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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Sep 29. 2020

아 출장 가고 싶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


2017년 여름 싱가포르로 이주를 하고, 아시아 태평양 전략 마케팅을 담당할 때, 출장을 자주 다녔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집 나가는 워킹맘. 일하러 가는 출장이어도, 새로운 곳을 가본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비행기 타고 여행을 간다면 짐을 싸놓고 기다리던 나.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는 것, 새로운 곳을 가본다는 일은 날이 좋은 여름날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것과도 같다


 싸기. 그야말로 짐. 싸기.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가는 건 너무 신이 났는데, 짐을 싸고 푸는 건 너무 귀찮았다. 아무래도 "짐"이라고 느껴서 인 거 같다. 가기 전까지 미루다가 허둥지둥하던 나. 그리고 미국에서 살 때는, 짐을 아주 많이 싸가지고 다녀도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들 그러니까 하면서 나도 자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에게 많고도 많은 짐들. 그것들은 너무 많은 옵션들이었고, 선택의 폭이 넓으면 더 헷갈릴 수밖에...


"When you figure out your suitcase,
you figure out your life."
Daine Von Ferstenburg



Less is more. 태생이 멕시 마이저 (Maximizer)인 나는 이게 너무 힘들다. 그래서, 애를 쓰고, 또 애를 써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두 번도 있었던 출장. 출장 가기 전날, 출장 가있는 날들,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그 시간들을 잘 쓰지 않으면, 한 달의 거의 반이 날아가 버리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정리와 계획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 머스트였다.


짧은 출장 (1박 2일, 또는 3일 안에 돌아올 수 있는 거리). 핸드 캐리어 중 조금 큰 사이즈. 운동복, 운동화, 책, 일기장, 속옷, 잠옷, 정장 한 벌. 구두. 화장품/비상약/비타민.


중간 출장 (3일, 5일 안에 돌아오는 거리). 부치는 캐리어. 짧은 출장 리스트에, 드레스 한 벌, 캐주얼 사복 한 벌,

편한 신발. 만약 필요한 게 있으면, 같이 출장 간 동료한테 물어보거나, 현지 동료한테 물어보거나 아니면 호텔에 물어본다. 호텔에는 의외로 많은 것들이 가능했다. 친절한 호텔 스태프들을 만나면 너무 감사하다. 일단 먼저 물어본다. 돈을 따로 내지 않고도 빌려주는 것들이 많았다.


 출장(일주일 넘게 있다 돌아오는 거리). 부치는 캐리어. 중간 출장 리스트에. 운동복은 빨아서 입기도 하고, 세탁을 맡기기도 하고... 믹스 매치 가능한 정장 한 벌 더, 재킷 하나, 모자, 스카프, 하이힐 등등. 중간 출장이랑 짐은 비슷하다. 없으면 현지에서 대체할 생각에 많이 챙기지 않는다. 이미 출장이 길어서, 짐이 많으면 더 피곤하다. 다만 돌아올 때쯤 책이 1권 더 생기기도 한다. 새로운 곳에 가면 찾는 곳, 책방. 출장 간 곳에 책방에 들려서 책을 사 오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 팀 남자 동료들과 출장을 다닐 때 은근슬쩍 비교되는  캐리어 사이즈. 비교하려고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가방을 기다리다 슬쩍 비교해 보는 건 어쩔 수 없다. 알고 보니 남자던 여자던 어느 나라 사람이건  사이즈는 개인적 취향이었다. 출장이 잦으니, 공항에서 있는 시간도 

자연 스레 길어지고, 다양한 사이즈 들의 캐리어들을 만났다. 그리고 엿볼 수 있었던 다양한 성향들이 흥미 로웠다. 출장 기간이 길어져도 간결하게 짐을 싸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다들 출장 갈 때 어떤 아이템을 제일 먼저 챙기는지, 또 어떤 아이템을 제일 먼저 빼는지?


몸과 마음이 가볍게 다녀 보기로 애를 썼다.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시간에 집중했고, 뭐가 중요한지 안중요한 지가 정해지던 시간 이기도 했다. 정말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니니, 간편하고 좋았다. 아침 준비 시간도 단축되었고, 짐을 싸는 시간, 짐을 푸는 시간도 길지 않았다. 너무 많은 옵션은 오히려 선택의 장애를 준다.

많으면 많을수록 결정 장애를 일으키는 캐리어 안이다.


일도 많이 해본 사람일 잘한다고, 짐도 많이 쌌더니 

잘 싸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한두 번 출장을 다녀오니,

어떤 것들을 꼭 챙겨야 하고, 어떤 것들은 챙기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필요할 것 같아서 바리바리 싸갔던 물건들이 결국 짐이 되어 버릴 수도 있는 캐리어를 만나보니, 일단 덜어내고 시작했다. 출장을 다니면서, 챙겨 가는 짐은 줄었는데, 신기하게도 돌아올 때 짐은 같았다.


출장 간 그곳 만났던, 로컬 스낵들, 커피, 티, 술, 향수, 그 나라만의 약국에서 파는 처방전이 필요 없는 약들, 집에 두고 온 가족들을 생각하며 사서 담아 오던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출장 간던 곳들의 추억에 향기를 머금도 있던 그 물건 들은 아직도 너무 소중하다.


사고 한번 없이 무사히 다녔던 신기하고 감사했던 순간들, , 비행기 타고, 출장 가고 싶다!


싱가포르 Changi Airport




어느 하늘 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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