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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Sep 25. 2020

긴장과 불안 사이의 설렘

건강한 커리어


스케줄에 여유가 있는 날이 있는가 하면, 숨을 쉴 틈이 보이지 않는 백투백 (Back to Back) 미팅들이 있는 날이 있다. 어제 그런 날이었다. 첫 미팅이 일찍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고, 중요한 미팅에서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아침에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났다. 매일 같은 루틴이다.

5:05 AM. 기지개를 켜고, 키친으로 내려가서 그린 티를 만들고, 아침묵상을 한다. 그리고 하루를 정리해본다.

이미,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잘. 해. 보. 려. 고.

일기장에 오늘 하루를 상상해 보며 적어본다. 오늘이 끝났으면 좋겠다. 아니 오늘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썼다가 지웠다. 오늘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썼다가 또 지웠다. 그냥 눈 딱 감고 먹기 싫은 음식을 삼키듯이 오늘을 지나가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 오늘을 위해 들인 시간, 노력, 공이 다 나라가 버릴 것 같았다. 다시 썼다. 오늘이 오기까지 했던 준비와 노력에 비한 성과가 나오는 날이 길이라고 썼다가. 오늘이 오기까지 했던 시간과 노력에 우리는 준비가 되어있다.


오늘의 결과와 성과를 따지기 이전에 그 과정을 믿고, 내가 아닌 우리 팀을 믿고, 같이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만들자라고 고쳐 썼다.


어깨를 돌려서 스트레칭을 하며 힘을 뺀다. 긴~ 호흡을 한다. 긴장을 하면 자연스럽게 호흡이 짧아진다. 그럼 더 숨이 찬다. 의식적으로 긴 호흡을 한다. 그리고 준비해둔 운동복을 입고 달리러 나간다. 오늘 아침 나에게 주어진 운동시간 15분이다. 그 시간에 맞춰서 열심히 달리고 들어온다. 중요한 날일수록 루틴에서 나오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내가 잘하는 것들을 그냥 흘러 보내지 않는다. 만약 내 하루가 내가 준비하고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속이 상하는 날이 되더라고, 내가 아침에 달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음으로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의 선택을 한다 속이 상한 하루의 끝에 달리지도 않았더라면 더 아쉬울 거 같은 마음에 난 중요한 날일수록 아침에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를 하면서 긴장과 불안을 마주한다.

지금 느끼는 Butterflies in my stomach.

중요한 시합, 시험, 발표를 앞두고 느끼는 긴장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기 전이나, 가고 싶었던 여행을 떠나기 전의 긴장감. 막 썸이 시작되고 좋아하는 마음이 몽글몽글 설렘의 긴장감. 다 긴장감이다. 내가 지금 긴장하는 이유는 불안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한테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긴장한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몸이 새로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당연한 현상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잘 못할까 봐,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봐. 불안해하지 말고, 그 긴장과 불안 사이의 에너지를 설렘이라고 머릿속에 다시 써본다. 그리고 지금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나에게 설렘과 좋은 에너지라고 인지 시켜준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중요한 자리 앞에 쫄 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거다.


긴장과 불안이 아닌 설렘이라고
나를 진정시켜본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아침은 꼭 챙겨 먹고,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고, 물과 스낵도 꼭꼭 챙겨 마시고 먹는다.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좋아하는 립스틱을 꺼내 바르고, 나를 더 당당하게 보이게 해 줄 재킷을 꺼내 입는다. 그리고 긴 숨을 쉬어 본다. 긴~호흡을 하며 웃는다. 웃으면 긴장이 풀린다. 내 웃는 얼굴을 보고 우리 팀도 같이 따라 웃는다. 이미 시작이 좋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다했고 나는 우리를 믿는다.

이미 오늘을 위한 준비는 다 끝났고 오늘을 마주하는 일 만 남았다. 오늘의 결과와 성과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결정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도 깨지고, 아쉽고, 속상하고, 실패작인 거 같은 날들이 있었다. 내가 원망스럽고 하늘이 원망스럽고 마음에 상처가 나는 날들이 있었고 그런 날들이 계속될까 봐 두려웠던 날들도 있었다.


감사하게도 어제는 과정을 믿고, 내가 아닌 우리 팀을 믿고, 같이 최선을 다한 결과와 성과가 보상된 날이었다.


긴장과 불안 사이에서 설렘을 찾아내고, 나를 믿어 주고 우리를 믿어주는 능력을 키우는 일 하면 할수록 어렵다. 그래도 계속해보고 싶다. 실패가 두려워서 안 할 수는 없다. 판은 계속 커지고, 아직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감사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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