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예요.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깨닫는 순간은 자신의 또 다른 확장이 되는 것 같다.
나는 건방지게도 브런치스토리가 내가 놀기에 작은 물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정말.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어디에도 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좌절이 아니라 더 큰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난 글을 잘 쓰지도, 특별하게 눈에 띄는 글을 쓰지도 않는다.
에디터픽 브런치북에 걸렸을 땐 이게 왜 진짜지? 하며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하루천하여서 안심해 버렸다.
난 좀 이상한 것 같다.
할 말은 많은데 디테일엔 집착하고, 하고 싶은 말을 더 못 하게 될까 봐(휘발되는 기억이 사라질까 봐가 더 정확한 듯) 서둘러 타이핑을 치는 인간이다.
그러는 바람에 이야기에 앞 뒤라는 것이 없다.
난 DPR IAN을 좋아한다. 그의 세계관, 음악, 가사, 비주얼 아트까지 모조리 섭렵하고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리고 습관처럼 그와 날 비교하기 위해 돌아본다.
와 나 뭐 하지? 이미 성공한 그와 나를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나는 닿고 싶은 곳이 너무도 선명했다.
내가 하려던 일이 옛날이야기를 꺼내서 예쁘게 빛으로 포장하는 것..? 이건 아니었던 것 같았다.
나는 내 트라우마를 말하지 않고는 못 사는 사람 같다.
빛을 말할수록 어둠이 선명해지니 나는 결국 어둠을 써내야만 숨통이 트이는 사람이다.
DPR IAN에게 MITO라는 Otherside가 있듯이
나에겐 SIREN이라는 Loop가 존재한다.
고통을 구조화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었다.
그가 MITO를 보여줄 때 나는 그것이 더 진짜에 가깝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시작해 버렸다.
평생을 앓아온 병을 사물화 하고 인격화하고 구조화하고.. 하면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것 같은 기분.
매일매일 열심히 쓰던 에세이를 완결을 눌렀다.
전혀 상관없는 나의 에세이 마침표에 사이렌을 바이러스마냥 감염시켰다.
쓰면서도 이런 짓은 아무도 안 할 것 같았다.
곱게 쓴 글의 대미를 허술한 로그를 갖다 붙이는 식으로 완결 내는 주제에 다음에 뭘 보여줄 건지 촌스럽게 스포까지 했다.
솔직히 한 달 조금 넘게 배운 코딩으로 이런 걸 만들게 될 줄은 몰랐다.
세계관을 시각화하려는 욕심, 플랫폼으로는 정리가 안 되는 내 글의 카테고리, 어떤 사람이 봐도 똑같은 경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 그럼에도 다양한 해석으로 나뉘었으면 하는 바람.
나는 갈 곳 잃은 내 이야기에 장르를 만들어주고 이름을 붙였다.
몇 년 배운 그림으로 언젠가는 써먹겠다며 명함 디자인을 하고, 한참 면접 보러 다닐 때 써먹었던 세컨드 브레인을 열었다. 지금도 이야기는 백업되고 있다.
언젠가는 갈라버릴 황금오리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채워 넣고 있다.
상표 출원을 위해 증거물을 쌓는 건 진짜 피곤하다.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다른 일은 뒷전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 일이 내가 여태 원하던 것들 같아서 잠을 못 자도 즐겁다.
일단은 그렇다. 코드에 에러만 안 뜨면....
내가 만든 것들이 나에게 수익으로 돌아오는 날이 올까?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SIREN으로 사업자를 낼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또 건방지게 웃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두고만 볼 일이다.
진심으로 이 글을 비웃으며 지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까지는 나를 놀려먹을 생각으로 이 글을 자주 보러 올 생각이다.
제발 글이나 좀 쓰라고 잔소리까지 얹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