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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현 Nov 14. 2020

겁쟁이 엄마의 100일 자동차 여행기#44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Day 44, 7월 25일, 샹보르성(Château de Chambord), 블루아 성(Château Royal de Blois)





어제 늦게까지 방탕하게 논 대가로 아침에 숙취에 시달렸다. 체크아웃을 할 때에는 2박 3일 동안의 식사와 어제 마신 위스키 값이 얼마나 나올지 조금 긴장이 되었다.


 계속되는 맑고 투명한 날이다. 마크가 우리 식탁에 와서 밥을 먹겠다고 한다. 내가 요구르트와 과일을 챙겨다 주니 아들 녀석과 이야기를 나누며 깨끗하게 다 먹었다. 마크의 엄마와 아빠가 다소 놀란다. 원래 굉장히 내성적이어서 우리와 함께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것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정원의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함께 서운하다. 어쩌면 아이들은 이렇게 금방 온 마음을 다 열고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걸까? 초록 나무 그늘 아래 모인 작은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샹보르 성으로 향한다. 프랑수아 1세가 이탈리아의 건축가들을 불러서 만든 성이다. 여인들에게 선물한 쉬농소 성이 작은 별장 같다면 샹보르 성은 본가와 같은 큰 성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해자로 둘러싸인 부지에는 드넓은 정원과 성이 있다. 정교하게 장식된 탑들과 검은 지붕, 많은 창문들이 어우러져 겉모습이 화려하다. 푸랑수아 1세는 이 성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태양왕 루이 14세에 이르러 비로소 완성이 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를 동경한 프랑수아 1세가 이탈리아 건축가들과 프랑스의 장인들을 동원해 건축한 샹보르성(Château de Chambord)




낭시에서의 좋은 기억도 떠오른 김에 가족이 탈 수 있는 자전거를 빌렸다. 전동으로 움직이는 탈것이 있었지만, 왠지 직접 발로 움직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5분이 지나서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정원을 한 바퀴 도는데 한 시간 가까이 걸렸고, 길은 메마른 흙먼지가 날렸다. 우리보다 손쉽게 전동 자전거로 달리는 사람들에게 길을 양보해야했다.


정원이 무척 넓기 때문에 전동차를 빌리는 편이 현명하다. 녀석들이 점점 미소가 사라지고 말이 없어진다.







한낮의 태양 아래 다리 운동을 열심히 하고 나니 모두 지쳐버렸다. 매점에서 파는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사들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맛있게 먹었다. 다양한 인종의 가족들이 풀밭에 앉아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한국어 지원이 되는 안내기기를 대여했다. 패드 형태로 되어 있고, 증강 현실을 사용할 수 있는 기기로 아이들은 무척 반겼다. 엄마의 마음 같아서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오디오 기능만 있는 기기였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착공 전에 다빈치는 이미 사망했지마, 그가 설계했다는 설이 있는 계단을 올라가 본다. 내성 중앙에 있는 이중 나선형 계단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은 서로의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마주치지 않는 아름다운 계단이었다. 화려한 장식과 그림, 가구들로 꾸며진 수많은 방들도 구경했다. 왕족들이 이렇게 사치스럽게 사는 것을 알면서도 이 극성스러운 프랑스인들은 그때는 어떻게 참고 보고만 있었을까?



다빈치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이중 나선 계단.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방






성의 곳곳에서 프랑수아 1세를 상징하는 도마뱀과 이니셜 F를 볼 수 있다.






성밖의 테라스로 나왔다. 성 위에서 바라본 넓은 정원과 주변의 숲이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가까이서 바라보니 탑들과 지붕의 기하학적인 장식들의 완성미가 완벽을 추구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들이 보면 볼수록 묘한 만족감을 준다. 이 성에는 굴뚝이 300개가 넘개 있다. 상보르 성은 루아르 계곡의 고성들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성이라고 한다. 좌우대칭과 균형미가 돋보이는 곳이다.


드넓은 정원과 주변의 숲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의 이탈리아풍 성의 외관







30분 거리에 오늘의 숙소가 있는 블루아 성 근처로 갔다. 화려한 이틀 밤을 보냈기에 오늘은 저렴한 호텔에서 머물기로 했다. 좁은 로비에 짐을 내려 두고, 근처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요금을 내야한다. 주로 중국인 관광객이 끊임없이 오고 가는 좁고 번잡한 호텔이었다. 하루아침에 공주에서 평민으로 강등된 기분이 든다. 하하하.


다행히 시내 중심에 있고, 블루아 성이 가까이 보이는 곳이라는 장점이 있다.


며칠 ‘쌀’을 못 먹었기 때문에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검색했다. 언덕길을 한참 걸어가서 일식당에서 초밥을 먹었다. 저녁때인데도 식당에 손님이 없어서 불안했는데, 밥이 무척 질어서 맛있게 먹기 어려웠다.


언덕을 내려와 숙소 아래로 조금 내려가니 그곳이 번화가였다.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꽤 많은 아시아 식당이 있었고, 심지어 한국 식당도 있었다. 흠, 그럴 수도 있지 뭐. 호텔 로비에서 직원에게 물었더라면 좋았겠다. 나는 비록 겁은 많지만 낯선 사람에게 말 거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경험상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헤매는 외국인을 나몰라라 하지않을 정도의 인간미는 가지고 있다. 대도시로 갈 수록 그 인간미가 부족한 사람을 가끔 만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무니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블루아 시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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