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쇼윈도버그

가까이 보아야 보이는 것들

by 세하

창밖 사이드미러 한가운데,

세상의 중심이라도 된 듯 꼭 붙어 있던 벌레 한 쌍.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두 번 튕기고,

떨어지라고 소리쳐 봐도

그들은 미동조차 없이

자기들만의 역사를 쓰고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눈은 있겠지.

눈치는, 좀 보이니?


러브버그.


마치 사랑의 전도사 같은 예쁜 이름.

대충 꼭 붙어 다니는 꼴 역시도 제법 그럴싸했다.


아름다운 사랑이로구나,

죽기 전까지 함께하려는구나.


허나, 자세히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 붙은 이름이

너무나도 과분했음을.


엉덩이를 붙인 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러브버그.


“염치가 없는 거였네.”


그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욕정,

알을 까기 위한 목적의 대상일 뿐.


한 번도 같은 곳을 본 적 없는 사랑.

함께 날갯짓할 수 없는 동행.


그럴듯해 보이는 한 쌍.

가까이서 보니, 참 안돼 보이는 한 쌍.


러브버그라니,

그냥 쇼윈도버그 정도로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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