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좋아하는 내 마음
처음이었습니다.
잠을 자다 문득 새벽에 깨어보니 그대 생각을 하고 있던 적이 있어요. 정확히는 그대 생각에 제대로 잠 못 이뤘다는 표현이 맞을 듯합니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피식, 남모를 미소가 지어지는 것도 처음이었죠.
살펴보니 그대 덕분이네요.
언어라는 방대한 그릇에 채 담을 수 없는 묘한 감정과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태풍이 오기 전 선선한 바람에 두근거리는 마음. 산 정상에 올라 욱신거리는 다리와 타는 듯한 갈증, 터질 듯한 가슴을 부여잡고도 벅차오르는 그 무언가.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마침표 하나에도 말을 받는 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질 때의 고마움과 따뜻함. 처음 만났지만 마음이 가고, 서로 마음이 통해 오랜 시간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 모두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정녕 채 흐드러지기 전에 고이 품고 싶은 보석들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대 역시 나에게 그러했어요.
또 이유 없이 좋아지는 순간이 있죠.
보자마자 빠져드는 지브리의 작품들. 다음날 얼굴이 탱탱 부을 것을 알면서도 밤에 끓여 먹는 라면. 누군가 물어보면 당장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도 가장 좋았던 여행으로 추억되는 스페인의 도시들. 아무리 털이 날리고 놀아달라고 깨물어도 애교 한 번에 사르르 풀리게 만드는 고양이. 소주와 새벽 공기를 함께 마시며 밤새 수다 떨었던 포장마차.
이유가 없다는 말은 이유가 너무나 많아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그대 역시 이유 없이 내 맘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나 역시 이유 없이 그대 맘에 품어지길 바랍니다.
새벽에 잠 못 이룰 정도는 아니어도,
하루에 서너 번 피식 웃게 만드는 이유가 나이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일까요.
직선으로 달리던 나를 그대가 곡선으로 바꿨습니다. 차가운 것들에만 두던 시선이 따뜻한 그대에게 다가가 머무릅니다. 덩그러니 놓여있던 나에게 그대가 성큼 다가와 외로움을 달래주었습니다. 이제 나는 그대와 함께 있는 현재가 과거보다 중요하고, 앞으로 함께 하길 바라는 미래가 현재보다 기다려집니다.
자, 그럼 내내 가져가소서.
여기 있습니다.
그대를 좋아하는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