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marry with me가 아닌 marry me일까

marry 동사에 숨겨진 비밀

by 세이지SEIJI

브루노 마스가 던진 질문

며칠 전, 카페에서 브루노 마스의 "Marry You"가 흘러나왔다.

"Hey baby, I think I wanna marry you..."

흥얼거리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marry with you"가 아니라 그냥 "marry you"일까?

한국어로 생각하면 '너와 결혼하다'니까 '~와'에 해당하는 with가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영어에서는 왜 전치사 없이 바로 목적어가 오는 걸까?



marry 안에는 이미 '~와'가 들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marry라는 동사 자체에 '~와 결합하다'라는 의미가 이미 포함되어 있다.

marry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 단어는 라틴어 marītāre에서 왔다. 원래 뜻은 '아내를 맞이하다', '결혼시키다'였다. 이게 고대 프랑스어 marier를 거쳐 영어로 들어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처음부터 이 동사가 '누군가를 배우자로 삼다'라는 의미였다는 점이다. '함께 뭔가를 하다'가 아니라, 상대방을 결혼이라는 상태의 당사자로 만드는 행위 자체를 가리켰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 Will you marry me?


✖ Will you marry with me?


with를 쓰면 "같이 뭔가를 한다"는 뉘앙스가 되는데, marry는 애초에 관계 자체를 하나로 묶는 동사라서 전치사를 끼워 넣을 자리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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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구조의 동사들

marry만 그런 게 아니다. 영어에는 이렇게 '~와'가 동사 안에 이미 들어 있는 경우가 더 있다.

meet someone (누군가와 만나다)


divorce someone (누군가와 이혼하다)


한국어로는 '만나다', '이혼하다' 앞에 '~와'를 붙여야 자연스럽다. "철수와 만났다", "영희와 이혼했다"처럼. 그런데 영어에서는 meet with, divorce with라고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 동사들은 혼자서는 성립이 안 되는 행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만남은 상대가 있어야 만남이고, 이혼도 상대가 있어야 이혼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상대가 있는 행위'라는 게 동사의 뜻 자체에 박혀 있으니, 굳이 with로 '함께'를 또 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면 go with someone(누군가와 가다)이나 work with someone(누군가와 일하다)은 다르다. 가는 건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일도 혼자 할 수 있다. 상대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행위가 아니니까, '함께'라는 정보를 with로 따로 붙여줘야 한다.



그럼 be married to의 to는 뭘까?

여기서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She married John. ✔


She is married to John. ✔


둘 다 맞는 문장인데, 왜 두 번째에는 to가 붙을까?

이건 완전히 다른 구조다.

marry → 동작 (동사)


be married to → 상태 (형용사 + 전치사)


be married는 '결혼한 상태에 있다'라는 뜻이고, 여기서 to는 그 상태가 어느 방향으로, 누구에게 귀속되어 있는지를 가리킨다. 행위가 아니라 상태의 귀속 방향을 나타내는 전치사인 것이다.



언어는 생각보다 정직하다

이렇게 보면 영어의 marry는 꽤 논리적이다. 동사 자체에 '상대와의 결합'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니 굳이 with를 덧붙일 필요가 없고, 상태를 말할 때는 to로 방향성을 표시한다.

우리가 무심코 외웠던 문법 규칙들 뒤에는 이렇게 나름의 이유가 숨어 있다. "그냥 그렇게 쓰는 거야"라고 넘겼던 표현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언어가 세상을 어떻게 개념화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다음에 "Marry You"를 들으면, 브루노 마스가 왜 "marry with you"라고 안 했는지 빙그레 웃어보자.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marry 안에 '너와'가 다 들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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