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관, 레서판다도 놀란 심장 박동

첫 직관을 다녀오고

by 이세한
ChatGPT Image 2025년 7월 5일 오후 10_39_38.png




내 운명은 어디에?


어릴 때부터 취미가 없어서인지,
사람들이 무언가 푹 빠져 있는 모습이 늘 부러웠다.

그래서 이것저것 취미를 만들었고 야구도 그중 하나다.


경기에 따라 울고 웃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정말 애정이 담긴 것 같아 좋았다.

입문할 때 팀을 정하는 것이 고민이었는데

연고지인 서울은 마음 가는 팀도 없고,
단순히 지역 따라 선택하면
진심으로 좋아하게 될 것 같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처음 3초에 결정되듯
나도 그런 끌림이 있어야
진짜 애정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응원팀을 못 정하고 계속 미루고 있었다.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2024 한국시리즈가 한창이던 때, 야구팀을 고르게 된 계기가 생겼다.

친구가 영화관 가서 한국시리즈 경기를 보자고 했다.
줄곧 야구에 입문하고 싶었기에 흔쾌히 수락했고,
처음으로 야구 경기를 관람했다.

난 대구가 좋다.
외가가 경상도라 이모들이 대구에 살았고,
어릴 때 몇 번 놀러 갔었다.

자주 가진 못했지만,
그때 놀던 모습이나 먹었던 음식, 그때의 느낌이
조각조각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대구가 늘 좋았다.

사투리도 어쩜 그렇게 매력적인지,
영상을 찾아가며 공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대구의 야구팀이
때마침 함께 보러 간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니..!

대구에 대한 애정,
야구에 입문시켜 준 친구,
그리고 첫 관람 경기.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진 삼성 라이온즈는
그렇게 나의 응원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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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539739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3jFux8uBLmVNj3i4SPrVJw4kjBg%3D 억지로 말에 리듬을 넣지 않기!! 메모..




늠름한 레서판다


야구 입문도 하고, 팀도 정했는데—
경기가 없다.

한국시리즈 때 입문한 나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이고, 기나긴 겨울을 버텨야 했다.

그사이 대학에 입학했고, 기다리던 개막보다 개강을 먼저 맞았다.
정신없이 대학에 적응하다 보니 새로 생긴 취미는 잠시 미뤄뒀다.

3, 4월을 지나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니,
슬슬 대학생활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시험도 끝나고 내 머릿속은 온통 놀 생각이었고,
잊고 있던 야구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경기, 두 경기..
"제발 안타, 제발 홈런, 제발 네모 안에 공 좀 넣어!!"

제발이란 말을 백 번 넘게 외쳤을까.

기쁨과 아쉬움이 몇 번이나 교차하고,
작은 휴대폰 너머로 야구장에 모여든 사람들을 보니
나도 야구장에서 응원하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우리 야구장가자!!!"

셋이서 가기로 했는데,

한 명이 키움팬이라
삼성 대 키움 경기로 날짜를 정했다.

그리고 급하게 유니폼을 알아봤다.

(템에서 밀리면 가오 상하니까 ^^)

2025 유니폼을 살까 했는데,

에버랜드 콜라보 유니폼이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 없었다.

(귀여운 게 최고임)


한정으로 나왔던 거라, 중고거래 사이트를 열심히 찾았다.

그러다 텍도 안 뗀 새 제품을 하나 발견했는데...
14만 원. 스읍 좀 비싼데?

혹시나 해서 12만 원으로 가격 제안을 해봤는데

바로 승낙이 났다.

(아.. 더 깎을걸)


며칠 뒤 배송된 유니폼을 입어봤는데,
어쩜 이렇게 귀여운지 바로 인증샷부터 찍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유니폼을 갖고 있다!'는 기분으로
야구장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539739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ajivVkdECZ5%2FCwr1otN33Sn2PIY%3D 깜찍한 유니폼 어쩔 거야~~




이세카이(異世界)


함께 가기로 한 인원이 늘어 총 여섯 이서 가게 됐다.
일정도 화요일에서 목요일로 변경됐다.

'아... 목요일에는 오후 수업이 있는데...'

출튀라도 할까 했는데,

그 수업은 출석을 중간에 불러서 그것도 못 했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서두르기.

경기 당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움직였다.
아직 여름도 아닌데 날은 너무 더웠고, 지하철엔 사람이 가득했다.

특히 마지막 1호선으로 갈아탈 때는
야구장 가는 사람들과 퇴근길 사람들까지 뒤엉켜서 들어갈 틈이 없었다.

가득찬 열차를 비집고 겨우 탑승했다.


고척스카이돔에 도착해 보니 7시가 조금 안 됐다.

한시라도 빨리 들어가고 싶었던 나는
먼저 와 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티켓 빨리 가져오라고 재촉했다.

처음 와보는 야구장.
입구에서 공항처럼 가방을 소지품 검사대에 올리고
반입 금지 물품을 확인하는 게 신기했다.

들어가자마자 치킨이랑 맥주부터 얼른 사고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공간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오사카 여행 갔을 때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닌텐도 월드에 입장할 때 느낌이랑 비슷했다.

아직 룰도 헷갈리고, 응원가도 잘 모르지만,
그냥 맥주 한 캔 들고 직관하는 것만으로 낭만이었다.


양 팀 모두 7회까지 득점이 없었는데,
자욱이 햄의 8회 홈런으로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첫 직관인데 지면 마음 아프지.
결과까지 만족하며 경기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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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는 무슨 맛인가


시간이 너무 늦지 않아서 간단히 술 한잔 하며 마무리했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인데, 경기를 이기고 먹는 육회는 더 고소한 맛이 난다.

야구는 스포츠 그 자체보다,
보면서 느끼는 생동감.
함께하는 추억들이 하루를 의미 있게 만든다.


으으... 직관이 이렇게 즐겁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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