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런
핑크빛 가을 하늘을 위로 두고, 주말을 시작하는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길,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좋다.
한발 한발 내딛는데
낙엽이 바스라 지는 소리가 들린다.
바스락… 바스락…
마음이 고소해지는 아침이다.
아침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지구라는 별에 태어나 나 역시 인류가 정해놓은 시간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다.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고 하지만 꼭 그런 거 같지만은 아닌 거 같다.
능력에 따라 언제든지 그 시간을 거스러서
앞질러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걸어가는 사람 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빠르고
차를 타고 가는 사람보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게 빠르다.
우린 형편이 된다면 지구를 떠나 우주로도 나갈 수 있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나에게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10km 달릴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5분 가장 빨리게 달린 1km는 4분 32 초였고,
10분 가장 빠르게 달린 1마일은 7분 17초였고,
30분 가장 빠르게 달린 5km는 23분 48초였고,
60분 가장 빠르게 달린 10km는 48분 14초였다.
이 숫자들은 달리지 않는 사람들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저 많은 숫자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달리는 사람들은 크고 작은 의미를 부여한다.
얼마나 빠르게 달렸던 것에 커다란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오늘도 달리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숫자보다는 달리면서 지나가는 시간에서
나를 발견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둔다.
내가 달리는 동안 나의 시간은 내가 통제한다.
시간이 지나가기보다, 내가 그 시간과 같이 흘러 시간을 관통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중력 상태를 느껴 보지는 않았지만, 수영을 할 때 물에 떠있으면 나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듯이 그렇게 시간의 지나감을 느끼지 못한 체 같이 흘러간다.
그렇게 온전히 나의 시간을 보낸다. 완전해지는 시간이다.
완벽을 추구하려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가능한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래서 온전한 나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의 리듬과 페이스를 만들어 간다.
때론 타이트하게 때론 느슨하고 유연하게…
뉴욕 마라톤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60분 10.07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