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morning은 '군모닝'이 아니다

영어 발음을 대하는 한국인의 특이한 현상

by 세이지SEIJI

어느 날 아침, 수업 시간에

얼마 전 아침 수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생들이 들어오면서 밝게 인사를 건넸다.

군모닝!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군모닝? Good morning인데 왜 '군'이지?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도 예전에 그렇게 발음했던 것 같다. 아니, 지금도 무심코 그렇게 말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날 이후로 주의 깊게 들어보니,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Good morning을 '굳모닝'이 아니라 '군모닝'으로 발음하고 있었다. 더 신기한 건, 본인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자음접변, 들어 봤니?

답은 한국어 발음 규칙에 있었다. 바로 '자음접변(子音接變)'이다.

자음접변이란 성격이 다른 두 자음이 만났을 때, 서로 닮아가거나 한쪽이 다른 쪽을 닮아서 발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우리 혀가 게을러서 생기는 일이다. 혀의 위치를 크게 바꾸지 않고 경제적으로 발음하려는 인간의 본능이랄까.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폐쇄음의 비음화'다.



폐쇄음의 비음화, 그게 뭔데?

이름이 어려워 보이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폐쇄음은 공기를 완전히 막았다가 터뜨리는 소리다. ㄱ, ㄷ, ㅂ 같은 것들. 발음할 때 에너지가 많이 든다. 반면 비음은 공기를 코로 흘려보내며 부드럽게 내는 소리다. ㅁ, ㄴ, ㅇ(받침) 같은 것들.

딱딱한 폐쇄음을 내다가 갑자기 부드러운 비음을 내려면 혀와 목 근육이 바쁘다. 그래서 우리 뇌는 편법을 쓴다. 뒤에 오는 비음에 맞춰 앞 소리도 미리 비음으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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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자.

국물 → 궁물


학년 → 항년


깎는 → 깡는


듣는 → 든는


낱말 → 난말


밥맛 → 밤맛


앞날 → 암날


부엌문 → 부엉문


'국물'이라고 쓰고 '궁물'이라고 읽는다. '낱말'이라고 쓰고 '난말'이라고 읽는다. 한국어 화자라면 누구나 이 규칙을 따른다. 문제는, 이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우리가 규칙의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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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도 발동하는 한국어 규칙

Good morning으로 돌아가보자.

Good의 마지막 소리 'd'는 폐쇄음이다. Morning의 첫 소리 'm'은 비음이다. 한국어 화자의 뇌는 자동으로 반응한다. '폐쇄음 + 비음? 비음화!' 그래서 d가 n으로 바뀌고, '굿모닝'이 '군모닝'이 된다.

이 현상은 Good morning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ㄱ → ㅇ (g, k, c 등이 ng으로)

big mouth → 빙마우스


nickname → 닝네임


take me → 테잉미


look nice → 룽나이스


ㄷ → ㄴ (d, t 등이 n으로)

good morning → 군모닝


good movie → 군무비


not now → 난나우


not yet → 난옛


it means → 인민스


that man → 댄맨


ㅂ → ㅁ (p, b 등이 m으로)

pop music → 팜뮤직


equipment → 이큄먼트


stop now → 스탐나우


help me → 헬미


Bob Marley → 밤말리


top model → 탐모델


심지어 'uprising'을 '엄라이징'으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 p가 뒤따르는 r의 영향으로 m에 가깝게 변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이 실수를 자각하지 못할까

이 현상이 까다로운 이유는 자각이 안 된다는 점이다.

한국어에서 비음화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규칙이라 우리는 '국물'을 '궁물'로 발음하면서도 그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머릿속에서는 '국물'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Good morning'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군모닝'이다. 녹음해서 들어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



영어에서는 비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영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Ten mice'를 빠르게 발음하면 n이 뒤의 m 영향으로 m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어처럼 체계적이고 강력한 규칙은 아니다.

영어 원어민들은 Good morning을 발음할 때 'd'와 'm'을 구분해서 발음한다. 'd' 소리가 'n'으로 바뀌지 않는다. 빠른 대화에서 'd'가 약해지거나 거의 생략될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소리로 변하지는 않는다. 약해지거나 탈락할 뿐, 'n'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한국인이 '군모닝'이라고 발음하면, 원어민 귀에는 뭔가 이상하게 들린다. 정확히 뭐가 틀렸는지 짚어내기는 어려워도, "어딘가 한국식 발음이네"라고 느끼게 되는 요소 중 하나다.



표기와 발음 사이의 타협

생각해보면 한국어는 표기와 발음의 괴리가 큰 편이다. '국물'이라고 쓰고 '궁물'이라고 읽고, '낱말'이라고 쓰고 '난말'이라고 읽는다.

이건 '뜻을 분명히 전달하려는 문자'와 '최대한 편하게 말하려는 소리' 사이의 타협점이다. 표기는 의미를 보존하고, 발음은 효율을 추구한다. 둘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한국어의 발음 효율이 영어에까지 적용될 때 생긴다. 영어는 한국어가 아니니까.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달라진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아마 한동안 Good morning을 말할 때마다 의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 글의 목적이다.

완벽한 원어민 발음을 구사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무의식적으로 어떤 실수를 하고 있는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다.

다음에 누군가 "군모닝!"이라고 인사하면, 속으로 빙긋 웃어보자.

'아, 비음화가 발동했구나. 그리고 나는 오늘 '굿모닝'이라고 또박또박 발음해봐야겠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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