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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Mar 20. 2020

21세기 중반을 맞이하는 인류의 자세

인공지능, 생물공학 그리고 스페인 생물학자

해설 유튜브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3KmaxLc-Rs


이례적이라는 표현이 무뎌질 만큼 한국,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엄청난 난리통이다. 전시체제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표면적으로는 바이러스라는 개체 하나와의 싸움이지만 시야를 넓혀보면 생태학적 위기를 대처하는 인류의 전쟁이다. 과거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 등 인류에게 큰 위협을 준 질병 위기를 돌아보며 현재의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한편 앞으로 다가올 미래, 특히 근접 미래에 인류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나갈 것인지 합리적으로 예측해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2년 전(2020년 현재 기준)에 무려 스물한 가지나 조언을 전해준 이가 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이하 21 제언)>를 저술한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다. 이미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를 통해 세계적인 인학 작가이자 석학으로 명성을 얻은 하라리가 가장 최근에 쓴 책이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과거를 돌아보고, <호모 데우스>가 인류의 먼 미래를 조망했다면 <21 제언>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인류에게 닥칠 가까운 미래에 대해 정리한 내용이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 19라는 위기를 맞이한 시점에서 우리가 어떠한 자세로 현 상황을 대처하고 이를 통해 바뀔 삶의 양식이 어떤 모습일지 판단해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더 적절한 책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경제적/재무적 관점에서 앞으로 어떤 곳에 투자 기회가 있을지 힌트를 찾아보려 한다.



하라리는 책에서 결론적으로 세 가지 위기를 제시한다. 첫 번째, 정보기술 발전으로 인한 위기. 두 번째, 생명공학 기술 발전으로 인한 위기. 세 번째, 앞의 두 기술 위기로 인해 인간 자체가 '무관한(irrelevant) 존재'로 전락하는 위기.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 나와있으니 각 핵심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위기는 인공지능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으로 대두된다. 인공지능 기술이 생활 곳곳에서 급속도로 인류의 삶에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각 개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지배당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물론 공상과학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기계에 의한 인간 지배와 같은 극단적인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며 독점하고 있는 일부 소수층(글로벌 테크 기업 등)이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수십억 명의 사용자들을 조종(manipulate)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두 번째 위기는 인간의 신체적 비밀을 모두 풀어내는 데에 있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료제, 백신을 만들기 위한 긍정적인 노력부터 시작하여 뇌 과학이 발전하면서 드러나는 여러 인체의 신비를 오용 또는 남용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하라리가 책에서 저술하는 인류 멸망 위협 세 가지, 즉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 핵전쟁, 생화학적 살상 무기의 오용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제1, 2차 세계대전이 물리적 무기를 사용한 전쟁이었다면 21세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전쟁은 생화학적 무기를 사용한 전쟁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아인슈타인이 "제3차 세계 대전에는 어떤 무기로 싸울지 알 수 없지만, 제4차 세계대전에는 몽둥이와 돌을 들고 싸울 것이다."라고 했던 말이 그래서 더욱 무섭게 다가오는 이유다.



위 두 가지 위협을 정리해보면 '독점 기술의 오용'이라 할 수 있다. 독적점 지위를 가진 주체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과 생명공학 기술을 사용해 일반인들의 신체적/정신적인 삶의 양식을 교묘하게 조종할 수 있게 된다. 더 심각한 점은 기술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기술 격차는 심해지고 격차를 좁힐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을 사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기존 인력들을 인공지능 기술로 대체한다는 이른바 '무서운' 말들을 이미 많이 들어왔을 테다. 물론 패러다임의 전환이 발생할 때마다 레거시(legacy) 직종이 사라지는 동시에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기에 아예 대체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패러다임의 전환 주기가 짧아진다는 점이다. 일반 노동자들이 과거 기술을 새로운 기술로 전환하는 기간(예를 들어 직무 교육 후 숙달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특히 연령대가 높은 사람이라면 그 기간이 더 오래 걸리기 마련이며 심지어 불가능할 수도 있다(60대 노동자가 딥러닝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선형대수와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워 실무에서 사용하려 하면 이미 또 다른 패러다임이 다가왔을 것이다). 기술적 격차가 곧 부와 권력의 경계를 넓히고 계급적 격차로 고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러한 상황에 더해 집단 이기주의까지 심화되고 있다. 집단 이기주의는 인류가 탄생한 순간부터 지속되어 온 특유의 이기심의 발현이지만 근래에는,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국가적/민족적 단위의 대결 구도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보호 무역주의가 대표적인 사건이지 않은가. 자본주의 패권을 가져가기 위한 경제적이며 정치적인 집단 이기주의의 모습이다. 사회적으로는 민족주의로 부를만한 사건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민족이라는 관념이 강해 쉽게 볼 수 없지만 오히려 그 사실이 민족주의임을 망각하고 있다. 조선족이나 일본인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민족주의의 전형적인 배타성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과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한 운동도 매한가지다. 종교나 경제,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있지만 민족주의라는 미명 하에 '내 가족 챙기기'라는 핵심에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위기와 삶의 변화를 읽어냈다면 경제적/재무적으로 판단했을 때 어떤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까. 20세기를 주름잡았던 자유주의, 지구촌이라는 표현이 슬슬 역사 교과서에서 봐야 하는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 적어도 1년 이내에는 각국이 서로 간의 인적/물적 이동을 제한할 것이다. 이 와중에 기술을 선점하고 있던 국가는 다른 국가들 대비 기술 수준과 통제력을 높여갈 것이고 이를 통한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른 국가들은 더욱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진행할 것이다. 그 기술은 앞서 언급된 인공지능, 생물공학 관련 기술일 테다.


사실 두 기술이 서로 독립되어 있다기보다 두 기술이 교집합을 갖는 곳에서 큰 시너지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다른 위협도 아닌 바이러스로 인한 위협을 너무나 극단적으로 직면한 인류이기에 더욱. 인간은 마음 가는 곳에 투자하기 마련이다. 투자하는 대상이 돈이 됐듯 시간이 됐든. 그런 의미에서 요새 유명한 한 스페인 생물학자의 인터뷰가 참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축구 선수에게는 한 달에 백만 유로를 주면서 생물학자에게는 1,800유로를 주고 있습니다. 현재 다들 치료제를 찾고 있는데요.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나 메시에게 가서 찾아달라고 하세요.

    

해설 유튜브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3KmaxLc-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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