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건 소장하는 것

26.2.21

by 세하

우리 집은 바퀴 광이 한 명 산다.

자동차도 두대

전기 자전거도 두대

그리고 자물쇠를 풀지 않은 지

5년도 넘은 자전거 한대.

전에는 오토바이와 전동 킥보드도 두대가 있었다.

아 그리고 전동 스케이트 보드 두대까지.


남편의 바퀴 사랑은

늘 우리가 함께해야 했기에

하나로는 부족했다.


그런데 어떤 날 우리는

현실을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 타고 다니는 것은

출퇴근용 자동차 두대뿐이라는 것.


우리는 적당히 정리하기로 했다.


킥보드를 타며 속도를 내다가

돌뿌리에 걸려서

몸이 하늘에 붕뜨며 생긴

이마 쪽에 흉터는

킥보드를 팔아치우게 만든 계기가 됐고,


취미로 타자던 스케이트 보드는

날 잡고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수고로움 때문이었는지

집안에서 오래도록 방치되다가

팔아치웠다.


걸쇠가 굳건히 도 잠겨진

녹슨 자전거는 보관대의

장식품처럼 우둑하니 서있을 뿐이다.


나는 사실 오토바이 운전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남편과의 취미를 공유하고 싶었을 뿐

내 몸보다 한참이나 무거운 오토바이를

깽깽이 발로 타는 건 조금 버겁기까지 했다.


남편의 뒤에 타는 것도 마찬가지 었다.

바람을 즐기며 타야 하지만

나는 바람을 맞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더 값 비싼 남편의 애마 오토바이를

먼저 처분하기로 했다.


손해보지 않을 만큼 깔끔하게 관리한

cb1100.


작은 오토바이 피규어를 사서

바라볼 만큼 좋아했던

남편의 오토바이를 보내는 날

그 아쉬움은 널따란 등판에서

희뿌연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못내 아쉬워 남겨두었던

나의 키티 오브제 오토바이까지 팔아 해치우던 날

나도 모를 홀가분함이 찾아왔다.


이제 남은 건 자동차 두대였고

남편은 오토바이를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 자전거 두대를 구입했다.


"현실적으로 오토바이보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전거가 좋은 것 같아."


"그래, 좋아."


우리가 정말 잘 타고 다닐지 의심 적었지만

오토바이를 보내고 허탈해하는

남편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심심찮은 동의 었다.


그렇게 1년이 좀 넘었는데

얼마 전부터 남편은

오토바이 영상을 들여다봤고

나는 직감했다.

'오토바이가 생기겠군.'


"나 이거 정말 갖고 싶은데,

내가 열심히 일할게."


나에게 같이 타자고 하지 않을 테니

혼자 바람 쐬고 싶을 때 타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나는 남편이 부럽다.

무언갈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 너무 부럽다.


나는 개이치 않았지만

적지 않은 가격에 남편은 계속해서

되물었다.


"이거 조금 비싼데..

그 대신 내가 정말 열심히 일할 거야."


나는 어떻게 말하면

이 사람이 부담 갖지 않을지 생각해내야 했다.


"나도 갖고 싶은 거 생기면 말할 테니까

그때 꼭 사줘야 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잘 안 타더라도, 이번엔 평생 소장하고 싶어."


종지부였다.

나는 사실 그러길 원했다.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나도 알고 있기에.


남편이 사준 샤넬백이 내게 그러하다.


잘 들지도 않지만

갖고 있다는 것으로 마음이 풍족해지는 것.


오토바이를 사고

아이 같은 표정으로 웃음 짓는

남편의 얼굴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그걸로 됐다.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담 갖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우린 이렇게 행복하려고

우린 이렇게 배려하려고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너의 껌딱지인 것처럼

네가 나의 껌딱지인 것처럼

소중한 건 껌딱지처럼 그냥 곁에 두며 살자.


ps. 나 귀걸이를 하나 사야 할 것 같아. 카드지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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