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인피니트 플로우(I.F) - Art&Fear

자극적인 '쌈마이'보다는 순수한 단맛이 훨씬 좋았다

by 밍경 emb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4&v=TZR0IYcqfyI


전설이 되버린 고대 문장에 취해 고리타분함에
죽어버린 글자 나열은 조금 따분한데
침 뱉고 그려낸 글씨에도 예술이 숨쉰대도
무시하는 너에겐 지나쳐버린 무지개로
그려질 뿐 내 길은 지저귀는 새들이
빛을 잃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슬퍼진 꿈
사랑조차 내게는 화려한 저 물감일 뿐
다 써도 버리지 못하는 운명의 장난일 뿐


인피니트플로우2.jpg 인피니트 플로우. 영지엠과 넋업샨

Intro

오그라든다, 는 단어가 흔히 쓰이지 않던 시절이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오그라든다는 단어는 구운 오징어 묘사할 때나 쓰던 단어였다.


오그라든다는 부정적인 단어가 낭만을 재단하지 않던 시간의 문장들은 맛으로 비유하자면, 담백함 대신 풍부하고 감칠맛이 났다. 달콤함을 추구했는데, 그 점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2006년에 발표된 IF(Infinite Flow)의 2집도 시류를 벗어나지 않았다. 넋업샨과 당시 영지엠(지금은 비즈니즈로 활동명이 바뀌었다)이라는 듀오가 만드는 앨범은 전반적으로 따듯했다. 당시 노래방을 강타한 '기념일' 과 06년도라는 시점에 비춰보면 신선했던 동성애를 다룬 'rainbow' 등.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부담 없이 듣기 좋은 노래들이 나오니 일단 손이 갔다.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 Art&Fear 였다.



오글은 한때 낭만이었다


주제는 제목 그대로다. 곡의 뒷부분이 말해주듯 "예술이랑 광산의 금을 캐러/고통의 피와 땀은 눈물의 비로 내려" 가는 이야기다.


특이한 주제는 아니다. 예술의 고통 뭐 이런 식의 곡은 지금도 흔히 나오고 있는 클리셰니까. 다만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지금과 많이 다르다. 우원재의 '시차'와 비교해보면 차이를 쉽게 비교해볼 수 있겠다. 우원재라는 래퍼는 음악인이기 전 대학생이었기에, 그는

밤새 모니터에 튀긴 침이 마르기도 전에 강의실로


향한다고 말했다. 모두 지금, 현재, 일상에서 쓰는 단어다.


하지만 넋업샨은 비슷한 이야기를


저 불멸의 끝에서 날 불러낸 그대여, 잘봐 불타 움직이는 숨결의 문체를


이라고 표현한다. 온갖 곳에서 단어를 발굴해온다. 핵심 단어들 모두 일상의 단어가 아니다. 좋은 말로 하면 낭만이고, 나쁜 말로 하면 오글이다.




담백함으로 포장한 '쌈마이'


글을 쓸 때 어려운 단어는 최대한 쓰지 말라고 배웠다. 글을 쓰고 읽는 직업을 가진 지금, 쉬운 글이 가장 좋은 글이자 가장 어려운 글이란 진리를 매일 곱씹는다. 요 부분에서만 보면 달콤함으로 칠갑한 06년대 힙합보다 17년대 힙합은 조금 더 발전한 것일 수도 있겠다. 다만...

06년대 특유의 고상한 감정과 단어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시대의 빛(明)이 우원재라면, 반대쪽에는 어두움(暗)이라고 칭할 수 있는 블랙넛, 혹은 비슷한 류의 래퍼들이 있다.


노골적인 키치함과 3류, 속칭 '쌈마이'를 자처하며 욕설을 내뱉는 블랙넛은 사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찌질한 자화상이다. 마찬가지로 일상의 단어만을 사용하는 블랙넛의 가사 또한 담백이라고 하면 담백이겠지만, 왠지 자극스러움을 한껏 끌어올 뿐 어째 건강한 맛은 들지 않는다. 그럴 때, 차라리 달콤함으로 칠갑했던 06년대 힙합과 'Art&Fear'가 다시 생각나는 것이다. 그 맛은 적어도 순수했고, 또 기분이 더러워지진 않았다.


"우리 할머니도 치매에 걸렸다, 그러니 내가 치매를 써도 혐오발언이 아니다" 라는 논리구조는 얼마나 단순하고 일차원적인가. 그걸 "x나 잘한다"고 칭송하는 동료 아티스트와 팬들의 확산 속도는 또 얼마나 빠른가. 자극은 전파력이 빠르다. 그 과정에서 자극스러운 '쌈마이'는 자신이 마치 이 시대의 문화이자 코드인 양 자리잡으려 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참 싫었다. 아마도 그래서 반대급부에 있는 'Art&Fear'에 다시 손이 갔나 보다. 자극을 잊기에는 좀 더 건강한 달콤함이 가장 좋은 특효약이니까.



Outro


돌려돌려 말했지만... Art&Fear 가 요새 기준으로 볼 때 오그라드는 노래라는 사실은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그라들면 어떤가, 까먹고 있다가 불현듯 재생목록에서 이 노래를 찾으면 다시 한 번 듣게되는 매력 있는 노래면 충분하다. 직접 들어보면 넋업샨 특유의 그루브가 잘 녹아 있는 곡이기도 하다. 괜찮은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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