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토요일 아침이어서 너무 좋다. 푹~ 잘 자고 일어난 아침이었다. 몸과 마음의 회복의 시작과 끝인 잠을 잘 자고 난 아침의 상태 아주 좋음이다. 어젯밤 꿈에 보고 싶던 사람들이 나와서 너무 생생 하게 즐겁게 보낸 시간에서 빠져나오느라, 느리게 기지개를 켜고, 비몽 사몽 아침을 시작해 본다. 커피를 마시며 스트레칭을 한다. 반팔을 입고 나가도 전혀 거리낌 없는 아침이다. 코끝에 닿는 공기가 이미 바뀌었다. 여름이 코 앞이다. 토요일 아침 루틴이다. 달리러 나가야지.
토요일 아침이면 달리러 나오는 Peace Valley Park, 5월 그 루틴 이 깨어졌었다. 루틴의 뜻이 궁금하다. 루틴 (Routine), 컴퓨터에 원하는 작업을 시킬 수 있도록 올바른 순서로 배열된 1쌍의 명령 계열이다. 일상적인 것, 반복적인 것 들에게 루틴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루틴'. 인공지능을 구사하는 컴퓨터가 아닌 인성과 지성을 구사하는 사람 이기에, '루틴' 은 단순히 원하는 작업을 원활히 시키는 수단이 아닌, '자유' 인 것 같다.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생각 없이 해야 하는 것들을 하게도 해주지만, 하고 싶은 것들을 할 때 언제나 다시 만들어질 수 있는 아주 유연한 것이다. '루틴' 은 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깨어지는 루틴 안에서 이루어지는 나의 일탈들이 좋다.
5월의 첫 번째 주는 어머니날에 엄마와 함께 했고, 두 번째 주는 가족과 함께 첫 캠핑을 다녀왔다. 나의 루틴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과감히 깨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하루를 살아 내는것이 더 재미있다. 장소와 달렸던 거리는 달랐지만, 토요일 아침엔 어김없이 달렸다. 새로운 상황에서 유연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다.
5월의 세 번째 토요일이 돌아왔다. 오랜만에 돌아온 나의 케렌시아. 금세 더 초록 초록 해졌고, 나무들은 더 풍성해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매일 애를 쓰고 크고 있었구나... 내가 알아줄게 나무들. 참 잘했어. 나도 여기서 같이 클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나의 아침은 여전히 좋고, 당연하지 않은 감사함과 행복이 터진다.
1마일 체크포인트를 지나고, 2마일 체크포인트 다리 위에서 찰나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기다리고 서있는 사진작가들을 만났다. 아주 커다랗고 좋아 보이는 카메라가 새워져 있다. 그냥 가던 길을 가면 될 거를, 호기심이 또 발동한다. "카메라 정말 멋져요. 프로페셔널 사진작가 이신가 봐요?" 웃으면서 대답한다.
"프로페셔널 사진작가는 아니고, 열정으로 찍는 열정 작가라고 해두지."
Passion. 열정. 열정을 가지고 하는 일이면, 프로페셔널이라고 믿는다. 열정을 잃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으며 내 하루들을 채워 가는 삶... 재미있을 것 같다. 그렇게 방심하고 있던 순간, 나에게 훅 들어온 질문... "너의 열정은 뭐야? 왜 아침부터 나와서 달리고 있어?" 생각을 할 시간도 없이 근육에서 기억을 하듯 터져 나온 대답. "나의 열정은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일을 하는 거야. 그래서 난 약을 만들어. 그리고 매일 달려 그 꿈을 오랫동안 건강히 하려고..." 생각을 했다면 하지 못했을 답은 그렇게 무의식 중에 툭 튀어나와 버렸고, 우린 서로의 열정이 멋지다고 해줬다.
언제나 다시 만들어질 수 있는 나의 루틴 속에서, 오늘 같은 길을 달리며 전엔 보지 못했던 것을 보면서 달렸다.
달리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운다. 달리고 돌아오는 길 내가 낯선 이의 질문에 대답했던 답을 곱씹으며, 오늘도 몸과 마음의 근육 기억을 늘려간다.
오늘 1시간 10.5km 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