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기록

26.1.31

by 세하

대출 빚의 절반을 넘게 갚은 날이다.

이번 달 매장 목표매출도 달성했다.

너무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날.


퇴근 후

생태탕 집으로 축배를 들러갔다.


이 집의 고니와 애는

정말이지 입에서 녹아버린다.


태어나 가장 맛있는 생태탕을 먹은 날이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은 금세 잠들었고

나는 거실 티비를 틀어놓고

조니워커 3잔과 첫째 딸 쪼다를 벗 삼았다.



그렇게 한 시간의 여유를 즐기다 잠들었는데..


나를 깨운 목소리.


어젯밤 생태탕 집에서의 일이었다.


시어머니에게

입에 발린 소리를 우렁차게 하는 며느리와

마마보이 아들이

뒷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금요일 저녁.

식당은 만석이었고

너무 심하게 시끄러웠다.


듣고 싶지 않은 며느리의

여행이야기가 고막을 때렸다.


가식적인 하이톤의 웃음소리


”하학학학학 맞아요~어머니~“


식당 안에서 이 말만 백번은 넘게 들었는데

지금 나를 깨운 게 딱 이 목소리다.


새벽 5시.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나의 새벽은 희뿌연 푸른빛과 함께 후회로 물들고 있다.


아까 그년한테 말했어야 해.

’조용히 안 하면 그 입을 찢어버리겠다고 ‘

또 다른 내가 화를 참지 못하고 속삭인다.


그리고 또 다른 나는 대답한다.

정중하게라도 말할걸 그랬나?


어떻게 정중하게 말할수 있을까.

'홀이 시끄러워서 목소리가 커지신것 같은데,

조금 더 작게 대화하시길 부탁드려도 될까요?

시어머니와의 대화가 저희 한테 너무 잘 들려서요.'


이정도면 되었을까?

그럼 싸움까진 안났으려나?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문다.


할 말은 했어야 했다.

그걸 못해서 결국 잠을 포기했다.


불안감이 사라지면 우울감이 도드라진다더니

나의 우울감은 예민과 짜증으로 표출되고있다.


ps.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