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신윤 Jun 10. 2021

하와이는 안 가봤지만, 포케를 좋아해.

맛있는 고독 Ep 05


나는 해외에 살았던 경험도 전무하며 출장이나 여행을 자주 가지도 안 더러,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기에 음식에 대한 새로운 유행과 문화를 접할 기회가 잦지 않다. 10명 중 3명이 일찌감치 즐겨온 것을 1-2명이 알기 시작할 때쯤 잽싸게 흐름에 합류하여 나머지 5명에게 구전하는 식이다. (눈치가 있고 얍삽한 편)


오늘 점심 혼밥 메뉴로 먹은 씨푸드 포케.


포케도 마찬가지다.


우선 하와이를 가보지 않은 자도 포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서두에 말하고 싶다.


회덮밥과 지라시 스시를 좋아하는 내가, 비슷한 해산물+야채 조합의 포케를 싫어할 확률이 만무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결국 ‘소스’의 역할이 가장 크고, 각 소스의 선호도에 따라 한국-하와이-일본 음식의 순위는 달라질 것이다.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나의 1위는 바로 지라시 스시다. (친일의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우선 깍둑 썰기한 회의 모양이 시각적으로 귀여울 뿐 아니라, 밥에 미리 초양념이 되어있다는 것에 큰 점수를 준다. 게다가 야채뿐 아니라 달걀지단도 함께 얹어주는데 지라시에서 오는 쫀쫀함과 간장의 짭조름, 야채의 아삭함을 음미하다 갑자기! 달걀이 주는 극강의 부드러움을 마주치는 순간, 희열을 느끼는 편이다.


지라시 스시는 단촛물로 지은 고슬밥이 생명이다. 계란은 필수다.


2위와 3위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왜냐하면 회덮밥은 수도 없이 먹어봤지만, 포케는 아직 두 번밖에 안 먹어봤기 때문이다. 경험치와 모수의 균형은 떨어지지만 철저하게 ‘맛’에 초점을 두고 공평하게 심사했다.


그렇게 2위는 회덮밥에게 돌아갔다. 회덮밥은 고소함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DNA가 내게 큰 영역을 차지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줬다. 볶은 깨와 김가루에서 오는 고소함은 치명적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한식 요리를 했는데 맛이 없다? 깨와 김을 듬뿍 넣으면 어떻게든 맛이 난다. 없었던 맛을 고소함(+김에 붙어있는 미량의 나트륨)으로 메꿀 수 있는 것이다. 회덮밥에 들어가는 길쭉하고 얇은 양배추는 또 초고추장과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한국인의 매운맛, K-초고추장은 말 그대로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조합들... 김도 해산물임을 잊지 말자.


간발의 차로 포케가 3위를 차지했다. 포케의 사진을 메인에 올려두고 꼴찌를 주려니 머쓱하고 미안하다. 하와이를 안 가봤다는 알량한 자격지심이 영향을 미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현지의 맛집에서 먹어본다면 순위가 뒤바뀔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남겨두겠다. 내게 포케는 ‘식사’로 여기기에 조금 부족했다. 아무리 현미밥이 들어갔어도 말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와이에 못 가봐서인가? (집착) 그렇지만 스리라차 마요 소스와 연어의 조합은 정말 신선했고, 미역 줄기 등의 해초를 씹으며 바다의 맛을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연어에 매콤한 스리라차 마요소스가 이토록 어울릴 줄이야.
다음엔 두부 포케를 먹어봐야지. (서울을 가야겠군!)


이미 2017년부터 뉴욕과 시애틀에서 포케 붐이 일어났다고 하고, 서울에는 포케 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겼으며 내가 사는 광주에도 올해 초부터 포케를 파는 가게들이 서너 군데 오픈을 했다. 내가 2017년에 하와이를 갔더라면, 혹은 뉴욕을 갔더라면 포케를 많이 경험하고 돌아와 사업을 꾸렸을 텐데...라는 엉뚱하고 게으른 공상을 해본다.


그리고 조만간 지라시스시를 먹으러 가야겠다.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도 가까운 시일 내에 당신의 1위를 먹으며 다정한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혼자도 좋지만, 당신이 그 음식만큼 애정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 행복하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체험 삶의 현장,드라이브스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