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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용 Mar 25. 2020

나도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을까

feat. 개인 전문투자자

본 글의 해설 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BOl0_IhK2EM



지난 십여 년 간 사모펀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뱅가드(Vanguard)의 창립자인 존 보글(John C. Bogle)이 이룩했던 인덱스 위주 패시브 펀드의 반항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유동성,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운용되어 낮은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이 패시브의 특성이었다면 사모펀드 시장은 주식이 잘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면서 펀드 매니저가 직접 관리하는 덕분에 높은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패시브 운용의 안티테제(Antithesis)로 부상한 사모펀드 시장. 왜 이렇게 규모가 커졌을까.


인덱스 펀드의 아버지 故 존 보글


1. 사모 투자의 지속적인 성장

먼저, 얼마나 성장해 왔는지 살펴보자. 세계에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연기금, 국부펀드 중 사모 투자(또는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열 개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위 열 개 펀드의 사모 투자 비중 중앙값(median)은 23%, 즉 전체 투자자산의 1/4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NPS)도 포함되어 있는데, 지난 2018년에 연기금의 대체투자 비중을 현 12% 수준에서 향후 15%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 전체 사모 투자 규모 역시 지난 5년간 44% 성장했고, 사모 전문 투자회사인 블랙스톤(Blackstone), 아폴로(Apollo), 칼라일(Carlyle), KKR의 운용자금(AUM ; Asset Under Management)도 지난 5년간 75% 상승해서 $1.3조(약 1,600조 원) 가량 됐다. 우리나라의 2019년 GDP가 $1.65조이니 4개 회사가 우리나라 전체 총생산만큼의 사모 투자 자금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사모 투자 인기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이미 유명해진 SoftBank의 손정의 회장 역시 사모 투자자로 볼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Vision Fund)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부펀드에서 차입해 온 $1,000억의 자금을 사용해 글로벌 1등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물론 2019년 말부터 우버, 위워크 등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VC(Venture Capital)을 위시로 한 스타트업 투자 열기는 지속되고 있다.


2. 왜 사모투자로 자금이 모일까

공개된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공모시장(Public Market)이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왜 사모시장(Private Market)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수익률(Performance)이다. 그 자체로 만족할만한 정도를 나타내는 절대 수익률, 벤치마크 대비 성과를 나타내는 상대 수익률 모두 좋은 수치를 보였기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시카고 부스 경영 대학에서 재무학을 가르치는 스티븐 카플란(Steven Kaplan) 교수가 MIT 연구진들과 함께 사모 투자 수익성에 대해 연구했던 프로젝트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VC와 바이아웃(Buy-out) 펀드 수익률이 S&P500 대비 연평균 3% p 앞질렀다는 연구 결과.


시카고 대학교 스티븐 카플란 교수


일반적으로 공개된 주식에서 발생하는 대리인 비용(Agency Costs)이 없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 기업을 소유한 주체(주주)와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경영자) 사이에 이익이 상충되는 문제를 대리인 비용이라고 하는데, 공모로 발행된 주식은 너무나 많은 수의 주주가 존재하다 보니 경영자를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 분산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경영자의 성향에 따라 기업의 성과가 휘둘리기 마련이고, 장기적인 비전보다 단기 성과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반면 사모펀드의 경우 대리인 비용이 없는 것은 아니나 확연히 줄어든다. 소수의 주주가 경영자를 선임해서 집중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전반적인 사업구조와 비전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연기금과 국부 펀드 등 시장의 큰손들이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 자산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점도 중요한 전환점이다. 안전자산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그간의 룰을 조금씩 깨뜨리며, 오히려 장기적인 타임라인으로 봤을 때 수익성이 더 높은 대체투자 자산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는 일종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단기적인 유동성을 포기하더라도 연기금 자금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특성을 사모펀드의 특성과 연계시켰다.


3. 사모 투자의 함정

하지만 무작정 좋은 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유동성이 큰 문제다. 아무리 장기적으로 운용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더라도 시장 상황이 언제 변할지 누구도 모른다. 당장 코로나 19 사태만 봐도 일주일 새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할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테다. 이런 상황에서 사모 펀드 투자자는 매도하고 싶어도 매도할 수 없는 '비자발적 장기투자자'로 남는다. 대부분의 사모 펀드는 기본적으로 투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락인(Lock-in) 기간이 걸려있고, 만약 투자자를 많이 모으기 위해 락인 기간을 없애면 라임 운용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되기 마련이기에 유동성 문제는 골치 아픈 점이다.


시장 상황이 마냥 좋아지더라도 기존 투자자들에게는 골칫거리일 수 있다. 특정 자산 시장에 자금이 몰릴 경우 자산의 가격이 높아질 수 있는 한편 시장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투자 기회가 줄어드는 특성도 수반한다. 예전에는 단어 그대로 '대체투자'였던 자산군이 점점 '메인 투자'의 개념으로 변해가는 중일지도 모르기에. 넓은 개념의 차익거래(Arbitrage)로 사모 투자를 바라본다면 시장 참여자가 많아지며 시장이 효율적으로 변해가고, 차익거래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는 의미일 수 있다.


대리인 비용도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다. 공모시장 대비 대리인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아예 무료(비용이 0)인 상황은 아니다. 경영자를 감시하고 조정하는 비용이 상당 부분 존재할 테고, 오히려 자금을 공급하는 LP(Limitied Partner)가 자금을 운용하는 GP(General Partner)에게 끌려다니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질 수 있다. 사모펀드의 수수료는 보통 2/10(운용 수수료 2%, 성과 수수료 10%)으로 높은 편이다.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비용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만만찮다.


4. 한국에서 사모 펀드 투자하기

한국에서 일반 개인 투자자가 사모펀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아무 요건 없이 개인 자격으로 투자할 경우 '전문 투자형'은 1억 원 이상, '경영참여형'은 3억 원 이상 투자하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선택지다.


일반 개인이 아닌 허가받은 '개인 전문투자자'로 등록 후 투자할 수도 있다. 개인의 신분이지만 전문투자자의 지위를 받아 사모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개인 전문투자자로 인정받기 위해서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최근 5년 중 1년 이상 금융투자상품 평균 잔고가 5,00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기존에 5억 원 이상이었던 허들을 2020년 새해에 들어서면서 낮췄다. 또 연소득 1억 원 이상이거나 순자산 5억 원 이상(거주용 부동산 제외), 또는 회계사,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을 보유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개인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위 조건을 적용함으로써 2018년 기준 1,950명이었던 개인 전문투자자 대상자들이 현재 약 40만 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렇게 정부차원에서 개인들이 사모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 이유를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개인들이 평생 사용해야 할 부(특히 일부는 노후자금)의 증식 책임을 국가가 온전히 질 수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적인 의견도 함께 나온다. 더군다나 허들을 낮춘 현재 장벽도 아직 통상적인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부의 양극화 감소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 만큼 개인 입장에서 사모 펀드 투자의 위험성과 더불어 사회적인 인식, 정부 정책 방향성도 고찰해 봐야 할 필요성이 남아있다.



본 글의 해설 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BOl0_IhK2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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