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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늘이 Feb 15. 2024

삶의 가장 뜨거웠던 여름에 배운 것

리뷰 <여름의 규칙> 숀탠, 풀빛, 2014





낯설고 기괴하고 궁금한 것이 많은 그림책은 할 이야기가 많다. 궁금한 만큼 질문도 많다.

자신이 던진 질문에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계속 그림책을 보게 다. 바로 숀탠의 <여름의 규칙>처럼 말이다.





<여름의 규칙>은 낯설고 기괴하다.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림은 SF적인데 글은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어 궁금증만 커진다.  

표지는 가을인데 제목은 왜 여름의 규칙일까? 여기서의 여름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이 차이가 있어 보이는 둘의 관계는? 까마귀의 의미는 뭘까? 등 계속 질문만 쏟아진다.

질문에서 '둘의 관계'와 '여름'의 의미를 생각하다 이 책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둘의 관계는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나이 차이가 있는 형제로, 스승과 제자로, 아빠와 아이로 작가와 독자로도. 삶의 가장 뜨거웠던 여름을 거친 사람과 앞으로 여름을 맞을 사람으로도 볼 수 앗다.



'여름'은 사계절 중 뜨거운 시기다.

삶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기라..., 나에게도 있었다. 그때는 치열했고, 거침없었고, 무모했다.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몸으로 배운 시기라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그 뜨거웠던 시기가 있었기에 풍요로운 가을처럼 삶이 깊어질 수 있었다.

그때 배운 것이 많기에 치열한 여름을 거쳐야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이 그림책의 큰 아이처럼.



하지만 아무리 말을 해도 그건 여름을 거친 사람의 경험일 뿐이다. 그림책의 어린아이는 나이 많은 형(아버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의 말을 계속 듣지 않는다. 절대 빨간 양말 한 짝을 빨랫줄에 남겨 두지 말라고 해도 남겨 두고, 절대 병을 떨어뜨리지 말라고 해도 실수로 병을 떨어뜨리고, 절대 밤새 뒷문을 열어 두지 말라고 해도 뒷문을 열어 놓아 일을 어렵게 만든다.




작은 아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큰 아이는 결국 감정이 폭발하고 둘의 관계는 멀어진다. 둘이 멀어질수록 까마귀의 숫자는 점점 더 많이 진다. 작은 아이가 고립되었을 때 큰 아이는 금속 절단기로 까마귀를 내쫓고 굳게 닫힌 문을 연다. 인생의 뜨거웠던 여름에 배운 규칙들로 관계를 회복하고 둘은 여름의 마지막 축제를 즐긴다.







"삶에서 가장 뜨거웠던 여름에 배운 것(규칙)은 무엇인가?"


글 텍스트는 뜨거운 여름을 거친 사람이 배운 것들이다.

나의 삶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긴에 배운 규칙은  ' 언제나 금속 절단기를 갖고 다닐 것'과 '절대 여름의 마지막 날을 놓치지 말 것이다.'

관계에서 뜨거웠던 시기가 있다면 멀어지는 시기도 있다. 각기 다른 존재가 만나 함께 한다는 것은 많은 삐걱거림이 있다. 이럴 때 제일 중요한 규칙 중 하나는 ”언제나 금속 절단기를 갖고 다닐 것. “이다. 서로 마음에 문을 닫았을 때 그걸 열어줄 수 있는 금속 절단기가 필요하다.

삶에서 소중하고 중요한 때가 있다. 여름의 마지막 날처럼 말이다. 그날을 놓치지 않는 것. 내 삶에서 배운 중요한 규칙들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기괴하게 다가왔던 그림책이 실마리를 풀어가면서 이제는 친근하게 다가온다. 숀탠 그림책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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