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무덤

날은 맑고 하늘은 푸르니까 이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by 밍경 e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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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은 오그라들었고
가난은 유행을 떠났다
슬픔은 세계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데
원래 그게 세계인 건지 알 수가 없다


뱃속에 부어진 아스팔트가 굳지도 않고 출렁인다
구역질을 했다 수많은 벽돌이 목구멍 밖으로 뛰어나왔다
웃었더니 갑자기 혀가 세 배로 커졌다
물컹거리는 감각이 싫어 씹던 혀를 뱉어버렸다


어제와 오늘이 같아서, 시간은 어제의 오늘을 기억하고 있었다
웃음소리는 공기가 되고 안개가 되더니 비가 내리고 꽃이 폈다
날은 맑고 하늘은 푸르니까 이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어린애 하나가 위인전 한 권을 뽑아들고

모래무덤을 만들던, 꽃 지는 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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