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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가오니 Jan 08. 2019

#1.너무나 어려운 길,'인간성의 유지'

비디오 게임  '다크소울'을 하면서 인간성에 대해 자문하다

2019년 새해 첫 글로 무얼 쓸까 고민하다 최근 가장 몰입했던 게임 콘텐츠에서 그 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이 '다크소울', '인간성'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습니다.




먼저 인간성을 이루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이나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신', '남을 이롭게하는 생각과 행동'등 개개인의 삶에 대한 가치관 또는 철학에 따라 나뉠 것입니다.


저는 '인간다움'이란 단어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자각하고 나를 포함한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다'라는 의미를 떠올렸습니다. 명사가 아니라 동사형으로 말이죠.


이 글 서두에서 밝힌 키워드 '다크소울''인간성'을 가지고 바로 이 '인간다움'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는 의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가 보려고 합니다.


다크소울, 죽지 못하는 불사의 몸으로 역설적으로 계속해서 죽어야 하는 게임

다크소울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당신은 죽었다. (YOU DIED)'입니다.


이 게임을 시작하고 끝낼 때까지, 수도 없이 반복해서 보는 화면입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선 '유다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다크소울을 떠올리면 바로 습관처럼 나오는 유행어가 되어있을 정도로 게임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거의 모든 것을 직접 부딪히며 경험해봐야 어렴풋이 알 수 있는 불친절한 설명은 덤이죠.


한마디로 할 사람만 해라. 그리고, 난이도에 자비란 없다. 이 게임 시리즈를 관통하는 일관됨이랄 수 있습니다.

어느날 저주받은 망자를 가둬둔 수용소에서 주인공을 구해주는 어느 기사의 부탁 '자각의 종'을 울리고 세상을 구하라는 사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이 모든 고생은 어찌 보면 본 게임의 첫 도입부에서 자기를 구해준 어느 이름 모를 기사의  '불사의 사명'을 받들고 불의 시대를 열었으나 지금은 폐퇴하고 죽지 못해 다른 이들의 영혼을 갈구하는 망자(亡者)들로 가득 찬 로드란으로 떠나게 되면서 시작된 운명 같은 것입니다.

퇴로가 없는 좁은 벽안에서 위협해오는 좀비같은 망자는 게임 초반 엄청난 공포의 대상이다.
일반 무기로는 죽일 수 없는 해골. 신성무기를 통해 가격해야 되살아나지않는다.

주인공인 '나'는 저주받아 죽어도 다시 살아나서 또 죽는 불사의 망자(亡者)이지만, 타인의 소울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마치 좀비와 같은 다른 망자(亡者)들에게 끊임없이 공격을 받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죽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발버둥 치는 것이 게임의 주된 내용입니다.

그렇게 악전고투를 하는 동안,  다크소울이라 불리는 검은색 '인간성' 아이템을 통해 인간 본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인간성 회복'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성을 회복해도 다시 또 저주받은 망자들과의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야 하고, 죽게 되면 다시금 인간성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망자의 괴기한 모습을 한 채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인간성 회복'을 위한 '인간성'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수도 없이 몬스터를 처치하고 낮은 확률로 얻거나, 보스 몬스터가 가진 인간성을 쓰러뜨리고 한 개씩 얻는 수밖에 없습니다.

소울무기를 다루기위해서는 인간성을 회복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인간성 수치를 높혀야한다.
하수구 속에 사는 맹독을 지닌 쥐의 공격을 막아내고 처치하면 인간성이 드랍된다. 이들은 대체 누구였을까?

때로는 쥐 나 동물 모양의 몬스터를 처치하고 나서도 인간성을 획득하고 인간성 회복을 합니다.

(아마도 그들은 이 불사의 도시에서 망자화 된 동물이기 이전에는 인간이었나 봅니다.)


이렇게나 어려운 '인간성 회복'을 하고 나면 몇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저주 속성을 가진 몬스터와 싸울 때의 내성이 늘어나고, 희귀한 아이템을 얻을 확률도 다소 올라갑니다. 그리고, 후반부로 가게 되면 보스의 소울을 획득하고 나서 만들 수 있는 보스 영혼으로 제작된 무기의 위력을 올려주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인간성을 노리는 악명높은 적 '다크레이스'의 인간성뺏기 공격. 당하고나면 영혼이 빨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강하다.

하지만, 몇 가지 이점들에 비해 인간성을 뺏기기란 너무나도 쉽습니다.


 '인간성 회복'의 기쁨도 잠시 어둠 속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무서운 적이 갑자기 나의 인간성을 송두리째 빼앗아가기도 합니다. 인간성 회복의 기쁨도 잠시 다시금 망자의 몸이 되어버리기 일쑤입니다.

다크레이스의 무기 '다크핸드'를 얻고나면 인간을 직접 공격해서 인간성을 추출할 수 있게된다.......

물론 당한 만큼 갚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 NPC(게임 내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간성을 뺏는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인간이건 망자이건 모든 살생이 자유이고 게임을 하는 사람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취하면 그만입니다. 다른 게임과 달리 살생에 대해 별다른 벌칙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이렇게나 다크소울에 자주 등장하는 '인간성'은 무엇일까요?


