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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화아닌 김세화 Mar 15. 2022

말을 아끼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나도 이제는 말할래

어렸을 때, 남들은 다 갖고 있는데 나는 없어서 부러운 적이 있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원래 조르지 않는 아이였지만, 이때는 나도 너무 갖고 싶어서 엄마에게 때 써 보자 생각했어요. 그때 엄마는 안된다고 했고 저는 그러면 죽어버릴 거야! 하고 소리 질렀었죠. 그랬더니 엄마는 그럼 죽으라며 뒤도 안 돌아보고 설거지하고 있던 칼을 뒤로 던져버리더군요. 그 칼이 2센티만 더 가까이 다가왔어도 제 다리는 칼에 찔렸을 거예요. 그때부터 이미 엄마는 저에게 아주 먼 존재가 되었습니다.

다른 어른들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빠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어요. 한 번 나가면 며칠 후에 집에 오셔서 어색했나 봐요. 유일한 저의 친구는 그저 책이었어요. 저는 그냥 도서관을 매일 가고 매일 읽었습니다. 저는 이제 어른들에게 도움이나 원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빠가 사기를 당하고 집이 기울어지면서 우리 집은 기초수급자가 되었습니다.  창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보려고 하더라도 학급 안에서는 창피했어요. 왜냐면 꼭 담임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저를 부르고 저는 교무실로 가야 했는데, 애들은 "뭐 잘못했어? 무슨 일이야? 담탱이가 왜 불러?"라고 매번 하는데 저는 돌려 말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반복되니 모두 제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 엄청 놀렸죠. 그 당시에 '어른들은 왜 배려가 없지?'라고 많이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어린 왕자'도 안 읽어 보셨나?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노래도 모르시나? 까지도 생각해보고요. 학교에서 도덕 시간에 역지사지는 가르치면서 왜 실천이 안 되시지? 라며 원망도 했습니다. 이때도 차라리 말해야 했었나 봐요. 그렇게 친구들이 다 아는 것은 원하지 않아서 다른 방식으로 불러주셨으면 좋겠다고요.


이제 도움을 받지 않고 어떻게든 해보고 싶었지만 성인이 아니다 보니 성인의 허락이 또는 레퍼런스가 필요한 순간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원래 용돈이 없어서 큰 감흥은 없었지만 학교에서 다들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가는 것이 너무 부러워 보였고 저는 '삼성꿈장학금'을 보게 되었죠. 이건 꼭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 때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담임 선생님께 찾아가 '저 이 장학금 꼭 신청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더니 담임 선생님은 "다른 장학금도 나중에 나올 테니 이건 하지 말자 너 해도 해봤자 안돼." 정말 저는 질려가기 시작했어요. 저는 막무가내로라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반으로 돌아가 신청서를 써서 하지 말라고 했지만 제출했습니다. 물론 선생님은 정말 안 반가워하셨죠. 바쁘셨고 성적 높은 친구들만 챙기기 바빴고, 저가 언제 성적 높은 친구보다 언어가 잘 나온 적이 있었는데 "야 너는 어떻게 쟤 보다 못하냐? 부끄럽지도 않냐" 정말 이 말은 영원히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당연히 저를 낮게 보는 것 같았고 존재를 무시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고 달달 볶았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제대로 추천서를 해주시더라고요. 오히려 선생님이 써주신 저 추천서를 읽고 감동받았습니다. 그렇게 잘 써주실 거 왜 말을 밉상으로 하시는지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리하여 숙명여자고등학교(아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전통이 깊은 오래된 학교) 그 전교생 중에 유일하게 저만 그 장학금을 탔다고 하더라고요. 그 장학금으로 꿈에 그리던 인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무언가 해냈다는 생각이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했으며 힘들게 얻은 돈인 만큼 열심히 반복해 듣고 문제도 풀어보자 싶었죠. 그러더니 성적이 쑥 오르더라고요. 이래서 사람들이 학원을 다니고 따로 집에서 강의를 듣는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학교에서도 친구들은 강의를 들으며 수업은 듣지 않았었죠. 이 사건으로 배운 것은 '일단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은 하고 봐야 하는구나 그리고 저지르고 봐야겠구나'였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지금까지도 일단 안 될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우선 후회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두려워도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깨달음과 행동력이 이제 연고지 없고 연관성이 하나도 없는데도 외국으로 떠날 용기를 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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