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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와 Feb 14. 2022

응급실에 온 엄마와 아들, 발 동동동

한 여름의 한 밤 중, 모두가 잠든 시간이었습니다. 응급실 및 중환자실에 환자가 한 명도 없기도 했거니와 풀벌레들도 울지 않았던 매우 조용한 밤이었습니다.


그러 고요를 깬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 곧이어 차 문이 쾅 닫히는 소리와 함께 너무나 크게 들린 목소리.


“엄마! 이제 다 왔어요! 쫌만 참아요!”


60대 여성 환자였고 보호자로 아들이 함께 왔습니다. 환자의 얼굴은 잔뜩 찌 뿌려져 있었고 식은땀을 폭포처럼 흘렸으며 혼자선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어 보였습니다. 거의 아이를 낳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괴로워했습니다.


진단명은 변비. 글리세린 관장(Glycerin enema) 처방이 있어 수행하였으나 변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더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환자가 겪는 통증의 1분은 옛날 교장 선생님의 지루한 훈시 1시간보다도 더 길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는 아니고 병원이 무너질 것 같은 고함, 그리고 신음 소리. 여기에 보호자의 애걸, 얼마나 엄마 걱정을 많이 했는지 반복되는 애걸, 애걸, 그리고 또 애걸.


그래서 환자 고통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손가락 관장(Finger enema)을 화장실에서 진행했습니다. 오래된 변비답게 딱딱한 돌덩어리 같은 변 덩어리(똥 덩어리가 더 적합한 용어인가?)들을 꺼낸 후, 환자 분은 변을 잘 보셨습니다. 정말 잘 보셨습니다. 이 후 응급실로 다시 모시고 와 옷을 갈아 입히고 엉덩이를 닦아 드렸습니다. 손가락 장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잘 해야지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뒷 수습을 감당하기가…


아무튼 그 후 환자의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증상도 바로 완화되는 등 상태가 좋아지셔서 너무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변비가 그렇게 심한 질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 러닝앤그로스, 응급실 이야기 각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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