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감은 실패일까

26.2.19

by 세하

8년 동안 키우던 제자가 매장을 떠난다.


샴푸도 못했던 조무래기를

팀장으로 만들어놓기까지

그리고 또래 친구들보다

많은 급여를 줄 수 있을 때까지

8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매장에서 탑을 찍을 만큼

승승장구하던 녀석이

배가 불렀는지,

미용이 지겹다고 말했다.


"당장 그만 두면 쓸 돈은 모아뒀어?

뭐 해 먹고살려고?."


번아웃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잠깐의 쉼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우리의 직업인데

직업을 바꿀까도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그 아이의 가정 형편을 알기에

매장을 나간 후의 사정이 걱정됐지만

나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그만두어야 한다는 집념이 더 강해 보였다.


처음엔 아쉬웠고,

인수인계를 하는 3개월이란 시간 동안은

씁쓸했다.


유종의 미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알던 아이가 맞는지,

내가 무얼 잘못했던 건지

언제부턴가 그 아이의 속내가

선명히 보이는 것만 같았다.


안 하던 말을 하며,

짖지 않던 표정을 지었고

더 이상 희생하지 않았다.


'그래, 그게 너였구나.'


두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두꺼운 가면이 무거웠겠구나'

그리고 '나는 너를 정말 몰랐구나.'


그 아이에 대한 가십거리에 닫았던 귀를

기억으로 더듬어 냈더니

지금의 모습과 이질감이 없었다.


8년이란 시간은 짧지만, 길었다.


화를 냈던 시간, 위로했던 시간.

그 모든 시간들은 그 아이뿐 아니라

나도 함께 성장시켰다.


"끝까지 함께 하자고 한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해요."


한 번도 그 약속이 지켜질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만 조금 이르다고 생각했을 뿐.


그때 그 감정은 이해의 감정인지

서운한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끝내 점장자리까지,

아니 원장자리까지 주지 못한 채

매장을 떠난다는 것에 대한

미련이 어렸다.


하지만 근래 그 아이를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벗겨진 가면뒤로

훤히 보이는 속내를 알았을 때

나는 여기까지라서 안도했다.


더 많이 믿고,

더 많이 내어주기 전이어서

참말로 다행이다.


그런데 나의 상실감은

실패로부터 오는 것일까, 인간에 대한 아쉬움일까.


ps. 검은 머리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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