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하루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시간.
누구의 표정도 닮지 않고, 그 어떤 감정도 덧입혀지지 않은 가장 말간 고요.
모두의 숨이 잦아들고 같은 세상을 부유하던 존재들이 각각의 세계로 떠나는 경계.
그 시간을 홀로 유영하는 나.
그 시간이 아니면 숨 쉴 수 없는 나.
경계에서 벗어나 빈자리를 남긴 사람들을 찾아갈 거야.
그들은 저마다 다른 세상을 만나며 긴 시간을 보내고 오겠지.
난 그 빈자리를 안아주고, 토닥여주려고 왔어.
이른 시간에 돌아와도 괜찮아. 그게 꿈이었어도 괜찮아.
가끔은, 정말 꿈이니까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
더 차가운 현실이 기다려도 지금만큼은 우리의 시간에 머물러도 괜찮다고 말이야.
우리처럼 새벽을 사는 사람들을 모을 거야.
불꽃놀이는 새벽에 가장 예쁘니까 이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축제야.
태양 없이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일출이야.
축제를 숨죽여 지켜보던 별들도 우리에게 모이지,
고독을 아는 사람들이 모여 피우는 이야기의 불꽃이 별빛을 받으며 타올라.
누구도 듣지 못할 눈물을 투명한 하늘에 조용히 흘려보내자.
그렇게라도 서로를 꺼내줄 수 있다면 우리는 사라지지 않아도 돼.
서로를 무너뜨리지 않아도 우리 안의 빛은 스스로 번져 나올 수 있으니까.
그러니 오늘 우리는 새벽의 불꽃을 피우자.
경계를 떠난 이들이 지쳐 돌아오는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려주자.
우리의 선의를 그들이 몰라줘도 괜찮아.
우리의 축제를 그들이 몰라줘도 괜찮아.
이 새벽은 어둠을 견디는 마음들을 위해 남겨진 빛이야.
무너지지 않은 숨결들이,
말없이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