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떡상을 위한 3박자
NFT 시장은 숫자로 돌아가는 곳이다. 사진이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게임 아이템이 되었든 숫자에 의해 떡상하고, 숫자에 의해 떡락한다. 애초에 NFT 시장이 메인스트림의 주목을 받은 이유도 이 디지털 쪼가리들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는 NFT는 가장 매수가가 높은 NFT이며 주목을 받지 못하는 NFT는 페깅 된 매수가가 가장 낮은 NFT 되시겠다. 여기서 다시금 깨닫는 것은, 아무리 훌륭한 질적 가치를 부여한들 결국 NFT의 가치 표현은 숫자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로 숫자가 높다면 가치가 높다고 산정되는 바. 자본주의와 화폐경제 최전선에 있는 암호화폐와 NFT에게는 지극히 당연하고 놀랄만한 일이 아니지만, 아예 숫자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자들은 번지를 잘못 찾은 셈이다. 결국 NFT 시장 또한 숫자놀이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럼에 있어서 NFT는 기존 SNS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소셜셀렙,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 등 팔로워 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계정이라면 밥을 먹든 노래를 부르든 자연스레 시장 알고리즘이 그것을 캐치하는 반면, 아무리 뛰어나고 감동적인 컨텐츠나 작품이라 한들 애초에 팔로워 수가 적으면 넘쳐흐르는 컨텐츠 노이즈들에 의해 잊혀질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드는 질문이 있다.
"애초에 어떤 컨텐츠가 너무나 감동적이고 질적으로 훌륭하여 숫자가 자연스레 올라가는 것일까? 아니면 높은 숫자에 매혹되어 사람들이 그것은 가치 있고 흥미로운 것이라고 자기세뇌를 시키는 것일까?
인터넷은 "순진한" 자에게는 아주 가혹한 곳이다. 댓글조작, 숫자조작, 차트 조작, 통계 조작, 키워드 조작, 알고리즘 조작, 매크로 조작, 백도어 프로그램 등 서부개척 시대 마냥 아무도 당신을 보호해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당신 마음대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암호화폐나 탈중앙 플랫폼은 기존 인터넷 플랫폼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더욱 "와일드"하다. 고객지원센터 따윈 존재하지 않으며 당신의 돈이 날아가도 컴플레인을 접수할 수 있는 창구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냥 "아 이 작품은 엄청나게 감동적인 것이니 자연스럽게 팔로워가 많아질거야", "아 이 NFT는 엄청나게 감동적인 거니깐 높게 팔릴거야" 등 순진한 태도로 관망한다면, 당신 작품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것이 당신이 원하는 바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렇다면 굳이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사고 10만원 가까운 수수료까지 내면서 NFT를 발행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차라리 개인 비공개 블로그에다 올리면 될 것을..
이제 인정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NFT 예술가는 NFT 장사꾼과 한 몸임을.."
좋게 말하면 마케팅, 일반적인 단어로는 장사/사업, 속된 말로는 시장조작, 심리 조작이 되시겠다. 이 말은 즉슨, 인터넷 세상에서 숫자든 무엇이든 아주 자연스럽게 올라갈 일은 없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당신의 작품이 엄청나다 한들 많고도 많은 노이즈와 경쟁을 뚫고 당신의 작품이 자연스레 주목받을 일은 없다. 그러니 골방에서 이따금 밖에 보이는 바닷 풍경을 도화지에 그려 혼자 그걸 바라만 보는 것도 좋은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것을 인터넷에 올릴 필요도 없고 NFT로는 더더욱 발행할 이유가 없다. 숫자놀이, 소셜 메커닉스, 통계분석, 사업적 기획이 없는 컨텐츠 혹은 행위는 NFT의 내터리브를 빗나간다. 왜 영어권의 자칭 NFT 예술가들이 소위 Whale이라 불리는 쩐주들과 열렬히 소통하며 트위터, 클럽하우스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박 터지게 자기홍보, 셀프어필/마케팅을 하고 있겠던가?
대표적인 예시로 NFT 시장의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최근 크리스티 경매에서 770억에 NFT를 판매한 비플을 꼽을 수 있겠다.
비플은 2020년 후반부터 갑자기 떡상하기 시작한 아티스트이다.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아주 단순하다.
'허벌라게' 비싸게 작품들이 팔려나갔기 때문.
애초에 비싸게 팔리지 않았다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을 터.
누가 이리 수백억을 쏟아부으며 비플 작품을 매수하고 있었던가?
그 뒤에는 Metapurse라는 암호화폐중심 사모펀드가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Metakovan이라는 개인이 있다.
이 작자가, 자신이 운용하고 있는 사모펀드 자금으로 비플작품을 펌핑시켰으며 지금도 꾸준히 비플 작품을 사들이고 있다. 아니.. 사모펀드는 투자수익이 나야 하는데, 그냥 작품을 사기만 하면 수익이 나고 있는가? 사모펀드 수익 걱정은 연예인 걱정만큼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다. 왜냐면 그들은 이미 아주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비플작품에 페깅된 소위 말하는 "비플토큰'을 찍어내면서 말이다.
