지 밖에 하지 않는 거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결국은 대표 밑에서 일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제가 아무리 의견을 내도 묵살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평소 업무에 만족하지 못하다 보니 주말에 제가 직접 파티를 기획했어요. 생각보다 수익성도 괜찮더라고요. 사업성이 좋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제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근래 화두가 되고 있는 키워드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입니다. 회사의 직원으로서 일할 때와 사업을 시작한 후 본인의 워라밸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조 : 투잡으로 일했을 때는 돈이 여기저기서 들어오니까 많이 벌었어요. 당시에는 ‘많이 벌고 많이 써보자’라는 생각이었어요. 젊을 때 좋은 것 사보고, 젊을 때 여행도 많이 가면서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끼자는 생각.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힘들겠지만 이런 모습이 워라밸이라고 생각했어요. 번 만큼 쓰면서 놀고 즐기는 생활.


지금은 내가 원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일이 많이 들어오면 다 감당하려고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생활을 누리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대관 사업도 처음부터 할 생각이 있어서 시작한 사업이 아니라 사무실로 사용하려고 했던 공간이 남아서 자연스럽게 시작했어요. 워라밸이라는 용어가 라이프스타일을 포함하고 있잖아요. 나중에 제가 더 늙어서도 마음 편히 일과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워라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조 :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 한 때 금전적인 욕심이 많아서 돈을 모으는 재미로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버는 만큼 즐기고 여행 다니는 친구들을 철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죠. 지금은 그만큼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작정 놀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죠. 그래야 오래 일할 수 있어요. 외국에 나가보면 일 하는 시간이 우리나라보다 짧은데 생산성 높게, 편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야근이 당연하고, 밥 먹는 시간도 채 한 시간이 안되잖아요. 남자 직장인들은 담배 피우는 시간이 워라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일 하고 공부하는 만큼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과로로 공황장애까지 걸릴 수 있어요. 저도 번아웃(Burn-out) 됐던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강조하고 있어요.


현재 여러 사업을 하고 있지만 사람마다 잘하는 분야가 다릅니다. 지금의 사업 중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분야는 어떤 일인가요?

조 : 제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맞는 분야는 기획이에요. 기획하는 일의 프로세스를 경험해보고 나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하더라고요. 맞지 않는 일은 대관 사업이에요. 생각보다 노동이 많아요(웃음).


'공그리다' 내부 전경


자연스럽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업에 임하고 있나요?

조 : 투잡 했을 때 공황장애가 오면서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몸이 많이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거꾸로 동기부여가 됐어요. 직장 다니면서 받는 월급과 따로 혼자 일할 때의 수입에 별반 차이가 없더라고요. 그 사실이 힘이 됐어요. 혼자 나와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본인이 하고 싶은 일과 사회에서 원하는 일을 두고서 청년들이 많은 고민을 합니다.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조 : 일단 있어 보이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PR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허울만 있으면 빈 깡통이 되죠. 스스로 단계를 만들어 보면 좋겠어요. 저는 직장에서 일 한지 2년 만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주변 분들 중 몇몇은 대학생 시절부터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바로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도 있어요. 물론 좋은 방법이지만 직장 생활을 해본 것과 차이가 있어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배울 기회가 생기지만 바로 창업을 하면 상대적으로 그런 기회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경험해 본 후에 전문성을 쌓았으면 좋겠어요. 또 개인 브랜딩도 중요해요. 직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더라도 본인이 맡은 전문 분야라면 자부심을 가지고 본인만의 브랜드를 만들면 좋겠어요. 자신만의 브랜드가 일하는 사람의 품격이라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추천합니다.


지금의 일을 통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조 : 지금의 이 공간 ‘공그리다’는 돈을 벌기 위한 만든 장소가 아니에요. 물론 수익이 나는 곳이지만 그보다 주된 목적이 따로 있어요. 역량이 있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돈이 없기도 하고 어떻게 전시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에게 장소를 제공해주면서 마음껏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요. ‘왜 이렇게 싸게 대여해주세요. 남는 게 있어요?’라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해서라도 그분들이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을 펼쳐나갔으면 좋겠어요. 사업적으로 큰 그림이 아닐지라도 작업이 하나하나 진행되면서 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면 그걸로 될 것 같아요.



모이고, 그리고, 성장하라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 : 이시용 @사진 : 배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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