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트는 약으로 커버되지 않는다
요즘 미용 업계에는
새로운 약이 너무 많이 나온다.
효과가 좋다는 말,
손상이 적다는 말,
누구나 쉽게 디자인이 나온다는 말.
홍보는 넘쳐나고,
광고는 늘 그럴듯하다.
그래서
좋다 하면
일단 사고 보는 디자이너들도 많다.
그 약이
어떤 성분인지,
어떤 모질에 반응하는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냥 쓴다.
펌의 퀄리티에
약이 도움을 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비싼 약이,
유행하는 약이
곧 좋은 약은 아니다.
펌에서 쓰이는 약은
결국 크게 보면
세 가지 계열로 나뉜다.
시스테인,
치오글라이콜산,
시스테아민.
이 세 가지 성분만 제대로 이해해도
대부분의 디자인은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중요한 건
약의 이름이 아니라
그 약이
지금 이 모질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할 수 있느냐다.
문제는
실력이 부족한 디자이너일수록
디자인이 안 나오면
약부터 탓한다는 점이다.
“약이 안 좋아서 그래요.”
“이 약은 컬이 약해요.”
“다음엔 다른 약으로 해볼게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컷트가 잘못되면
디자인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펌은
약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컷트 위에
약이 얹히는 작업이다.
기초가 무너지면
그 위에 뭘 올려도
결과는 흔들린다.
컷트는
약으로 커버할 수 없다.
그리고
컷트는
가발로 완성될 수 있는 기술도 아니다.
가발은
두상이 같다.
하지만
사람의 두상은
단 하나도 같지 않다.
머리의 방향,
골격의 높낮이,
뒤통수의 볼륨,
목선의 각도.
교육장에서 연습한
레이어드 컷트가
고객의 머리에서
그대로 나오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차이를 읽고
조정하는 게
디자이너의 실력이다.
그런데
이 과정을 건너뛰고
약에만 의존하면
결국 디자인이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약을 바꾼다.
약을 바꾸는 동안
실력은 그대로인데,
환경만 탓하게 된다.
미용에서
약은 도구다.
해결책이 아니다.
디자인이 안 나왔을 때
약을 떠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컷트와 두상,
연화 상태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나는
진짜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약이 디자인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디자이너가
약을 선택할 뿐이다.
미용이 쉬워 보이는 이유는
약이 좋아져서가 아니다.
어려운 부분을
너무 쉽게 건너뛰려 하기 때문이다.
미용은
약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술과 이해 없이 연 가게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흔들린다.
그래서 미용에서 창업은
지름길이 아니라
가장 늦게 가야 할 선택이다.
쉽게 열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결과가
사람에게 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