토큰 발행일자: 2021년 1월 23일
토큰 ICO 가격: $0.36 (한화 4백원)
전체 토큰 물량: 160만개
ICO 웹사이트: https://whalestreet.xyz/
Metakovan은 많은 사람들이 비플 작품을 소유했으면 좋겠다며 비플작품에 페깅된 B20 토큰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미술작품에 대한 지분/주식이라고 보면 됨). 여기서 아이러니 한 점은 Metakovan이 B20 토큰 지분의 59%를 점유하고 있고, 더더욱 아이러니하다 못해 코미디스러운 것은 비플마저도 이 토큰의 2%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둘은 아주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였던 것.
한 마디로 어떤 싱가폴 아재와 비플이 손을 잡아 비플이 작품을 내놓고 아재가 그 작품들을 쭈욱 비싸게 사들인 뒤 이 작품들에 페깅된 B20라는 토큰을 발행했다는 것. 그리하여 이 토큰의 양적가치는 비플이 내놓고 있는 작품을 이 작자가 얼마에 매수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 (물론 이 토큰을 사고 하는 자가 많아질 때도 가격이 올라가겠지만).
위는 B20 상장 이후 B20 차트. 적게는 수 억, 많게는 수 백억에 비플 작품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군중들이 이건 뭐지 하다가 B20 토큰에 우르르 몰리기 시작. 그러니 토큰은 펌핑된 작품 매수가에 이어 언론 Hype까지 거들면서 한 마디로 "떡상"하기 시작. 0.36달러에서 최대 25달러까지 단숨에 폭등 (67배 수익).
예술이라면 이게 예술이 아니겠던가?
장사와 사업은 예술이 될 수 없던가?
숫자는 예술로 칠 수 없는가?
주가기획 아니, 차트조작을 예술이라 한다면, 이게 진정 예술의 꽃 되시겠다.
위와 같은 메타코반과 비플의 팀워크를 일각에서는 "마켓메이킹" 혹은 "자전거래"라 부르는데 투자를 좀 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시장 공식이 되겠다. 그만큼 NFT는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있으며 숫자와 수익과 따로 놀 수 없다는 것. NFT를 메인스트림으로 이끌고 시장의 간판 역할을 한 NFT가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갖고 있다는 것은 NFT가 본질적으로 자본, 마케팅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관계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지 적나라게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지금의 B20 토큰은 펌핑력이 떨어져 하향세를 타고 있지만, 향후 B20가 어찌 될지는 점 칠 수 없는 노릇이다. 아예 곤두박질칠 수도 있고 갑자기 또 Metakovan이 뭔 짓을 해서 다시 펌핑될 수도 있는 일. 토큰을 사지 않는 자에게는 그저 재밌는 구경거리일 뿐)
물론 자본에 의해 단시간 펌핑되더라도 컨텐츠나 내러티브 자체가 내실이 없다면 버블은 삽시간에 터져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니 단순히 '자본력=NFT 성공'이라는 공식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실제로 숫자적으로 펌핑된 프로젝트들 중 소리없이 잊혀진 프로젝트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들이 갖춰져야 소위 언론에서까지 주목받는 "떡상 NFT"가 될 수 있는가?
컨텐츠, 자본, 마케팅이라는 3박자
그렇다. "흠.. 좀 괜찮은데?", "시장 관심 좀 받겠는데?" 정도의 반응이 나오는 컨텐츠가 자본력을 만나 마케팅 파워를 갖게 된다면 이제 뉴스 헤드라인에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 NFT 예술은 컨텐츠적 예술이면서 자본적 예술이요 마케터의 후까시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예술이라 볼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고자 한다면 게임의 룰을 알아야 할 터. NFT라는 게임은 이 3박자로 막을 올리고 이 3박자로 막을 내린다.
NFT 프레임은 숫자에 의해 지배된다. 컨텐츠의 질적 가치가 어찌 되었든 가치가 표현되는 언어는 결국 숫자이다. 이를 이미 알고 있는 많은 영어권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첫 작품을 민팅 한 뒤 다른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작품을 고가에 매수하거나 메타코반과 같은 쩐주들과 결탁하여 평균 매수가를 높게 유지하는 등 아주 주체적으로 자신 작품의 시장가치를 쉐이핑하고 있다.
참 보면 볼수록 재밌는 시장이다. 기존의 SNS나 투자시장과 큰 차이점이 없으며 오히려 그 연장선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것이 이 NFT라는 세계이다. 가장 숫자가 높고, 가장 노이즈가 많은 작품이 가장 "가치있다"고 여겨진다. 최소한 이 프레임 안에서는 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은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은가?
플레이 하겠다면 게임에서 어떤 포지션을 점할 것인가?
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떤 새로운 판을 짜보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