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마라톤 트레이닝 중 : 인생은 마라톤이다.
글쓰기도
달리기도 일단 해야 한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글을 써야 하고
달리기를 잘하고 싶으면, 달려야 한다.
나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계속하는 것',
오랫동안 해야 하는 일에는 '꾸준함'이 중요하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오늘도 마라톤의 일부분을 달리고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죠.'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과연 마라톤을 달린다고 해서 인생을 더 잘 알까? 더 나은 삶을 살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인생이 마라톤과 많이 닮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42.2km. 나만의 페이스 안에서 빠르게도, 느리게도, 안정적으로 때론 불편하게 달려야 한다. 그리고 끝까지 달려야 한다. 시작을 해야 하고 끝을 내야 한다. 글쓰기도 비슷하다. 시작을 해야 하고 꾸준히 써야 하고 마감을 맞혀서 끝을 내야 한다.
글쓰기도, 달리기도 나를 발견해 가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나를 만나고,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보면서 내 안에 나를 끄집어내어 다듬어 보는 시간이다. 이런 나의 모습도 있었구나... 내 안의 나를 끄집어낸다. 그 여정 속에 아직 만나지 못했던 나를 만나는 일은 즐겁다. 고유의 다양성을 마주 할 때면, 무한한 가능성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매일 조금씩 할 때도 보이지만, 오래 달리기를 하거나, 글을 읽고 쓰고 수정 작업을 하며 생각의 틈이 있을 때 발견이 이루어진다.
저번 주 보다 짧은 거리에 부담 없이 회복런을 시작했다.
90분 동안 달리기. 9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거리가 부담 없는 회복 하며 달리는 시간이 되어버린 나를 만나고 피식 웃음이 터졌다. 다음 주부터는 거리를 늘려서 달려야 하기에 오늘은 정말 부담 없이 즐기기로 했다.
30분이 지나고 몸이 풀리고,
얼마큼 달려야지, 얼마나 빨리 달려야지 라는 부담 없이 그냥 달리면 되는 아침이어서인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하나도 힘이 들지 않고 오히려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이유가 있던 없던 ‘기대의 무게’는
‘부담의 무게’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한번 달려본 거리이면, 한번 달려본 속도이면
끊임없이 '자만'이라는 검은 속내가 비집고 올라온다.
'오늘만 달리자'라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어제 잘 달렸으면, 잘 달린 데로,
어제 잘 못 달렸으면, 잘 못 달린 데로,
이렇겠지? 저렇겠지? 기대와 실망을 앞서 하는 '자만'과 '자기 연민'에 빠진다.
그럴 때면 근본적인 것에 집중한다.
달렸다. 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
오롯이 '달리는' 행위를 한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 계속 쓴다.
생각을 담아놓고, 생각을 정리하고, 쓰고 또 쓴다.
그렇게 달려온 거리와 써놓은 습작은 마일리지처럼 쌓여서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가 준다.
10월이 시작되었다.
11월 7일 뉴욕 마라톤까지 35일 남았다.
뉴욕 마라톤뿐만이 아니다, 가족의 생일, 마감일, 4분기 실적, 브런치 북 공모전, 크고 작은 중요한 데드라인의 날짜들은 어김없이 다가올 것이다. 오늘도 달리고, 오늘만 달리고, 오늘도 나를 하는 태도와 선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매일 내가 또는 남이 그어 놓은 출반선을 과감하게 넘어 크고 작은 일을 시작하고, 최선을 다하고, 결승선을 지나 끝을 낸다.
나의 페이스대로 달리는 인생은 마라톤이다.
오늘도 마라톤의 일부분을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