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공 Jun 22. 2015

기말고사가 끝난 자리엔 의대생이 있었다.

시험기간엔 공부 빼고 다 재밌지

나는 의대생이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 졸업고사를 본다. 안 그래도 앉아있기 좀이 쑤시던 찰나에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보고 동공이 확장되고 심박수가 증가했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일단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여기에 오기까지 수많은 시험을 보았지만 뭐랄까, 시험 전날엔 역시 앉아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


엊그제는 서울에서 내려온 남자친구와 함께 옆 학교 도서관에 갔다. 
열람실에 칸막이가 없는 것이 장점인 옆 학교 도서관은 본1* 때부터 우리 학교 정독실에서 공부하기 싫을 때 가던 곳이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기말고사를 마치고 방학을 시작한 이 시점에, 그것도 토요일 저녁에, 도서관에 남아 있는 사람은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시험의) 수험생과  의대생뿐이다.


의대생. morphology**만 봐도 알 수 있다. 

기말이 스치고 간 넓고 휑한 열람실에 아틀라스***와 야마집***과 혹은 국가고시 문제집을 펴놓고 딴 궁리를 한다. 지금 나처럼. 

졸업고사 전날 브런치 작가가 된 것에 기뻐하며 핸드폰 메모장에 급하게 이 글을 적고 있는 나,처럼.

지난 본과생활 동안 글쓰기는 나에게 좋은 해소의 장이 되어주었다. 말이 해소이지 거의 배설이나 다름없던  지난날의 글들을 잘 갈무리해서 하나하나 써보려고 한다. 국시볼 때까지 부지런히 써보겠으니 내 생각을 모든 의대생의 생각으로 일반화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본1 : 의대는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이루어져 있고 보통 예1, 본3 이런 식으로 줄여서 부른다. 본1이 많이 힘든 편에 속한다.

  
**morphology: 형태학이라는 뜻으로 해부학 과목 중 세포의 형태를 공부하는 과목이다. 쉽게 말해 생김새, 꼴 등을 말할 때 쓰는 말.

***아틀라스: 해부학 책이다. 도서관에서 아틀라스 보는 의대생은 본1일 확률이 높다.
***야마집: 소위 말하는 족보. 양이 너무 많아서  족보만 보기도 버거울 때도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