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킬로미터의 풍경, 6초의 여백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하여

by 세하

분주한 아침,

매일 다른 공기를 느낄 새도 없이

차에 몸을 실는다.


집 앞 오래된 신호등에

신호를 기다리는 것을 시작으로

늘 같은 길을 지나가고,


출발한 지 5분쯤 지나면

오른쪽 차창 밖으로

계절마다 다른 색이 스쳐간다.


이사 오기 전까지는

1년여 가량

다른 색깔들 속에

까맣고 작은 염소 몇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어떤 날은 두 마리, 어떤 날은 다섯 마리.

그 숫자를 헤아리는 일은

하루의 궁금함을 시작하는 일이었다.


바쁘고 정신없는 아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감상할수 있는

유일하고 짧은 시간.


하지만 출근길이 가까워진 지금,

그 길을 일부러 지나가지 않고서는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언제나 태클처럼 느껴졌던

속도 제한 표지판과 단속 카메라.


빠르고픈 우리에게

느림을 강요하던 그것들은,

하필 우연히도

가장 아름다운 풍경의 시작이었다.


60킬로의 속도,

매일 반복되는

딱 6초 남짓의 시간.


나는 덕분에,

아침마다

아주 조금은 설레었고,

이따금 그리웠으며,

그 작고 조용한 것들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러니까—

살면서 가끔씩,

조금은 억지로라도

느리게 가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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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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