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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현 Nov 23. 2020

겁쟁이 엄마의 100일 자동차 여행기#45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Day 45, 7월 26일, 블루아 성(Château de Blois)





다소 어수선한 호텔 식당에서 조식을 먹었다. 로비는 아침부터 여행객으로 붐비는데 대부분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다.


블루아 성의 규모는 어제 가본 샹보르 성의 절반도 안 되는 아담한 크기이다. 하지만 이곳에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가 머물렀다. 각기 다른 왕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증축을 했다. 그 결과 이 성은 고딕 양식에서 르네상스 양식까지 다양한 건축 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되어서,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이라고 한다. 또한 이 성은 외부의 공격을 방어하기에 적합한 성이었다고 한다.


블루아  성( Château Royal de Blois)
Église Saint-Nicolas 성당과 루아르 강
성에서 내려다본 블루아 마을



 성의 안뜰로 들어가면 정면에 어제 샹보르성에서 본 것과 매우 유사한 나선형 계단의 외부 모습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름다운 건물이다. 프랑스혁명 때  훼손되고, 물건도 도난을 당했으나 후에 다시 복원되었다.


지금 외국인 관광객이 볼 때야 건물 외부부터 내부까지, 또 이곳에 전시된 가구며 그림까지 모두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다. 그러나 분노한 시민들에게는 증오의 대상이었으리라. 시대마다 예술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계단 장식
이곳의 이중 계단 역시 다빈치가 설계한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으나 확인은 되지 않았다.


오래된 피아노와 태피스트리, 도자기와 건물을 장식한 신화 속 인물들의 조각품들이 멋진 박물관을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도 패드를 통해 성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듣기도 하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섬세하고 아름다운 물건들을 만들고 감상하는 동안, 시민들이 겪는 고충을 잠시라도 생각해본 왕이나 왕비가 있을까? 오로지 권력 다툼을 통해 더 많은 부와 힘을 얻기 위해 온 정신을 다 쏟아부었던 것은 아닐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성에서 오분 거리에는 마술 쇼를 볼 수 있는 건물(Maison de la Magie Robert-Houdin)이 있다. 창문마다 눈에서 붉은 레이저를 쏘는 용의 머리가 나와서 움직인다.



지하는 마치 피라미드 내부처럼 꾸며 놓았다. 미스터리 한 그림들과 설치물들이 아이들을 신나게 하는 곳이다. 극장에서 매직 쇼를 관람하였다.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와 함께라면 시간을 보내기에 괜찮은 곳이다.









오늘의 숙소인 샤르트르로 간다. 가는 길도 평야와 나무가 터널을 만들어 주는 도로를 평화롭게 지났다. 내일이면 파리에 도착하고 차를 반납해야 하기에 실제 느긋하게 프랑스에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찬스이기도 하다. 프랑스 남부와 중부 여행이 이렇게 끝나가니 매우 서운한 기분이다. 들판과 작은 마을을 눈과 마음에 열심히 담아 본다. 아이들은 뒷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했다. 샤르트르 대성당은 해가 지기 전에 도보로 가서 둘러보고, 해가 진후 성당에 불빛을 비추는 이벤트를 보려고 한다.






성당은 듣던대로 역시 아름다웠다. 성당 양쪽으로 아름다운 첨탑이 서있는데, 각각의 모양이 매우 다르다. 하나는 매우 화려하고 다른 하나는 소박하다.

샤르트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Chartres)






성당 앞 뜰이 있는 건물에서는 여러 가지 장애물을 시간 내에 통과해야 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전통 복장을 입은 직원들이 반겨준다. 장애물을 모두 통과하고 벽 위에 걸린 종을 치면 미션 완료이다. 아들이 도전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종을 울렸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딸은 불과 1~2년 사이에 이런 활동은 더 이상 하고 싶어하지 않는 개성 뚜렷한 사람이 되었다. 대신 나와 함께 아들을 응원한다. 우리 아들 운동 선수의 자질은 크게 없어 보인다.












해가 지고 있는 마을




마을을 돌아보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작지만 예쁜 중국 식당이다. 숙주와 새우를 넣은 볶음면과 오리고기, 튀긴 만두를 먹었다.







주위는 캄캄한데 샤르트르 성당을 비추는 화려한 불빛쇼는 더없이 환상적이다. 성당 앞마당에 사람들이 모두 앉아서 감상한다. 우리도 바닥에 앉았다. 성당이 너무 높아서 고개를 뒤로 젖혀야 꼭대기까지 다 보인다. 어두워진 하늘에는 별도 떠있다. 별빛보다 더 화려한 불빛이지만, 난 별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아들과 딸과 이렇게 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프랑스를 여행하며 수많은 성을 보고, 성당을 보았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더 준비를 잘하고 더 부지런히 다녔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에게도 분명 좋은 추억으로 남겠지?



밤은 깊어가고 어쩐지 허전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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