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장어 사 올 거야. 끓여봐

장어탕 이야기

by 글쓴이세형

여름 땡볕 아래 달궈진 식당 ‘부안애서’

그 주방 안에서 250도 화덕으로 갈비를 굽다 보면 온몸 구석구석 땀이 비 내리는 듯이 흐른다.

모두가 지쳐가는 8월. 사장님은 무엇을 결정하신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내일 장어 사 올 거야. 장어탕 끓여봐”

‘먹어보고 싶었지만 한 번도 안 먹어본 장어탕을 끓이라고요?’

속으로 생각만 하고

“넵!” 당황하지 않은 척 씩씩하게 대답을 해본다.

못할게 뭐 있으랴 바로 장어탕 끓이는 법을 부리나케 찾아본다.

책과 인터넷으로 인해 불어나는 지식들과 함께 맛을 낼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이 치솟아 오른다.

일단 오늘밤은 가마솥에 물을 한가득 담아 시래기를 넣고 푹 삶아두고 간다.

본격적인 준비는 내일부터 시작이다.

사장님은 뱉으신 말 그대로 다음날 장어를 봉지 한가득 사 오셨다.

“이게 하모라는 거야. 과장님 맛있게 끓여줘! 엄청 비싼 거야!”

갯장어

족히 20마리는 넘어 보인다. 서둘러 손질해 본다.

하모는 일본말이다. 우리나라 말로 갯장어라고 불린다.

사시사철 잡히는 아나고(붕장어)와 달리 5월부터 12월까지만 잡힌다. 여름이 아니면 먹기 힘들다. 성격도 까다로워 낚시가 아니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하모 대가리에 낚싯바늘과 엄청나게 많은 잔가시 덕에 손질하는게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열댓 마리 장어를 삶고 뼈와 살을 분리한다. 찬호랑 승준이가 기껏 도와주겠단다.

너무 기특하고 고맙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어지간히 장어탕을 빨리 먹고 싶으면 저럴까 생각도 든다.

나는 그사이 시래기에 된장, 들기름, 마늘, 생강 등을 넣어 치대 준비한다.

정신없이 발라낸 뼈는 구워서 볶아 갈아버린다. 살은 육수에 갈아 한 대 섞는다.

이 장어탕에는 부안애서 식구들의 노고와 함께 하모(갯장어)의 머리, 내장을 제외한 몸뚱아리 전부가 들어간다. 맛이 없을 수 없다. 없으면 내 잘못이 아주 크다.

마지막 피날레는 내가 전날 본가 냉동고에서 털어온 들깨가루다.

거창에 사는 둘째 이모가 직접 키워 갈아 보내준 직접 들깨가루인데 향이 너무 좋아서 엄마 몰래 한 봉지 가져왔다.

장어탕을 완성하고 먹고 나서 식구들 표정을 봤을 때 그제서야 안심이 든다.

여름철 어른들이 보양식을 먹는게 공감이 못했다.

음식을 먹어서 얼마나 보양이 된다고 저렇게 찾아서 먹어대나.. 생각뿐이었는데

이번 여름 보양식을 여러번 먹고 나니 아주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먹고 나서는 몸에서 열이 난다. 지구 내부의 열을 빼앗듯 힘이 치솟는다.

음식이 약이라는 말을 사장님은 입이 닳도록 말하신다.

보양식은 말 그대로 약이 되는 음식이다.

앞선 말대로라면 ‘음식=보양식’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거 같다.

음식을 보양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요리사가 진정으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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