다크소울의 로딩 화면 툴팁(Tool Tip: 간이 가이드)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인간은 왜 불사의 몸이 되어서야 인간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걸까...'


실제로 세상에서 죽지 않는 것은 게임 내에 등장하는 데이터들뿐일 겁니다. 실재하는 인간은 불사의 몸이 될 수 없는 수명이 정해진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저 문장은 게임을 하는 내내 계속해서 가슴속 한편에 남아 묵직하게 쌓입니다.


게임 내에서 인간성을 회복하지 못한 망자인 채로 죽지 못해 공격해오는 망자인 적들과 싸우는 화면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나는 누구인가? 망자(亡者)인가? 인간인가..?' 자문하게 됩니다.


다크 소울을 처음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의 대다수는 게임을 첫 번째로 클리어전까지는 대부분을 망자인 상태로 인간성을 회복하지 못한 채 플레이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성이라는 소모성 아이템을 찾거나 획득하는 게 매우 어렵고, 죽으면 망자가 되면서 인간성을 상실하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죽는 횟수가 많은 이 게임에서는 인간이 아닌 망자로 남은 채 플레이를 지속하는 현상이 너무나 흔하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망설이거나 처음 맞닿드린 적들의 알 수 없는 공격 패턴에 다시금 또 YOU DIED

이렇게 반복적으로 죽다 보니 망자가 된 자신이 익숙해질 때쯤 다시금 묵직한 메시지가 가슴 안쪽으로 들어옵니다.

 '죽지 마라'(죽어서 망자가 되지 말고 인간으로서 인간성을 유지해라)

묵묵히 아무 말 없이 주인공의 무기를 강화해주고 수리해주는 대장장이 안드레이는 살아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주인공과 헤어질 때마다 걱정하며 끊임없이 주문합니다. 제발 죽지 말아 달라고, 인간으로 남아달라고 당부합니다.

그리고 죽을 것을 알면서 역설적으로 죽지 않고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부딪혀서 넘어서야 하는 다크소울의 세상 속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마치 인간의 내면을 잠식할 것만 같은 깊은 어둠 속으로 묵묵히 다시 걸어 들어가는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이 게임을 하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직접 체험하게 되는 것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성이란 다크소울이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희귀한 아이템의 이름이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끊임없이 인간성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매개체입니다.


인간다움이란 인간성을 얻고 유지하려고 애쓴다는 것
'끊임없이 인간임을 자각하고 타인을 실제로 느끼고 이해해가는 과정'
 

다시 처음의 서두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간다움' 이 왜 동사형인지 그 의미를 좀 더 풀어서 마무리지으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다크 소울을 플레이하는 동안 느낀 내용들을 그때 그 장면들과 함께 제 생각을 얹혀서 얘기했습니다.


다크소울의 세계 안에서 저는 불사의 몸이지만 결국 인간성을 잃어버린 망자(亡者)가 되어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미명 하에 선의를 베푸는 다른 인간들의 인간성을 뺏는 행동들을 하기도 했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들이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그들의 소울을 빼앗기도 했습니다.


일련의 이런 행동들을 체험하며 결국 '인간다움'은 '끊임없이 내가 인간임을 포기한 망자(亡者)가 아님을 깨닫고 다른 인간을 이해하려는 과정을 해나가는 것임을 절감하였습니다.


다크 소울은 어둡고 어려운 게임입니다. 하지만, 발매한 지 8년이 다된 게임임에도 아직까지도 수많은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이 들어간 깊은 세계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을 공격하지 않는 주요 인물들에게서 단지 나의 보존을위해 인간성을 뺏는 순간들이 계속된다. 어느 순간 이런 행동을 왜 해야하는가에대해 자문하게된다
심연의 구멍에서 맞딱드리게되는 인간성의 정체, 이들도 심연에 빠지기 전에 한때는 인간들. 희귀한 아이템 인간성을 획득할 수 있지만 처치하는 것을 주저하게된다
한때는 인간세상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던 태양빛의 왕 그윈의 친위기사 아르토리우스. 그는 인간성을 잃은채 심연에 잠식되가고 있었다.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기위해 싸우게된다.
심연에 침식당한 아르토리우스를 처치하고나서 비로서 평화로운 잠에 빠진 그에게 경의를 표하게되는 제스쳐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게된다.
그리고,기사 아르토리우스가 심연에 잠식되어갈 때 , 자신을 지키던 늑대 시프를 보호하기위해 소울을 주고 잠식된 그를 기억하며 계속해서 그의 묘를 지키는 시프와의 슬픈 대결
인간세상의 평화로움을 열었던 불의 시대를 연 인물 중 하나인 백룡 시스. 인간의 편이었던 그 조차도 이미 망자들과 같이 본능만을 좇는 무서운 존재가 되어있다.
백룡 시스전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처음 그와 마주하게되면 그를 이길 수 없고 반드시 죽기때문에 오히려 그에대해 나를 열고 맞이하여 기꺼이 이성이 남아있지않은 그의 행동을 받아들인다
아무 대가 없이 나를 도왔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망자가 되어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한때는 태양빛의 왕 그윈과 함께 불의 시대를 열고 꺼져가는 불빛을 살리기위해 재가 되어 사라져버린 은기사들의 영혼을 바라보게되는 게임의 마지막 즈음. 깊은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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