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 건강 위협하는 다리꼬는습관의 위험성
“다리꼬지마 다 다리꼬지마 다리꼬지마 다리꼬지마
네가 시크를 논해서 내 본능을 건드려
앞뒤 안 가리고 다리 치켜들고 반대 다리에 얹어 다릴 꼬았지 아니꼬왔지.
내 다리 점점 저려오고 피가 안 통하는 이 기분”
- AKMU(악동뮤지션) 다리꼬지마 가사 中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게는 노래 가사도 환자들과 소통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참 재능이 많고 좋아하는 가수이기도 한 악동뮤지션의 노래 중에 ‘다리꼬지마’의 앞부분 가사를 보면 ‘내 다리 점점 저려오고 피가 안 통하는 이 기분’이라는 노랫말이 있습니다.
20~30대 젊은 층(특히 여성)의 다리꼬는습관으로 인해 골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데 저를 찾아온 환자들에게 이 노랫말을 이야기하며 증상과 질환의 위험도를 대신 설명하기도 합니다.
다리를 꼬면 ‘다리가 저려오고 피가 안 통하게 된다’는 것,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서 말이죠.
나도 모르게 다리꼬는습관이 생겼어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리를 꼬는 것이 나쁜 습관이라는 걸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무의식 중에 다리를 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서 말이죠.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다리를 꼬게 될까요?
대다수 사람이 의자에 앉았을 때 한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서 자세를 이리저리 바꿉니다.
만일 무릎이 앉아 있는 엉덩이 위치보다 낮으면 허벅지 근육이 눌리고 당기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다리를 꼬아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지요.
신체 균형이 틀어지지 않은 분은 일시적으로 다리를 꼬는 자세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허리 통증이나 골반 통증이 있는 분은 통증이 덜한 쪽으로 자세를 취하려 다리를 꼬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골반과 허리 건강에 더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키므로 요주의!
다리꼬는습관으로 골반 통증이 심했던 30대 초반의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었는데 이 분의 경우 골반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양쪽 골반이 틀어져서 다리 길이가 1.5~2cm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다리를 꼬면서 한쪽 골반이 눌려 비대칭을 이룬 경우로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절뚝거리며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골반뿐 아니라 척추의 각도도 함께 틀어져 척추가 휘는 변형을 보였습니다.
*골반 비대칭과 척추측만증(척추옆굽음증) 유발
다리꼬는습관은 골반통과 함께 허리, 척추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척추측만증이나 허리디스크 등 척추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단지 척추가 휘거나 골반 비대칭과 같은 체형 불균형에 따른 통증뿐 아니라 여러 가지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자궁 건강 해치고 하지정맥류 발생할 수 있어
여성의 경우 골반 비대칭 등 자궁을 감싸는 골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생리불순이나 심한 생리통을 비롯해 자궁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생기는데요, 대표적으로 하지정맥류를 들 수 있습니다.
20~30대 하지정맥류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하이힐과 같이 불편한 신발을 즐겨 신거나 몸에 꽉 끼는 스키니진, 레깅스 등을 선호하고 평상시 다리꼬는습관을 가진 분이 많았습니다.
습관적으로 다리 꼬는 자세를 장시간, 자주 하게 되면 한쪽 다리가 눌리면서 정맥이 일시적으로 압박을 받아 하체에 피가 원활하게 통하지 못합니다. 정맥이 눌리면서 정맥 내 압력이 높아져 혈관이 부풀어 오르게 되고 하지 통증과 다리 저림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듯 다리 꼬는 습관은 여러 가지 질환을 야기할 수 있고 신체 균형을 깨뜨려 체형의 변화, 척추 변형으로 인한 통증 등을 유발합니다.
다리를 꼬는 자세를 떠올리면 눈으로 봤을 때도 몸이 틀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한쪽 골반과 다리에만 힘이 실리고
허리와 척추가 옆으로 삐뚤어지면서 한쪽 어깨만 내려가고
그 방향으로 고개도 틀어집니다.
그래서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면 마치 바닥에 나뒹군 사람처럼 온몸이 쑤시고 어깨, 허리, 골반, 다리까지 다 아프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오늘도 무의식 중에 다리를 꼬고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다시 한번 건강의 중요성을 상기하시고 바른 자세를 생활화하셨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입니다.
