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만의 인생 템포를 찾았습니까?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그 기준으로 보면 마흔은 참 애매한 나이다. 의욕 넘치는 청춘의 시작도 아니고, 인생을 정리하는 노련한 노장의 느낌도 아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어쩌면 가장 중립적인 지점.
그런데 마흔의 문턱을 지나고 보니, 이 애매함이 오히려 마흔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껏 살아온 삶을 중간 점검하기에 딱 좋은 나이다. 분석하고 고찰해볼 만큼 인생의 데이터가 쌓였고, 그렇다고 너무 늦지도 않았다.
누구처럼 쌓은 자산도, 화려한 커리어도 없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만큼은 데이터를 충실히 쌓아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껏 살면서 내가 그래도 참 잘했다고 느끼는 게 하나 있다. 세상에 휘몰아쳐지지 않고, 내 속도대로 여기까지 살아온 것.
이 나이대엔 이 정도는 해야지, 이 시기엔 이런 건 이뤄야지. 세상은 늘 그런 압력을 가한다. 체면과 남의 시선이 내 삶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순간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온 것, 지금 돌이켜보니 참 잘한 일이다.
우리 각자는 저마다의 템포가 있다. 빠른 템포, 느린 템포... 프레스토(Presto)처럼 숨 가쁘게 달리는 사람도 있고, 아다지오(Adagio)처럼 느리고 여유롭게 걷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알레그로(Allegro)의 경쾌함으로, 또 어떤 이는 안단테(Andante)의 걸음걸이로 살아간다.
그런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어차피 우린 곡을 써내려가야 하는 인생이다. 각자의 선율과 템포로 곡 하나 완성하면 그만이다. 그게 인생 아닌가.
남들보다 빠르게 달렸다고, 혹은 느리게 걸어왔다고 해서 그 곡의 가치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그 곡이 진짜 '나'의 것인가 하는 점이다.
몇 년 전 공부해둔 사주명리도 나름 도움이 된다. 미신처럼 맹신하는 건 아니다. 내 생애를 분석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쓸 뿐이다.
사주명리를 직접 공부해보면 알게 된다. 내 인생을 다른 사람의 해석에 맡기는 것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일인지. 그래서 타인의 사주를 봐주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 자기 인생은 자신만이 알 수 있을 뿐이다.
내 기질과 성향, 삶의 굴곡선을 참고하면서 그간 살아온 진짜 데이터와 대조해본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템포로 살아야 할지 예측해본다. 이것만으로도 제법 재미있는 작업이다.
타인에게 내세울 만한 게 많으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삶의 메인이 되어버리면 너무 숨 가쁘지 않을까. 어차피 각자의 인생은 각자가 오롯이 살아낼 뿐이다.
이제 마흔 정도 되었으면 내 삶의 템포쯤은 파악하고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마흔은 그런 나이 같다. 물론, 이것 또한 그대의 템포대로. 절대 강요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남의 박자에 맞춰 살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