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기억에서 배운 조화의 감각

by 세하

초등학교 앞에서 팔던 아이스크림이

문득 생각났다.


하교 시간만 되면

솜사탕과 아이스크림 통을 끌고 나타나던 아저씨.

통 안엔 하얀색, 초코색, 딸기색, 포도색, 멜론색, 바나나색—

여섯 가지 색깔이 항상 눈길을 끌었고,

그 앞에만 서면 고민이 시작됐다.


한 가지 맛은 200원.

두 가지 맛은 300원.

선택지는 단순했지만,

오히려 더 오래 망설이게 만들었다.


늦게 끝나는 날엔

보라색이랑 연두색은 거의 바닥을 보였고,

나는 늘 그 둘 중 하나를 아쉬워했다.


한 가지 맛만 고를 땐 오히려 쉬웠다.

돈이 없어서 선택지가 없었고,

그럴 땐 그냥 제일 좋아하는 맛을 고르면 됐다.


하지만 300원을 쓸 수 있는 날엔

이야기가 달랐다.


딸기와 초코를 섞으면 더 맛있다는 걸 알게 될 때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고,

포도맛은 언제나 독보적으로 맛있었지만

다른 어떤 맛과도 섞이지 않았다.


늘 포도맛이 문제였다.

조화를 포기하고,

두 번째 좋은 걸 선택해야 했다.


어쩌면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조화를 위한 선택’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된 게.


직원 채용을 할 때가 그렇다.


면접을 보다 보면

성향이나 이력은 눈에 띄는데,

지금 있는 직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그 조화를 먼저 그려보게 된다.


강한 맛이 다른 맛을 해치는 것처럼,

사람도 그렇다.

지나치게 독보적인 성향은

다른 누군가의 리듬을 깨뜨리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어느 순간부터

보라색 맛을 포기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나는

인간관계의 조화를

아이스크림 통 앞에서

조금씩 배우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이스크림.png


매거진의 이전글자물쇠와 열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