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친 머리를 수습하는 사람들

차이는, 그다음에 나타난다

by 세하

헤어디자이너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의사가 오진을 하듯,

디자이너도

처음 만나는 모질이나

처음 시도하는 스타일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실수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진짜 차이는

머리가 잘 나왔느냐가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느냐에서 갈린다.


지금 이 상태에서

어디까지 손상됐는지,

무엇을 하면 더 망가질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


이게

머릿속에 바로 그려지는 사람이

나는

진짜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는

머리를 망쳐놓고도

해결 방법이 아니라

‘진상 고객이 될까’만

걱정하는 디자이너들이

생각보다 많다.


왜냐하면

공부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약의 성분도,

모질의 한계도,

손상 단계도

정확히 알지 못하니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


모르니까

두려운 것이다.

그 두려움은

결국

고객에게 전가된다.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예쁘다’는 기준만 앞세워

머리는 점점

산으로 간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다른 디자이너가

조용히 수습한다.


끊어진 머리를 다듬고,

무너진 컬을 완화시키고,

더 이상 손대면 안 되는 지점을

대신 설명한다.


그 과정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가장 많은 공부와

가장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일이다.


미용 현장에서

가장 힘든 일은

처음 디자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망가진 머리에서

‘그나마의 최선’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래서

수습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결국

공부한 디자이너다.


실수를 인정할 줄 알고,

상황을 판단할 줄 알고,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

미용은

완벽함의 직업이 아니다.


대신

책임의 직업이다.


머리를 망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망쳤을 때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지가

실력을 가른다.


그리고

그 책임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공부한 시간만큼,

겪어본 실패만큼,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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