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친머리는 누가 수습하는가
미용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 보인다.
가위를 들고,
머리를 자르고,
약을 바르고,
말리면 끝나는 일처럼 보인다.
한번은
신규 염색 고객이 들어왔고,
추가 컷트 비용에 대해 고지하자
고객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거 조금 잘라주는 거 가지고
돈을 받아요?”
그 말 한마디에는
이 일이 얼마나 단순해 보이는지,
얼마나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미용실에서의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미용은
손기술 이전에
공부의 영역이다.
약 하나를 쓰기 위해서도
그 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모질에 어떤 반응을 하는지,
손상도에 따라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같은 펌제라도
누군가에게는 디자인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재앙이 된다.
그 차이는
운이 아니라
이해의 깊이다.
모질은
사람마다 다르다.
굵기, 밀도, 탄력, 수분량.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이미
버티지 못하는 상태일 수 있다.
여기에
두상까지 더해진다.
같은 커트라도
두상의 각도와 골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머리를 자르기 전에
먼저 사람을 읽는다.
머리카락보다
그 사람의 조건을
먼저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걸 무시한 채
‘디자인’만 흉내 내면
결과는 뻔하다.
요즘 미용실 현장에서는
망친 머리를
다른 디자이너가
수습하는 일이
너무도 흔하다.
과도한 탈색,
무너진 컬,
끊어져 버린 모발.
그 머리를 되돌리는 데에는
몇 배의 시간과
몇 배의 에너지가 든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결국 현장에 남아 있는
다른 디자이너가 떠안는다.
그래서
미용을 쉽게 생각하는 창업이
나는 가장 위험하다고 느낀다.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연 가게에서
누군가는 머리를 망치고,
누군가는 그 뒤처리를 하며
몸과 마음을 소진한다.
미용은
결과만 보이는 직업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판단의 연속으로
완성되는 일이다.
디자이너는
가위를 드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어디까지 가능한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지금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이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공부를 요구하고,
그 공부는
끝이 없다.
미용이 쉬워 보인다면
아직
이 일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걸 모른 채 연 미용실이
오늘도
누군가의 머리를 망치고,
다른 누군가는
그 머리를 조용히 수습하고 있다.
미용을
쉽게 시작하면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