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엄마

12월의 속초 미식여행

by 글쓴이세형
포장마차 뷰

12월 12일 식당일을 마치자마자 같이 일하는 민식이가 차를 타고 데리러 왔다.

속초까지 하염없이 노래를 부르고 정신없이 달렸다.

모텔에 도착하자마자 해병대 옷을 꺼내든다.

나는 해병대가 아니다.

민식이가 깔깔이를 내 거까지 챙겨다가 입으란다.

깔깔이를 입고 편의점을 들러 폭죽을 산다.

어두컴컴한 해수욕장에 담배를 물고 라이터로 폭죽에 불을 킨다.

불이 붙자 엄청난 굉음을 내며 폭죽이 사방으로 발사된다. 알고 보니 폭죽이름이 미사일.

폭죽만 터트리고 바로 모텔행


넷플릭스로 토토로를 보면서 먹으려다가 너무 지루해서 솔로지옥을 틀어버린다.

"형 이번 솔로지옥 망했는데요? 게스트가 전편보다 별론 데요?"

진짜 실망을 하려던 차 반전이 나와버린다.


다음날아침

8시 기상을 목표로 맞춰둔 알람이 10시에 울려버렸다.

기상하자마자 깔깔이를 챙겨 입고 바닷길을 러닝 한다.

정말 상쾌하다. 모든 바닷바람이 내 면상을 시작으로 뒤통수까지 훑고 지나가니 잡스러운 고민들이 사라진다.

나이키런클럽

해장을 위해 최자로드에 나온 물곰탕집을 찾아갔다.


물곰은 나에겐 익숙한 생선이지만 정말 끓이기 어려운 생선이다.

살이 물렁물렁하고 물이 많아 금세 녹아 없어지기 때문이다.

시원한 무와 대파 물곰이 만나 이제껏 먹은 해장음식들을 발라버린다.

감히 넘버원이라 말해본다. 민식이가 그렇게 찬양을 부를 정도랄까?

사돈집


속초수산시장을 구경하며 소화를 시키고

본격적으로 양미리구이를 먹으러 간다.


속초 동명항 오징어난전엔 양미리, 도루묵구이집들이 나란히 줄지어 포장마차를 한다.

엄청난 호객. 연탄불냄새, 그물에 걸린 양미리를 골라내는 어부들

갑자기 어떤 어부복장 아줌마가 소리를 지르며 말을 건다.


"엄마가 많이 줄게! 가자미도 줄게 실컷 먹어"

"돌아보고 올게요"


결국 엄마의 품으로 돌아갔다.

"엄마 나왔어!"

"거봐 다른 데는 가자미는 안 준다니까?"


자칭 엄마는 양미리구이를 파는 사장 아주머니다.

하두 엄마가 엄마가 하길래 그냥 엄마라고 했다.


사실 배가 안 고파서 가자미까지는 필요 없었다.

그냥 바다가 보이는 자리가 좋고 어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먹고 싶었다.


누군가가 고생을 해서 하나하나 그물에서 골라낸 양미리를

그 고생 앞에서 바다와 함께 보며 먹자니 그 낭만이 좋았다.


굵은소금 켜켜이 쳐낸 양미리와 도루묵, 반건조 가자미 두 조각이 나온다

연탄불은 엄청난 연기를 뿜내며 잘생긴? 민식이의 얼굴을 공격했다.

소금이 타닥타닥 튀며 맛있는 사운드가 완성된다.

도루묵의 알도 같이 터지며 석쇠아래 연탄불로 떨어진다.


엄마가 다가온다.

"아들 양미리 구울줄 아네. 잘 굽네! 한두 번 구워본 솜씨가 아니여"

"엄마 우리 요리하는 사람이여!"

대답도 안 듣고 엄마는 이미 벌써 다른 테이블로 가버렸다.


그새 다시 와서는

"도루묵 알은 익으면 맛없어! 빨리 먹어!"

"아니 그걸 왜 지금 알려줘요! 이미 다 익었구먼."

소리를 지르기 전에 이미 다른 테이블로 가버렸다.

도루묵 양미리 가자미

어제 왔으면 비가 와서 양미리를 구경도 못했다고 한다.

" 엄마 잘 먹었어요. 담에 또 올게"

"그랴 양미리는 12월 말 되기 전에 끝나. 여기 사람들 싹 다 사라져 버려"

"5월에 오징어 팔 때 그때 다시 하니까 그때 오등가!"

"그럼 그때 올게요. 잘 먹었어요!"

"잘 가!"


반말로 잘 가! 하고 그냥 뒤돌아 다른 테이블로 가버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안 나쁘다. 뭐 이런 식당이 있나.

머리론 이해가 안 되는데 몸이 반응한다.

속초의 12월이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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